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벳 Jul 02. 2024

내가 입는 옷이 내가 된다

트렌드보다는 당신에게 맞는 옷이 더 예뻐요


“어머나. 이게 언제 적이야? “

우연히 예전 일기장 속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 환하게 웃고 있는 20대의 여성이 있다. 젊고 생기 넘치는 모습에 존재만으로도 반짝임이 가득하던 때. 하지만 입고 있는 옷은 지금이라면 절대 입지 않겠지. 몸에 딱 붙는 윗옷에 스키니진이라니. 그때는 예쁘다고 입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당시에 엄마가 혀를 끌끌 찼던 걸까. 나중에 사진 보고 후회할 줄 알고 )




이런 스타일을 알고 있다면 당신도 밀레니얼 세대 (이미지 출처 : Unsplash)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다녔다. 패션의 황금기라 불리는 밀레니얼 시대를 지나며. 매년 유행이 달랐다. 너나 할 거 없이 스키니진, 힙합바지, 핫팬츠, 미니스커트 등을 자유로이 입었다. 다채롭고 과감한 스타일을 즐겼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래. 그때는 그게 힙하고 세련된 줄 알았지. 나에게 어울리는 것보다, 유행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게 중요했다. CéCi, ecole 같은 패션 잡지에 열광했고, 친구들과 유명 연예인들의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쉬는 날에는 지하상가를 돌아다니며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비슷하게 꾸미고자 발품을 팔기도 했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브랜드 의류, 백화점 옷에 집착, 탐닉했다. 당시 옷은 나에게 즐거움이자,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푸는 여흥이었다. 뿐만 아니라 몸에 대한 집착을 불러왔다. 44 사이즈의 옷을 입고 싶어 강박적인 다이어트를 하기도. (결국, 원하는 사이즈의 옷을 입기는 했지만 ) 자신을 옷에 맞추는 게, 삶의 이유였던 시절. 그럼에도 다양한 옷을 즐기고 입은 지난날에 대해 후회는 없다. 그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했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거의 20년이 지나 발견한 사진 속 모습이 부끄러움과 창피함으로 다가올지라도 말이다.






옷을 사랑하던 여자는 어느새 마흔

여전히 옷을 사랑한다

전과는 다른 방향과 속도로



언제부터인가 쇼핑을 하는 게 귀찮아졌다. 돌아다니면서 옷을 고르고 쇼핑하는 게 이제는 소모적인 느낌이 든다. 워낙에 온라인 쇼핑몰들이 잘 되어 있어 백화점,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 않아도 좋은 옷을 고를 수 있다는 점도 있고. 생각보다 백화점, 브랜드 옷들이 예쁘다고 느껴지지 않더라. 합리적이지 않은 가격도 또 다른 이유. 여타 다른 옷가게도 마찬가지이다. 전에는 지나가면서 마음에 드는 옷들이 보이고는 했는데, 흥미가 떨어진 걸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더불어 다른 이들의 옷과 패션에 대한 관심이 덜하다. 패션잡지, 관련 sns들도 예전처럼 매력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어떤 연예인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에도 둔감해지는 듯. 관점이 달라진 걸까. 이제는 타인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보다는, 그 사람의 전체적인 발란스를 눈여겨보게 되더라. 상대방이 자주 입는 옷을 보며 그 사람의 개성과 느낌에 집중한다. 오히려 값비싼 브랜드 옷보다는, 개성을 담은 유니크한 옷이 궁금해진다.



심플한 니트, 셔츠와 플레어스커트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타인의 취향보다는 나의 취향에 중심을 둔다. 어울릴 듯한 옷을 신중히 탐색하고 구입한다. 무턱대고 당장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지 않고 한동안 고민을 하고 사게 된다. 그렇게 산 옷이 주는 만족감은 확실히 다르다. 유행하는 옷에는 오히려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된 건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변화이기도. ( 이는 다양한 옷을 입어 보고, 경험했던 지난 시간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 그러다 보니 요즘 입고 있는 옷들은 비슷한 결을 지닌다. 닮아있는 디자인에 튀지 않는 무채색의 톤의 옷들. 이리저리 매치해도 부담 없이 어울리는 옷이 대부분이다.



또한 나에게 어울리는 옷은 장점을 드러내면서 단점도 아름답게 보일 수 있게 하는 옷임을 깨달았다. 더욱 예뻐 보이는 게 만든다는 점도.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 비로소 자존감도 단단해질 수 있음을 아는가. 자신이 지닌 고유한 매력을 빛나게 하는 옷이야 말로 진정한 멋을 위한 옷이다.








입는 옷이 나를 보여주고 드러냄을 알게 되면서, 더욱 옷에 신중해졌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는 건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태도가 아니다. 어울리지 않는다면 미련 없이 떠나보내는 게 맞다. 입지도 못할 옷을 아깝다고 억지로 붙잡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다채로운 화려한 컬러보다, 무채색 톤이 주는 안정감. 화려한 무늬가 있는 것보다 심플함이 주는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런 옷을 입을 때 비로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더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입고 즐길 수 있는 옷을 입을 때, 타인에게도 편안하게 다가가는 내가 된다.



더불어 단순한 옷처럼 삶도 심플하게 살고 싶어졌다. 힘에 겨운 관계를 억지로 붙잡지 않기로 했다. 상대방의 시선에 신경 쓰기보다 내 안에 중심을 둔다. 나와 다른 결을 지닌 사람과는 적절한 선을 지키는 용기를 내어본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내면에 집중하는 안정적인 삶에 집중하고 있다. 마치 무채색의 단정한 옷처럼. 나를 우아하게 만드는 삶으로 채워가는 중이다. 마흔 여성의 진정한 멋짐을 담아.






트렌드가 아무 의미 없어질 때

진짜 멋쟁이가 된다

by 밀라논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