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마흔 앓이를 시작합니다
마흔. 나이 앞자리가 4로 바뀌고 체감한다. 몸도 마음도 39살의 나와 확연히 달라짐을.
먼저 마흔을 만난 이들이 말하더라. 40이 되니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고. 그냥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아프다고. 그 말을 그저 푸념이라 여기며 코웃음을 쳤던 지난 시간을 반성한다. 이제 막 문턱에 들어섰을 뿐인데 이렇게 힘들 줄이야. 누구보다도 혹독하게 맞이하고, 마흔 앓이가 이런 거구나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마흔 앓이의 시작은 얼굴에 나타났다. 사춘기 시절에도 여드름 없이 깨끗했고, 어떤 화장품을 발라도 쏙쏙 잘 먹는 건강한 피부의 소유자. 여태껏 피부과에 한 번도 간 적이 없고, 주변 엄마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더랬지.
한 번도 속 썩인 적이 없던 모범생 같던 피부는 작년 말부터 반란을 일으켰다. 화끈화끈 얼굴에 홍조가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 이내 이마와 볼, 턱에 울긋불긋 붉은 자국이 덮였다. 오돌토돌 여드름도 함께. 환절기라 그런가 보다 하며 집에 있던 연고를 바르고 상비 알레르기약을 먹었다. 하지만 잠시 뿐 점점 심해졌다.
참고 참다가 결국 피부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한참을 살펴보신 후 주사피부염이라는 생소한 병명을 전한다. 면역이 떨어져 발생하는 피부질환으로 치료 기간도 오래 걸릴꺼란다. 당분간 피부에 어떠한 자극도 주면 안 되니 당연히 화장도 금지. 처방받은 연고와 로션만 바르며 지내야 한다고. 매운 것, 뜨거운 것, 자극적인 음식도 멀리 해야 한다.
주사피부염에 대해 찾아보니 알레르기, 면역력 저하, 피부 체온 조절 균형이 깨짐 등에 비롯된다고. 그리고 갱년기 여성에게 더 나타나기 쉽단다. 갱년기라는 단어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이제 겨우 마흔인데. 아니 벌써 마흔이 된 건가. 40 평생 신경 쓰지 않고 나를 버려둔 결과에 마음이 쓰다. 갱년기가 성큼성큼 다가올 때까지 모르고 있었음에.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았다. 몸이 망가질 정도까지 나를 내버려 두고 돌보지 않음을 반성하며. 지금부터 나의 마흔의 삶은 달라져야 한다 생각했다. 가족을 우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돌보는 걸 잊지 말자고. 몸을 해치는 일, 음식을 멀리 하자고. 나를 소중하게 여기며 아껴주자고. 그러면 혹독한 마흔 앓이도 유연하게 지나갈 수 있겠지.
화장을 과감히 내려놓았다. 당분간 쌩얼로 다닐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더라 ) 민낯의 뻔뻔함은 마흔을 유연한 마음으로 맞이하게 하는 첫걸음인 셈. 그래. 나의 마흔은 당당함으로 시작한다.
(다행히 점점 피부는 순조로이 회복 중이다. )
민낯, 생각보다
편하고 홀가분하더라고요
메인사진 출처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