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이라고 합니다
지난 월요일 <오글오글 씁니다(가제)> 계약을 위해 출판사 대표님을 만났다. 출판사 대표님을 만나기 전부터 궁금했던 것은 ‘우리 원고를 출간하기로 한 이유’였다. 하지만 물어보기 쑥스러워 이리저리 뱅뱅 돌고 있는데, 함께 해준 공저자 김진옥 작가님이 대신 물어봐 주셨다. (어찌나 고맙던지!)
돌아온 답은 ‘진정성’이었다. ‘투고 메일에 진정성이 느껴졌고, 글에서도 그랬다. 원고야 서너 꼭지 읽어보면 감이 온다.’는 것. 투고 메일을 보내는 작가들의 마음은 다들 진심일 터인데,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그 투고 메일은 내가 쓴 것이 아니다. 둘째, 대표님이 받은 투고 메일은 사실 두 번째 열어 본 메일이다.
무슨 말이냐고? 첫 번째부터 살펴보자. ‘그 투고 메일은 내가 쓴 것이 아니다.’ 그럼 누가 썼을까? 오글오글에서 ‘사랑과 긍정’을 담당하고 있는 늘품 작가님이 쓴 것이다. <오글오글 씁니다(가제)>는 11인의 저자가 쓴 공저이다.
공저의 장점이 무엇인가? 어려울 때 서로 의지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투고 과정에서도 저자들의 협업이 큰 역할을 했다. 김진수 작가님과 장소영 작가님께서 하사(?)하신 출판사 리스트와 폭풍 검색으로 찾아낸 리스트를 합치니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그런데 늘품 작가님의 제안으로 저자들이 일정 분량씩 부담해 투고를 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글을 참고하시라~ <출판사 투고 리스트를 정리하며>)
그렇게 7명의 작가가 각각 60여 개의 출판사 리스트를 정리하고, 공유 문서를 이용해 투고 메일 내용을 함께 만들었다. 투고 메일 작성에서 우리가 신경 쓴 것은 두 가지였다. ‘원고의 핵심 내용이 들어갔는가, 출판사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가’ 이중 출판사에 대한 애정은 출판사의 출판물 중 <오글오글 씁니다(가제)>와 유사한 것을 언급하거나, 출판사의 결과 오글오글이 잘 맞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물론 맞춤법 검사, 진심 어리고 따뜻한 문체는 기본이다.
여하튼, 우리가 계약한 출판사는 늘품 작가님 담당이었는데 작가님의 특기는 사실 편지 쓰기임을 밝힌다. 작가님은 딸, 아들이 있는데 사춘기 정점을 지나는 자녀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대신 매일 칭찬 편지를 쓰고 있다. 편지 덕에 자녀들과 관계가 어떻게 변화됐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리고 매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는 분이니, 우리의 소중한 원고를 자식처럼 여겨 얼마나 정성스럽게 투고 메일을 보내셨을지 눈에 선하다.
둘째, ‘대표님이 받은 메일은 두 번째 메일이다.’ 이것은 무슨 말일까? 말 그대로 같은 출판사에 시간차를 두고 두 번 메일을 보냈다는 것이다. 처음 투고를 시작한 것이 8월 하순이었는데, 투고를 하면 보통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
1. 읽지 않음 (한 달 반이 지났는데, 아직도 읽지 않음으로 표시된 곳도 있음)
2. 읽었지만 답 없음 (그래도 읽어줘서 고마움)
3. 읽었지만 기계가 회신함 (로봇이라도 답장 줘서 고마움)
4. 읽었지만 출판사와 맞지 않다고 회신함 (그래도 내 이름이라도 적어 줘서 고마움. 그런데 기계일까? 사람일까?)
5. 읽고 정성스러운 피드백으로 회신함 (회신해 준 것도 고마운데 원고 피드백을 해주니 출판사에 대한 애정이 듬뿍 생김. 딱 한 곳이었음) (추가: 이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보낸 것은 나인데, 평소 매우 애정하는 출판사라 투고 리스트에 없음에도 따로 메일 주소를 찾아 보낸 곳이다. 회신된 내용에 자사 책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매우 감사한다는 내용과 함께 원고에 대한 피드백이 담겨 있었다. 출판사 관계자분들도 사람인지라, 자사에 대한 관심과 진심이 담긴 투고 메일에 반응하게 되는구나 짐작해 봤다.)
위와 같은 까임, 읽씹, 거절, 정중한 거절과 함께 출판사 세 군대에서 출간 제안 메일이 왔다. 하지만 100% 만족스러운 조건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한 군데를 골라 출간할지 고민하다가 (이번에도) 늘품 작가님의 제안으로 2주간 투고를 더 해보자는 결론이 났다.
늘품 작가님은 본인의 첫 책도 4개월 만에 출판사를 찾았으며 우리의 글을 기다리는 출판사가 어딘가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투고 메일을 읽지 않거나 답이 없는 출판사가 많았기에 출간 기획서와 장제목을 수정해 재투고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2차 투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다른 일을 하느라 전화를 받지 못했는데, 문자 메시지로 출판사임을 밝히며 통화를 요청했다. 느낌이 좋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했는데, 여러 번 시뮬레이션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버버 하다가 통화가 끝났다. 그래도 선인세, 1쇄 발행 부수, 기타 조건 등이 초보 작가, 그리고 공저에 대한 대우치고 매우 괜찮았다.
그래서 계약 성사!!
물론 그 과정까지 또 뒷이야기가 있기에 다음 글에서 이어가 볼까 한다.
+) 여기서 잠깐! 출판사 대표님이 받아 본 첫 번째 메일과 두 번째 메일에서 달라진 점은 기획서와 장제목, 투고 메일 내용입니다. 투고 성공에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죠. 그래서 무엇이 투고 성공률을 높이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 번 실패했다고 멈춰서는 안 된다는 점은 알 수 있습니다.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수정하면서, 그리고 진심을 담아 될 때까지 시도해 보는 것, 그것이 결국 우리의 글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동력이겠지요. 오늘도 자신의 서재에서 글을 쓰고 있는 작가님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