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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태영 Sep 20. 2024

4-1 아빠의 웃음은 백만불짜리

아빠에게 보내는 네 번째 답장

아빠! 지난 편지에 아빠가 나한테 아빠의 마음은 하나야.우리 딸이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했지? 이 말은 예전에도 해준 적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편지 답장으로 받고 보니 더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것 같아. 그런데 나도 사실 이 말을 아빠에게 제일 해주고 싶어.


아빠가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추석에 상주에 내려가서 오랜만에 집 구석 구석에 흩어져 있던 사진들을 봤어. 엄마,아빠 신혼 때 사진, 나랑 동생의 어렸을 때 사진, 내가 아기 때 살았던 집 사진. 이런 사진들을 보다 보니까 내가 정말 사랑받고 자랐다는 걸 알겠더라. 특별히 이 사진은 내가 다니던 유치원에서 '아빠의 날' 행사였던 것 같은데 그날 아빠가 공개 수업을 해주는 모습이 담겨있어. 다른 아빠들도 와서 하는 행사였지만 아빠는 이 한 순간의 모습이 아니라 내가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방학숙제를 같이 해주고, 공부도 같이 알려주려고 했었지. 마냥 귀찮아 하고 쉬고 싶어하는 아빠가 아니라 뭐라도 같이 해주고 싶어했던 것 같아.

지금은 나도 상주를 떠나 인천에 살게 됐고, 예전처럼 아빠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는 일보다 내가 해내야하는 일들이 많게 되었잖아. 그렇게 살다보니 어렸을 때 아빠가 나에게 해줬던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더 느끼게 됐고, 감사함을 더 가지게 되더라. 그런 든든한 지원과 도움이 있었으니 내가 지금처럼 긍정적이고 진취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지금은 어렸을 때 내가 아빠한테 받은 그런 든든한 응원들을 아빠에게 다시 돌려줘야겠다! 라는 마음이 더 크게 드는 것 같아. 37년간 살아오면서 교직에서, 사회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어. 경제적으로도 해결해야하는 가장으로서의 무게도 있었을테고, 우리 가족만 아는 힘든 일들도 많았잖아. 그런 무게들을 이젠 내가 어떻게 하면 덜어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야. (이런 편지를 주고받는 것도 고민에서 나온 결과들이라고 할 수 있지:))


아빠! 이번 추석 연휴 꽤나 길었잖아.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3일의 시간 동안 외갓집도 가고, 아빠가 추천하는 맛집 삼계탕도 먹으러 가고, 성묘도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 뵙고 오고, 문경 새제도 갔고. 아빠가 카페를 좋아해서 항상 정해진대로 밥 먹고 스타벅스에 가서 차 한 잔 까지. 그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게 뭐야? 라고 물으면 딱 하나로 대답할 수 있어!


"엄마, 아빠가 웃는 얼굴!"


어딜가도 가족과 함께면 좋은 건 당연한 거고, 풍경도, 음식도 모두 멋지고 맛있는 건 당연한 건데, 그 중에서도 딱 떠오르는 건 엄마, 아빠가 웃는 얼굴이었어. 이번 연휴에는 엄마와 아빠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던 것 같아. 내 핸드폰 속에 웃는 사진이 많더라고! 나는 우리가족이 다시 모이는 그 날까지 이 사진과 기억들로 살아갈거야.


사진첩에 저장된 이번 추석의 행복한 기억들


아빠의 기억 속에는 어떤 행복이 가득 차있어?


하루 하루 살아가는 시간 동안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사는데 그 중에서 '행복'을 빼놓고는 살 수 없잖아. 불행한 시간보다 행복한 시간을 늘리면 좀 더 좋은 날들을 보낼 수 있는 건 당연한거고. 아빠가 앞으로 살아갈 때도 불안과 불행에 휩쌓여 살기보다는 행복을 쫓으며 살았으면 좋겠어. 아빠의 트레이드 마크인 웃는 표정으로 말이야! 그래서 이번 답장에서 아빠에게 묻고 싶은 질문은 '아빠의 행복'에 대한 거야. 꼭 우리 가족과의 시간 말고도, 아빠 학교에서의 기억도 좋아! 아빠의 행복은 어떤 모습일지가 그냥 궁금해졌어! (사실 테니스는 무조건 들어있을거라 생각해!ㅎㅎ 아빠-테니스=0 이잖아)


아빠! 나는 요즘 아빠의 다이어리도 다시 꺼내보고,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조금씩 아빠와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느껴. 평소에는 이야기를 해도 어떤 일들을 했는지 정도만 알았지 아빠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잖아. 서로 시간도 없었고. 그래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한 함께 잘 보내고, 그 시간 속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천천히 곱씹으면서 이렇게 편지로 남겨보려고 해.  그러면 우리 가족의 추억이, 아빠와의 시간이 차곡차곡 모아질 거니까. 이번 질문도 잘 부탁해!


*그리고 우리 다음에는 어디로 여행을 가볼까? 엄마 아빠의 예쁜 웃는 모습 많이 많이 찍어주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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