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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아쉬워요

by 이지희

더운 여름이 지나고 이렇게 가을이 왔네요.

9월의 첫날이 가을을 알린 것이 아니라 시원한 바람이 가을이 온 것을 알려줬어요.

매일 같은 길을 걷다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잠시 멈춰 그 바람을 맞이했답니다.

'1년 만이구나, 또 왔구나, ' 여름을 좋아하지 않아 매년 기다리던 가을이 어김없이 와줘서 감사했어요.

갈 길을 가던 참이기에, 발걸음을 떼야하니 이 가을바람이 아쉽게 느껴지네요.

금세 추워질 걸 알기에 내리쬐는 가을 햇빛 속에서도 나를 시원하게 하는 그 바람을,

나는 잡고 싶은데 잡지 못하네요.

아쉬워서, 그렇게 아쉬워서. 괜히 머쓱한 미소 속에 아쉬움을 애써 감춰봅니다.

열심히 지내다 보면 그리고 늘 그곳에 있다 보면 다시 찾아 올 가을이기에, 그래도 위안이 됩니다.


가끔은 마음이 어려울 때가 찾아 오지요.

몸과 마음이 지쳐도 내 마음을 다시 깨우는 것은 다름 아닌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볼 때에요.

내 상황이 더 나아서,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여서가 아니지요.

나보다 더 급박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우선 사람을 살리고 봐야 하는 것처럼 내 정신은 눈물을 머금고 또 한 번 심히 맑아집니다.

강퍅한 마음으로 잘잘못을 따지지 않아도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 한 번 더 응원하고 도와주고 사랑해야 하는 거겠지요.

그렇게 돌고 돌아 다시 내 자리에 서도 내 상황은 그대로이지만, 때마침 불어온 시원한 가을바람덕에 나는 위로를 받네요.

가지 말았으면 하는 그 바람은 곧 찬 바람이 되겠지요.

아쉬운 공간을 피아노의 선율로 채우고 고독해지는 마음은 사랑으로 채우렵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요.

허리춤을 동여매고 조금만 더 마음을 다 잡습니다.

계속해서 걸어가야 해요.

아직 갈 길이 남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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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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