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아시아, 쿠칭, 툰쿠푸트라
보통 방학이 되면 바쁜 남편은 두고 아이와 둘이 1-2주 해외여행을 다니곤 한다. 2017년 1월 친구와 그녀의 아들과 함께 홍콩, 마카오로 여행을 떠났다. 휴가를 길게 낼 수 없었던 친구는 홍콩, 마카오 여행 뒤 바로 귀국해야 했지만 방학이 찾아온 나로선 바로 돌아올 필요가 없으니 여행 계획할 때부터 홍콩에서 어디를 들렀다 올까 생각했다. 그때 검색엔진 배너 광고로 보았던 ‘에어아시아’ 항공사가 불연 듯 떠오르며 취항도시와 표 가격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의 저가 항공이고 쿠알라룸푸르를 중심 공항으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가격을 검색해보니 홍콩에서 고작 7만 원이면 4시간 비행으로 쿠알라룸푸르에 갈 수 있었다. 일사천리로 호텔을 검색했는데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에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5성급 호텔의 명단이 주욱 뜨는 게 아니겠는가. 이 전까지는 자유여행만 다니는 나에게 동남아는 너무 덥고 여행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막연한 편견이 가득했던 때라 저렴한 비행기표 값과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고급 호텔에 눈이 휘 둥굴 해졌다.
5성급 호텔에 조식까지 포함하여 5박을 예약하고 비행기표까지 득템 한 뒤 쿠알라룸푸르란 도시에 대해 탐색하기 시작했고 말레이시아가 그간 생각했던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가 아니란 사실을 발견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만 달러(1997년 대한민국 국민소득 수준)가 넘고 수도인 쿠알라룸푸르는 국제도시로 외국 인구가 대한민국보다 많았다. 영국과 네덜란드 식민지배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나의 무지함을 반성하며 여행을 준비했다.
홍콩에서 친구와 헤어지고 아들과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는 발걸음은 그간 무수한 해외여행의 기대감과는 많이 다른 뭔가 기분 좋은 설렘이었다. 공항 도착 후 그랩으로 (동남아의 우버로 고정가격제로 운영) 차를 불러 호텔로 향하며 저렴한 그랩 가격에 우선 놀랐고, 택시 운전사와 영어로 1시간 남짓 신나게 대화를 하며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심지어 나에게 너 한국사람인데 왜 영어를 잘해라고 묻는 기사의 질문을 들으며 ‘뭐지.. 이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을 것 같아’라는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쿠알라룸푸르의 상징인 페트로나스 타워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 맑은 하늘에 높이 솟아있는 마천루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동남아라고 생각되지 않는 분위기에 놀라며 호텔에 입성 후 으리으리한 호텔 로비에 놀라며 ‘난 8만 원 결제했는데 여기 내가 예약한 호텔 맞아??’라는 생각을 하며 체크인을 시작했고 친절한 인도계 호텔리어는 아들과 둘이 왔고 말레이시아는 처음이고 도시 인상이 너무 좋다며 칭찬일색을 늘어놓는 나에게 룸 업그레이드라는 선물로 응답하여주었다. 말도 안 되게 기분 좋은 도시라는 인상을 갖고 시작한 그 여행이 2년 간의 쿠칭 생활로 나를 이끌어 주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5일간 만난 호텔리어, 데이투어를 통해 만났던 외국 여행객들과 말레이시아 이주자 등으로부터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및 어학원 얘기를 전해 들었고 여행이지만 답사객처럼 국제학교와 어학원 상담을 하게 됐다. 상담 후 바로 다음 방학 때 아들의 어학연수를 결정하고 상담한 어학원에 대기를 걸어두었다. 1달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어학원 수업을 받는 비용이 고작 100만 원 정도였기에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일사천리로 한 달 살기 할 집을 Air bnb로 예약하고 다음 방학의 한 달 살기 준비에 돌입하였다.
행복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준비하기 시작한 쿠알라룸푸르 한 달 살기. 집과 항공권, 어학원을 저렴하게 준비하고 쿠알라룸푸르뿐 아니라 다른 도시에 있는 국제학교들까지 조사를 시작하였다. 아이와 한 달간 말레이시아 국내 및 근거리 해외여행 등도 함께 준비하며 여행과 아이의 공부 그리고 아이의 미래 국제학교 생활을 동시에 준비하는 시간은 기대감과 걱정, 두려움 등의 혼재된 감정으로 가득했다.
드디어 여름방학 시작, 바로 비행기에 몸을 싣고 쿠알라룸푸르 한 달 우리 집에 입성했다. 어학원과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멋진 야외 수영장과 짐(gym)이 딸린 53층짜리 고급 콘도에 들어서며 아들과 내지른 탄성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이는 오전 오후 학원에 가서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고 나는 그 시간 브런치의 여유를 즐기며 KL(쿠알라룸푸르) 국제학교에 본격적인 입학상담을 받으러 다녔다. KL에 있는 국제학교는 숫자도 많을 뿐 아니라 비용과 시설, 한국인 비율도 천차만별이다. 내 예산과 학교의 위치 한국인 비율 등을 고려하여 선택한 몇 개의 학교 상담을 받았으나 한국인 비율이 높다는 생각이 들고, 한국에서도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 KL 역시 우리가 사는 곳과 비슷한 도시일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말레이시아 제2의 도시로 우리나라 부산처럼 바닷가를 끼고 도시가 형성되어 도시와 바다의 한적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도시였다. 국제학교 숫자도 KL과 비교하여 적었고 학비 또한 더욱 합리적이었다. 후보로 생각했던 세 개 학교 상담을 받으며 알게 된 사실은 중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많은 중국인 유학생도 함께 유입돼 2-3학년 아이들 입학 대기가 심각했다는 것이다. 우리도 역시 세 학교 모두 대기였고 국제학교 한 반 정원이 20명에서 25명 정도고 매년 2-3명의 학생들만 새로 입학했었다는 입학담당자의 설명으로 페낭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다음 답사지는 말레이시아의 국제학교 리스트를 검색하며 홈페이지에 있는 캠퍼스 사진에 반했던 “Tunku Putra School”(현재는 Tunku Putra-Help International school) 차례였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에 사라왁 주, 주도 쿠칭이라는 도시에 있는 학교.. 난생처음 들어보는 도시 이름에 처음부터 크게 마음을 쓰고 있지는 않았던 곳이다. 하지만 학교 캠퍼스에 직접 두 발을 내딛는 순간 바로 여기다 하는 느낌을 받았다. 넓은 대지에 1층짜리 단독 건물들이 수십 채 들어선 교정은 파란 하늘과 더불어 아름다운 느낌을 주었다. 보통 입학상담 교사 또는 직원이 상담과 안내를 하는 학교들과 달리 TPS는 초등 교장선생님이 직접 나오셔서 캠퍼스 시설 안내와 학교 입학 관련 상담을 진행해주셨다. 뭔가 따뜻함과 배려까지 느껴지는 학교에 이미 마음은 90% 정해졌다. 입학을 위해 영어와 수학 입학시험이 있기에 입학시험 예약까지 하고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이미 방문했던 다른 학교들에는 크게 흥미를 보이지 않던 아이도 넓은 캠퍼스에 반해서인지 이 학교는 다니고 싶다는 말까지 하는 게 학교를 결정하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 몇 달 뒤 추석 연휴 아빠와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입학시험을 보았고 반까지 미리 배정받으며 2018년도 1월 대망의 학기 시작을 기다리게 되었다. 글로 보면 담담하지만 실제로는 꽤 다이내믹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출처: 툰쿠푸트라 스쿨 페이스북
( 미리 답사를 통해 입학시험 및 입학 일정을 처리했던 필자와 달리 일반적인 입학 과정을 소개한다.)
입학 과정
학교에 이메일을 보내 자리가 있는지 확인하기(또는 학교 홈페이지 admission 탭을 눌러 정보 입력 후 학교의 연락 기다리기) – 입학시험 예약하기- 입학시험 보기(간단한 영어 파닉스, 링딩, 수학시험) - 합격 후 국내에서 말레이시아 싱글 엔트리 비자 발급 ( 학교에서 요구하는 각종 서류와 입학 허가서 들고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에 비자 신청 ) - 말레이시아 입국 후 말레이시아 이민국에서 학생비자 신청 (학교에서 발급해주는 서류와 보험증서 필요) - 학생비자 발급 후 부모 중 1명은 이민국에 가서 동반자 비자 신청 ( 부모 중 1명에게만 비자가 나오므로 부부가 함께 체류하고자 할 때는 무비자 체류기간 3개월에 한 번씩 외국에 다녀와야 함.)
너무나 중요한, 학비
필자의 아이가 학교에 다닐 때보다 학비가 약간 올라서 연간 학비 약 RM 22,000 + 연간 ESL 약 RM 12,000 = RM 32,000(9,600,000만 원 (월 80만 원)
* 교내 ESL 코스 : English as a Second language의 약자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학교 내에 있는 어학센터로 Literacy와 중국어, 바하사(말레이어) 시간에 각자 아이들 실력에 맞게 집중적으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다. (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들과 달리 대부분의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내에 ESL 클래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