기획이 뭐길래
[기획]
기획은 목표 설정, 방법 결정, 실행 계획 수립의 과정으로, 조직의 미래를 계획하고 목표와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한다. 기획은 조직의 핵심 역할로 조직의 성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적인 단계이다.
1인 출판사 창업 강의를 들으러 갔던 날이다. 내가 기대한 것은 출판사 창업 실무(세금, 정산, 시스템 적인 것)였는데, 3시간 강의 중 절반 이상이 출판 기획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기획이 중요하다. 기획이 중요하다. 반복되는 이야기에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투고 과정을 경험하고, 출판사 창업 관련 공부를 하면서 절실히 느꼈다.
'기획이 가장 중요하구나.'
기획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봐도 '조직의 성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적인 단계'라고 하지 않나. 출판 기획 또한 '책의 성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출간을 위한 필수적인 단계'이다. 중요하고 또 중요한 기획. 중요한 건 알겠는데 막상 하려면 어려운 기획, 그리고 기획서 작성.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청소년 교양도서를 집필할 때였다. 기획 출판이라 출판사에서 기획을 하고, 공저자 4인 중 1인으로 섭외되 집필에 참여했다. 계약서 작성과 기획 회의를 겸한 첫 모임에서 받은 기획서는 A4 1.5매 분량. 그것도 빈칸이 많았다. 저자들과 목차, 집필 분배, 일정을 조율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는 눈이 없어도 한참 없는 나는 '이렇게 해도 책 한 권이 나오는 건가?' 의구심을 품었더랬다. 저자의 손에 출간 기획서가 들어왔다는 것은 이미 출판사 내부의 치열한 회의를 통과한 결과임을 몰랐던 것이다. 전문가들이 엄선한 문장으로 초초초 핵심만 쓰여 있던 것을, 대충 쓴 보고서 정도로 오해했던 과거의 무지가 부끄러워진다.
"스태프들이 멋진 밥상을 차려놔요. 그럼 저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스포트는 제가 다 받아요. 그게 너무 죄송합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배우 황정민의 청룡영화상 수상 소감이 떠오른다. 출판사에서 차려준 맛깔난 기획과 조언, 마케팅 덕에 편안하게(?) 글만 쓰면 됐다. (그리운 시절입니다 -)
하지만 많은 예비 저자들이 기획-집필-마케팅까지 미리 생각하며 움직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글오글 멤버들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이제 막 칼질을 배운 아이가 스스로 밥상을 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칼이 무서운지 몰랐기에 용감히 시작할 수 있었고, 여럿이 함께하니 어느새 밥상이 차려졌다. (물론 뚝딱! 차려지진 않았다.)
오늘은 어설픈 손놀림으로 열심히 만들었던 출간 기획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출간 기획서 작성 시 큰 도움을 받았던 자료를 정리했고, 글 하단에는 자료의 링크를 걸어 두었다. 계속 글을 쓰고 있을 미래의 나와, 지금도 책상 앞에서 글을 쓰고 있는 예비 저자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시작 하기 전, 제가 좀 TMI인점 미리 사과(경고?) 드립니다. :-)
나의 글쓰기 역사는 HOT, 젝스키스와 함께 한다. 글쓰기의 ‘글’도 모르던 시절, 오빠들이 좋아서 오빠들을 주인공으로 한 청춘 소설을 썼었다. 이후엔 국어국문학 복수 전공을 하면서 문예창작 수업을 들었고 단편 소설을 쓰기도 했다. 이렇게 보니, 글쓰기를 꽤나 오래전부터 좋아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쓰던 글은 머릿속 상상을 마음껏 펼쳐내는 욕망의 글쓰기였다면 본격적인 글쓰기는 교과서라는 공적인 글쓰기였다. 교과서 집필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확하고 논리적인 글쓰기의 필요성을 느꼈고, 유시민 작가님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의 공감 필법>, <유시민의 논술 특강>을 옆에 두고 글을 썼다. (시작을 그렇게 해서인지 국어 교과서에 실린 글도 '논리적인 글쓰기 단원'이다. 신기방기.)
그러다 북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SNS 세상에서는 그동안의 글쓰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글쓰기와 '팔리는 글쓰기'는 다르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글쓰기에 마케팅 요소를 가미한 책을 닥치는데로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배작가의 <무기가 되는 글쓰기>다. 도대체 글쓰기로 1억을 번 사람은 어떻게 글을 쓰는 건지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분량이 많아 끝까지 읽진 못했다. 필요한 부분만 발췌독하고 잊고 지냈다.
그렇게 잊고 있던 책이 갑자기 떠올랐다. '아! 배작가님 책에 출간 기획서가 있었지!' 평소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역시나 그랬다. 출간 기획서 작성이 막막하던 차에 올 초 읽었던 <무기가 되는 글쓰기> 속 출간 기획서가 떠오른 것이다.
프로 일잘러답게 비주얼, 내용 뭐 하나 부족함 없이 43쪽에 달하는 출간 기획서를 작성했다는 그녀. "출간 기획서는 하나의 사업 제안서이고, 내 아이템이 시장성이 있으니 귀사(출판사)의 투자를 원한다는 서류."라고 말하는 그녀의 출간 기획서 일부를 책에서 가져왔다. 물론 나는 이렇게까지 할 능력이 없었기에 열심히 참고만 했다. :-)
제목: 글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
Intro
글쓰기로 시급을 3배 높인 자신을 상상해 보자.
연봉을 8배 성장시킬 수 있다면?
부업으로 0원에서 6억 원을 만들 수 있다면?
이 책은 오직 글쓰기 하나로 이 모든 것을 이룬 한 인간의 이야기다.
이 인간의 백미는 어눌한 한국어 능력과 엉망진창 맞춤법이라는 난관에 직면한 유학생이라는 사실이다.
돈 되는 글을 쓰는 한 끗 차이는 국어 실력도 필력도 아니다.
ABCD 글쓰기 구조를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 바로 그것뿐이다.
Ch. 1 작가를 소개합니다
부산 초읍 출신.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운대학교에 진학했다. 철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하며 글에 상업성을 입히는 감각을 배웠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스타트업에서 굴렀다. 한국말도 어눌했고, 맞춤법도 엉망이었다. 하지만 아이비리그에서 받은 글쓰기 교육을 토대로 글을 돈으로 변환시킨다. 언어를 막론하고 먹히는 글쓰기 기술이 있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
Ch. 2 이 책을 쓴 이유가 있습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오랜 시간 마케팅이 모든 것이라 믿어왔으나, 정말 그럴까? 최근 마케팅 능력뿐만 아니라 글쓰기 능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실상 전 국민이 카톡에, 인스타에, 블로그에, 브런치에 글을 쓰고 평가받는 시대다. 그들은 글쓰기 능력을 구원시켜 줄 책을 찾지만, 간결한 문장으로 생생하게 글을 쓰라는 엇비슷한 정통 글쓰기 책만이 유일한 옵션이다. 하지만 온라인 환경에서의 글쓰기 질감은 다르다. 글쓰기와 마케팅을 체계적으로 결합한 책, 특히 저자의 국내 현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은 시중에 전무하다. (...)
Ch. 3 누구를 위한 책인가요?
N.1 마케팅이 막막한 온라인 판매자
30대 후반 스타트업 경력자이자 딸 바보 기혼 남성. 가장의 어깨가 무겁던 차 사업에 적합한 아이템을 발견했다. 부업으로 먼저 팔아볼까? 부업, 마케팅, 카피, 스마트스토어를 키워드로 한 콘텐츠를 소비한다. 잘 파는 글을 쓰기 위해 이런저런 작법 책을 읽고 온라인 강의를 보아도 여전히 답답하다. (...)
Ch. 4 이 책은 다릅니다
이 책은 글쓰기와 마케팅의 공생에 대한 포괄적이고 세련된 접근법을 보여준다. 개인적인 수익 창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구체적인 국내 성공 사례 예시와 전략을 담았다. (...)
Ch.5 마케팅에 진심입니다
6000여 명 팔로워의 배작가 개인 계정 운영 중. 인스타그램 스토리, 릴스, 카드 뉴스 제작을 통해 초고의 일부를 공개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출판 과정을 생생하게 담고자 함. 출간 전 1만 팔로워를 목표. (...)
ch. 6 목차
ch. 7 원고 샘플
출처: <무기가 되는 글쓰기>
배작가의 <무기가 되는 글쓰기>를 참고해 첫 출간 기획서를 만들어 1차 투고를 하던 중 기획서를 대폭 수정했다. 원래 그렇지 않은가. '혹시나. 혹시나. 조금 더 보완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그 혹시나 하는 마음에 뭐라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자료를 찾다가 위 영상을 본 것이 계기였다. 상쾌지수님은 천그루숲 출판사의 기획자이자 마케터로, 예비 저자들이 출간 제안서 포인트를 잘못 잡는 것이 안타까워 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위 영상을 꼼꼼히 캡처해 여러 번 본 뒤, 출간 기획서를 수정했다. 최근 출간 기획서는 한글 파일에서 PPT로 바뀌는 추세라고 하여, 한글 파일의 내용을 PPT로 보기 좋게 옮기려 노력했다. 그리고 상쾌지수님이 강조한 유사(경쟁) 도서 분석을 추가했는데, 공저이면서 유사한 분류에 속한 책을 찾는 것이 다소 어려웠다. 당연한 얘기지만 예비 저자라면 집필 전 기획 단계에서 유사 도서를 철저히 분석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글 하단에 영상 링크를 남겨 두었다. 영상을 보면, 바로 "계약하시죠!"가 튀어 나온다는 실제 출간 기획서와 투고 메일 내용이 나오니 참고하여 멋진 기획서를 쓰시기 바란다.
"출간 기획서도 사업 제안서와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합니다. 사업 제안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떤 점 이 중요할까를 거꾸로 물어보고 철저히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글을 써야 합니다. 책 한 권 출간하는 데 적어도 2000만 원을 투자하는, 많게는 억대까지 투자하는 출판사 입장을 더 세밀히 봅시다. 그들이 초보 작가를 보며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이 책이 팔릴까입니다." <제말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 주세요> 중
제목이 자극적이지만, 친절한 책이다. 출판사 입장에서 예비 저자들이 지켜주었으면 하는 기본적인 것들을 알려준다. 출판 시장, 글쓰기 핵심 꿀팁, 투고, 마케팅, 책을 쓰면 돈을 버는지 등. 예비 저자가 알아두면 유용한 내용이 많다. 이 중 4장, 출판사에 투고하기에 나오는 '출간 기획서에 들어갈 내용'을 정리해 봤다.
1. 저자 인적 사항: 이름, 연락처, 메일, 약력
2. 원고 정보: 제목(가제), 부제, 분량, 페이지 수
3. 기획 의도: 집필 의도, 출간되어야 하는 이유, 누가 읽어야 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서술
- 원고 전체에 대해 한두 문장으로 간단명료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이 문장 안에 차별성이 들어가 있어야 함
- 안 좋은 예: 평범한 사람이 담담한 필체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든 책
- 좋은 예: 50대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몸, 마음, 일상, 환경, 기억, 생각, 관계, 감정, 태도, 역할의 10개 영역에서 조언한 책
4. 예상 독자: 세밀하고 구체적인 타게팅. '한 사람'을 생각하며 설정할 것
- 독자층 설정하는 방법: 예상 독자는 남성인가, 여성인가? → 나이는 몇 살인가? → 직업은 무엇인가? → 연봉은 얼마인가? → 주거 형태는 어떤가? → 미혼인가, 기혼인가? 여기에 트렌드를 고려함
- 안 좋은 예: 20~50대 직장인 및 전문직 (거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타게팅 한 것임)
- 좋은 예: 은퇴와 50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사람
5. 저자 프로필: 원고와 직접 연관 있는 커리어만 기입
6. 저자 sns
원고를 투고하면 출판사에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저자님은 소셜미디어를 하세요?"입니다. 책이 잘되지 않았을 때 출판사는 경제적인 타격이 큽니다. 그렇다 보니 출간 전 저자에게 연결된 여러 소셜미디어 인프라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거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글을 쓰려는 예비 저자들에게 꼭 당부하는 것이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88p)
출처: <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 주세요>
이렇게 참고 자료를 정리한 것을 보면, '출간 기획서 열심히 썼나 보군!'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자료 조사하면서 마음만 졸였을 뿐,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글쓰기 전도사이자 자경노 리더인 밀알샘과 오글오글 멤버인 키움샘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출간 기획서와 출판사 투고 리스트를 받았다. 오글오글 멤버들에게 출간 기획서에 대한 애정 어린 칭찬과 피드백도 아낌없이 받았다.
어떻게 하다 보니 또 ‘기승전 함께’, ‘기승전 오글오글’이 되버렸다. 하지만 사실인걸 어쩌겠는가. '출판 시장이 얼어붙었다. 책을 읽는 사람보다 책을 쓰는 사람이 많다'라는 말에 글을 쓰면서도 잔뜩 위축됐었다. 혼자였다면 책을 쓸 생각도, 기획서를 쓰고 투고할 생각도 미뤄뒀을 것이다.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분들과 함께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를 쓰는 것보다 출간 기획서를 쓰는 것이 몇 배로 힘들었다. 핵심 파악 능력도 필력도 부족한지라 멤버들의 조언이 글로 풀리지 않을 때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나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건 아닐까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완벽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며 출간 기획서를 손에서 놓아줄 수 있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뒤를 돌아보면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부족한 면이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때는 그때의 최선을 다했고, 지금은 지금의 최선을 다할 뿐이다. 모든 것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완벽하지 않으면 어때!'라는 당찬 생각도 든다.
어쨌든 많이 배웠다. 그거면 충분! :-)
정말 TMI죠? 그래서 그 출간 기획서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거야 궁금하실테죠. 부족하지만 일부 공개해 봅니다. 부끄러움이 조금 사라지면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
[참고 자료 링크]
3. 김태한 <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