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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디작은 쪽지에 가득 채운 마음

by 이지희

두근거리는 마음.

그와 달리 정말 작은 소식이라지만,

오래도록 기다렸던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그 작은 구름이

마침내 내 머리 위에 떠올랐답니다.


저에겐 오래전부터 꿈이 있었습니다.

그 꿈을 사랑했지만,

잡으려 할수록 모든 것을 바쳐도 멀어져만 갔습니다.

더 이상 바칠 것이 없게 되었을 때

나는 멈춰 서야 했습니다.

내가 나를 내려놓았을 때

그 꿈은 다시 내 마음을 두드렸고,

나는 다시 마주한 꿈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모습에 눈물만 흘렸습니다.

무엇이 남아 있나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아무런 희망의 껀덕지조차 다 사그라져 있음만을 발견했을 때

눈을 뜨고 있어도 감은 줄 착각할 만큼 캄캄한 밤만을 바라보았답니다.


그렇게 나의 꿈에 속해 있던 내가

허공 속으로 사라지고,

여전한 새벽이슬만이 왔다가는 수많은 밤을 보내던 어느 날

매일 같았던 그 밤.

그제야, 잊은 줄 알았던 꿈의 반딧불이 내게로 왔습니다.

내가 쫓아가지 않아도 살아 움직여서 작게 반짝이는 꿈의 조각이었습니다.


찾아온 반딧불이 반가워 잡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가도

잡힌 내 손에 사라져 버릴까 잠시라도 바라보는 것에 만족하며

어느새 난 이 어두운 밤이 길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루지 못할 꿈이어도 좋으니 살아있음을 느끼는 게 행복했습니다.

그 소중한 불이 꺼지지 않기만을 바랐습니다.

아침이 와도 더 열심히 살았습니다.

밤이 되면 그 빛이 꺼지지 않았기를 바라며 기도로 하루하루를 견뎠습니다.


그리고 어제,

그 작은 불빛의 자리에

아침에도 사라지지 않는 구름이 떴습니다.

작은 구름이라고 별거 아니라고 하여도 상관없습니다.

해가 떠도 사라지지 않는 그 작은 구름이,

분주한 낮에도 내 마음을 밝혀 주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작은 구름은 작은 자리를 데려왔습니다.

작은 자리지만,

저는 새롭게 일을 하게 되었답니다.

단순히 경제적인 의미의 일이 아니라,

오래 품어 온 꿈의 한 조각을 다시 찾아

내게 주신 소망을 실현할 수 있는 자리이기에

마음 깊이 감사한 일입니다.


이 기쁜 소식을 함께 할 이 없어

겉으론 담담하지만,

마음속에서는 감사의 고백이 조용히 피어납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감사를 이 글 한편에 조심스레 적어 봅니다.


오늘 이 시간,

새롭게 꿈을 위해 또 한 걸음 시작하는 분에게

작디작은 쪽지에 감사와 기쁨을 가득 담아 보냅니다.


새로운 일 앞에 때때로 두려움이 찾아오더라도 괜찮습니다.

사랑이 두려움을 이기니까요.

나의 길 위에 있는 일이라면 그 일은 내 것이기에 더욱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의 끝은 사랑으로 열매를 맺게 될 테지요.

그러니 기쁘게 집중해 봅시다.


오늘 이 밤,

우리 모두 행복한 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걱정보다는 용기를,

염려보다는 즐거움을 붙잡아

내일을 맞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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