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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벳 Jun 18. 2024

예쁜 아줌마가 되고 싶어요

이왕이면 우아하고 기품 있는 그런 사람 말이에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습관처럼 핸드폰 속 작은 네모의 세계로 빠져 들어간다. sns에는 멋진 모습을 지닌 이들이 가득하다. 행복한 미소와 아름답고 날씬한 외모,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살짝 주눅이 든다. (물론 그 사진을 올리기 위해 여러 사진을 찍고 제일 잘 나온 걸 골랐겠지만)



그에 반해 내 모습은 참 한심하기 짝이 없다. 손에 집히는 대로 입고 나온 옷, 세수도 못한 얼굴을 가리고자 모자를 쓴 채로 아이 등교 후 잠시 카페에 앉아 있는 중. 물끄러미 바라본 창문에 한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다른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있는 모습이 흐릿하게 비친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가 싶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하루 속에서 시간만 흘러가는데. 여전히 제자리만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 변하고 싶고 달라지기를 원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저 무기력하게 재미없이 지나가는 일상에 깊이 젖어들어 있다. sns 속 빛나보이는 이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어떨까.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나다가도, 이제 와서 뭘 어쩌라고, 뭘 할 수 있는데 라는 반대편 내면의 소리에 의욕은 쑥 들어가 버린다.






작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디터 딱지까지 받았다. 썼던 글들 중에 일부는 메인에도 오르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한참을 신나서 글을 썼더랬다. 동시에 자신감이 충만하고 뭔가 할 수 있다는 의욕이 자라나는 듯했다. 하지만 아무리 글을 써도 난 여전히 못난 사람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오히려 글을 쓰는 나와 평소의 나의 모습의 거리감에 미칠 듯이 괴로웠다. 글 뒤에 숨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못난 사람이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뭘까. 이제는 정말 달라지고 싶어. 거울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순간 sns에서 빛나는 이들의 모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나도 빛나고 싶다고. 멋진 모습으로 당당하게. 환하게 반짝이며 웃음 짓는 그들처럼 말이다. 그러기에는 거울 속에 보이는 여자는 투실투실하게 부어 있는, 이미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고 마흔에 접어든 초라한 모습이다.



“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어. 다이어트하고 날씬한 모습으로 달라질 거야. 두고 봐.”



그날부터 이를 악물고 살을 뺐다. 매일 강박적으로 운동을 하고, 철저하게 식단 관리를 했다. 그동안 이런 열정과 의지가 있었을까 할 정도로 독하게 집중하며. 사람들도 거의 만나지 않고 관계를 끊다시피 했다. 눈물겨운 노력 덕분인지 거의 유치원생 하나의 무게가 몸에서 달아났다. 옷 사이즈가 두 단계 아래로 내려갔다. 몰라보게 달라진 외모에 주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네가 이렇게 독한 사람이었구나 하며)




한동안은 만나는 이들이 표현하는 놀라움에 내심 뿌듯했다. 힘든 시간을 지나간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그래, 이거 봐바.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거든) 티는 안 냈지만 은근히 뽐내는 즐거움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반색하던 이들 중 누군가는 오히려 독한 면이 있다고 뒤에서 수군거리고 있었다. 예전 얼굴이 더 여유 있어 보이고 좋았다, 지금은 훨씬 차가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물론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하라고 쿨하게 받아쳤지만. 내심 상처를 받았더랬다. 겉모습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약한 내면을 지닌, 한마디 말에 아파하고 흔들리는 유약한 사람인 건 변함이 없다.







여전히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 어느 정도 보이는 변화는 이루어 냈을지라도. 실은 외면도 내면도 단단한 삶을 살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달라지려 한거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는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걸 깨달았다. 본래 우리는 다시 도돌이표처럼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있기에. 달라진 삶에는 새로운 생활 패턴이 필요하고, 이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그래서 삶이 달라졌냐고? 그토록 바라던 현실과 이상의 내 모습이 맞아졌냐고? 아니.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단조로운 흐름을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전환 중이다.  약간의 노력을 더하며. 아침에 후줄근한 옷을 차려입는 대신 단정하게 준비를 하고 학교에 아이를 데려다준다. 그러고 나서 매일 카페에 앉아 핸드폰 대신 책과 태블릿을 꺼낸다. 습관처럼 보던 sns대신 책을 보고, 태블릿을 두드리고 글을 쓰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타인에게 주는 관심을 이젠 나에게 두기로 했다.



달라진 외모로 달라진 삶을 꿈꾸며. 화려한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이젠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이로 거듭나는 중.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예뻐하고 사랑하는 여자가 되기로 했다. 자신 만의 빛을 내는 예쁜 마흔 아줌마가 될꺼야.







난 지금 이 순간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사진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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