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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Oct 21. 2024

따뜻한 봄날 아래 (6)

11월 6일 수요일


내가 너무 깊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처음 찰리 엄마의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나 절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다행이다.

찰리 엄마도 수술을 잘 받으시고 모금도 잘 되어서 찰리네 부모님이 다시 행복해지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오늘 잡화점이 열릴 계획이었다니!

그 계획은 늦춰져서 아쉽지만 아저씨도 기운 내셨으면 좋겠다.

그런데 아빠의 해결방식이 어른스러운 방식이 맞을까? 찰리 아저씨가 모든 이웃들이  알게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시면 어떡하지? 아빠의 방법이 정말로 찰리 아저씨를  위하는 일이 맞는지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뭐 도움을 줄 수 있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역시나 더 중요하다는 말이시겠지?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건 맞으니까.

내가 아직 어린 걸까? 내 마음도 그래서 어린 마음인 걸까?

어른들의 무덤덤함이 낯설면서도 성숙함이란 그런 것인지 적응해 가야 하는 걸까?

나는 한 달을 불편한 마음을 안고 살았는데 말이다.

어찌 됐건, 하나님! 문제가 잘, 그리고 빨리 해결되게 해 주세요. 찰리 엄마도 수술이  잘 되어 낫게 해 주세요!


다음 날, 제이미가 학교에 있는 동안, 론의 어머니와 제이미의 엄마는 찰리네 문제로 아침부터 일찍 만났다. 마음씨 좋은 사람들. 둘은 함께 모금함을 만들고 모금기록부를 작성할 표도 만들었다. 그리고 1번과 2번에 자신들 부분의 이름을 나란히 적고 액수를 가린 흰 봉투를 모금함에 집어넣었다.


“찰리 엄마가 내일 수술을 받고, 내일모레 병원비를 정산한다고 해요. 그러니 우리는 오늘, 내일 그리고 모레 점심까지 모금을 해서 함께 전해요.”


론의 어머니가 계획을 말했다.


“그래요. 우리 어디부터 가면 될까요? 출발합시다.”


제이미 엄마도 풍요로워진 마음으로 빨리 집을 나서려 했다.


둘은 함께 열심히 모금을 했다. 제이미가 학교에서 돌아와 쉬고 있을 무렵 론의 어머니와 제이미 엄마가 첫째 날의 모금을 마치고 돌아왔다.


“잘 다녀오셨어요? 오늘 모금은 어땠어요?” 제이미가 궁금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기대하는 눈을 하고선 물었다.


“오늘 모금이 꽤 됐어. 사람들이 생각보다 이웃 일이라 그런지 많이 도와주려 하더구나.”


엄마가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오늘 도와줄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많이 모금을 해주었어.”


론의 어머니가 덧붙여 말했다.


긴장을 놓치지 않고 이번 사건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제이미가 아직 기뻐하기엔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내일 보기로 한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내일은 모금이 더 잘 되었으면 좋겠구나.”


제이미 엄마가 말했다.


론의 어머니는 거실 식탁에 앉아 오늘의 모금액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표정이 썩 좋지 않다.


“생각보다 합계는 많지 않군.”


“얼마나 모였어요?”


제이미 엄마가 물었다.


“73만 원.”


“사람들이 많이 한 것 같았는데, 액수 모이기가 쉽지 않네요.”


“그러게, 그래도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으니까. 모금함이랑 장부는 여기다 놓고 갈게요. 내일 아침 일찍 오면 되죠?”


론의 어머니가 모금함을 거실 한 모퉁이에 얌전히 놓으며 말했다.


“그럽시다. 내일 봐요.”


“수고하셨어요. 조심히 가세요.”


제이미도 인사했다.


“엄마, 내일은 저도 학교 마치고 따라가면 안 돼요?”


“너도? 가고 싶니?”


“네. 함께 하고 싶어요.”


“그래. 그럼 내일은 저녁까지 하기로 했으니까 학교 마치고 오후에는 같이 가자.”


“네, 엄마!”


제이미는 함께 돕는 그 일에 동참하고 싶었다. 엄마와 론의 어머니가 아까 모금하는 일을 들려주었을 때 그들이 감동했던 마음을 고스란히 느꼈기에 자신도 그 일을 함께하고 싶었던 것이다. 새롭고도 개인적인 이 일이 제이미에게는 큰 호기심과 기대로 다가왔다.


‘내일은 주변에 친한 이웃들에게 간다고 했으니까 바랐던 모금액이 다 채워졌으면 좋겠다. 너무 빨리 채워져서 찰리 어머니 수술 전에 전해 드리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찰리 어머니도 수술이 잘 될 거야. 이제 우리 엄마와도 친해지고 론의 어머니하고도 친해져서 같이 바베큐도 해 먹고 그러면 좋겠다. 너무 잘됐다.’


내일을 기다리며 희망을 꿈꾸며 그날 밤 그렇게 제이미는 일찍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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