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니면,
그 어떤 감미로운 목소리로 나에게 사랑을 속삭인다 해도
볼륨을 낮추는 것처럼.
내 마음의 볼륨은 내가 아니면 켜지 못하고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나는 나를 잃을까 해서,
자리를 지킨답니다.
혼자여도 우뚝 서서,
새벽을 깨워 오늘 하루를 주심에 감사하는 그 자리를요.
때로는 매일 같은 자리가,
매년 깊어지는 밤이 너무 어두워
태엽을 돌려 그 어느 때로라도 돌아가고 싶지만
그것은 잠깐이죠.
똑딱거리는 초침 소리 위로 이 시간은 조용히도 흘러가고 있으니까요.
명절을 맞이해 오랜만에 온 본가에서의 밤은 나를 편안하게도 하고 돌아보게도 하네요.
또 오랜만에 찾은 할머니댁에서의 북적거리는 소리는 나를 즐겁게 하지만
그 후 홀로 돌아온 방안에서의 고요함은
내가 어디까지 깊이 들어온 건지 알아채지 못할 만큼의 정적으로 나를 휘감네요.
어릴 적 나의 감성은 그대로 살아있네요.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고,
나의 10대와 20대의 다양한 모습들도 지나갔지만,
나는 나로서 그대로 숨 쉬고 살아 있네요.
나는 약간의 씁쓸함이 좋습니다.
그마저도 없으면 언제 슬퍼질지 모르잖아요.
하고 싶은 일을 이루었다면 행복한 일이지요.
못 이루었다 해도 괜찮아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감사한 일이지요.
없다 하더라도 괜찮아요.
나에게 힘이 되는, 결국 나를 웃게 하는 그 작은 일을 하면 되니까요.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 일기로나마 새길 수 있는 그 소소하고도 소중한 나의 일을 적어 봅니다.
이렇게 캄캄한 밤에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 가는 이 글처럼요.
너무 감성적이라며, 너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그렇게 나를 몰아가지 말아요.
조금만 여유롭게 인정해 준다면 나는 힘이 날 것 같아요.
이따금씩 내가 우주 속에 존재하는 작은 별 하나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만,
나는 박자에 맞춰 끊임없이 치는 박수 소리 위로
답답한 순간을 즐겁게 이겨냅니다.
웃고 싶어요.
지금도 웃고 있지만,
더 환한 모습으로 웃고 싶어요.
찾고 싶어요.
내게 소중했던, 아니 여전히 소중할 것들을요.
그 찰나의 반짝임들이
내 수고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 줄 것 같아서요.
그리고 나는 멈추지 않겠지요.
이렇게 나로서 감사하게 살아가는 나날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