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나가며 사는 것도 행복이다

하루치의 따뜻함 29

by 전태영

차를 타고 운전하며 가다 보면 조수석에 앉은 아내는 어김없이 잔소리를 시작한다.


“조심해서 운전하세요.”

“너무 바짝 붙지 마요.”


30년 넘게 운전한 나로서는, 이런 말이 귀에 익숙하면서도 솔직히 조금은 거슬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아내 말대로 한다. 그리고 불평도 하지 않는다.


예전에 TV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에게 ‘충고’와 ‘잔소리’의 차이를 묻는 걸 본 적이 있다. 아이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충고는 듣기 싫은 말이고, 잔소리는 더 듣기 싫은 말이에요.


그 말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맞다. 우리는 충고든 잔소리든 들으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런데도 정작 우리는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자주 한다. 왜일까? 결국, 그 말 속에는 ‘관심’과 ‘사랑’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첫째, 아내는 매일 아침 내 출근 가방에 간식을 챙긴다.

그것도 우스꽝스럽게 오리발 무늬 가방에 과일, 채소, 견과를 바리바리 넣으며 말한다. 어디 아들이 소풍가는 것 마냥 말이다.

“점심시간에 배고플 때 드세요.”

나는 조금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점심 먹으면 충분한데 간식은 안 챙겨도 괜찮아.”

그러면 아내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안 먹더라도 가져가세요!”

결국 나는 그걸 챙겨 나간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꼭 먹게 된다.


둘째, 출근 복장 이야기다. 나는 그냥 아무 셔츠나 집어 입고 나가려 하면, 아내가 어김없이 한마디 한다.

“그거 구겨졌어요. 색도 안 어울려요.”

그럴 때마다 나는 말없이 다시 옷장을 연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그래,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셋째, 전화를 할 때도 아내는 조용히 참견한다. 내가 대화 중 엉뚱한 말을 하면 어깨를 쿡쿡 찌르며 속삭인다.

“그건 아니지요!”

통화가 끝나면 나는 괜히 웃음이 난다.


이쯤 되면 알겠다. 아내의 잔소리는 단순한 훈수가 아니다. 나를 향한 애정의 표현이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고, 단정하고, 바르게 보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안다.

잔소리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걸.

관심이 없으면 잔소리도 없다.

그러니 잔소리는, 참으로 고마운 소리다.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따뜻한 잔소리 한마디 건네보는 건 어떨까? 그 잔소리는 누군가에게 전하는 나의 작은 관심일지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의 잔소리를 들었다면, 미소로 받아보자.

그 안에는 사랑이 있고,

그 사랑 속에서 우리는 “혼나가며 사는 행복”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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