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 겨울을 이기고 잎을 틔워 낸 튤립들을 보며
가끔 친구가 자기 아이들의 진로에 대해서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나름 여기저기 외국 좀 쏘다니고 이것저것 손만 대 본 걸 대단하게 아는 척 떠벌인 탓일 게다.
정작 내 스스로의 진로도 모르며 뒤죽박죽 살았고, 앞으로 남은 내 삶의 진로도 모르겠는데 나보다 뛰어난 AI시대의 MZ들에게 감히 무엇을 조언하고 일러 주란 말인가.
결국 고질병인 주접을 참지 못하고 훈수질을 하다 보면, 결국 내가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투사를 하고 있다.
영어 하나는 마스터해라.
한 직장을 오래 다녀라.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경제적 안정을 먼저 이뤄라.
공부해라.
남 말 듣고 주식하지 마라.
술 많이 마시지 마라.
담배 피우지 마라.
운동해라.
이젠 노화의 단계로 접어들어서인지 아무도 나보고 커서 무엇이 되라고 하지 않는다. 잔소리가 없는 것이 슬프기도 하다.
티비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동시에 들고 다니는 노인들을 보며 사람들이 혀를 차는 것을 보며 저렇게는 크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라디오에서 어느 초등학생의 꿈이 [부유한 백수]라고 한다. 만약 내가 70살까지 잘 큰다면 [손가락질 안 받는 조금은 부유한 덜 아픈 늙은 백수]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