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로서 1년을 돌아봅니다
"딸랑. 딸랑."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난 후.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간다. 향긋한 커피 내음이 코 끝에 닿는 순간, 아침 내내 분주했던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다양한 음료들을 둘러보며 잠시 고민에 빠진다. 고소한 라테가 좋을까? 달콤한 카페 모카는 어떨까? 하지만 우유가 들어가서 아침엔 좀 부담스러운데. 역시 아메리카노를 먹어야겠어. 키오스크로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잠시 안을 둘러본다. 학교 근처이다 보니 엄마들이 둘, 셋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바쁜 아침 아이들과 남편을 출근시키고 잠시 누리는 휴식 시간이려나. 다른 한편에는 헤드셋을 끼고 노트북으로 일을 하거나 책을 읽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곳이 그들에게는 작업실이자 휴식처겠지. 카페라는 작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하루를 열고 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주문한 커피를 받고 자리에 앉아 태블릿과 읽고 있는 책을 꺼낸다. 이제 준비 완료다. 갓 내린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고소하고 쌉싸름한 풍미와 따뜻한 온기에 남아있던 긴장이 싹 녹아내린다. 예전에는 여기에서 아이를 보내고 앉아 잠시 한숨을 돌리러 엄마들과 육아와 남편의 이야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했었지. 그러면서 신경은 한편에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이들에게 가더랬다. 사람이 이렇게 많고 시끄러운데 어떻게 집중을 하는 거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솔직히 그들과 나의 모습이 비교되는 기분이 들어 애써 합리화를 했던 거지만 말이다.
작년 슬초 브런치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다. 브런치 스토리를 자주 읽었기에 브런치 작가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와 책과는 약간 결이 다른 가벼운 글들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공감이 되었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꿈도 꾸었다. 그러던 중 운명처럼 슬초 브런치 프로젝트를 만났다. 이은경 선생님과 전국 각지에 있는 엄마들과 일주일에 한 번 줌으로 만나 두 달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직접 얼굴을 마주 하지 못해도 온라인으로 오픈 톡으로 마음을 나누며 울고 웃었더랬다. 서로를 응원하고 으쌰으쌰 하는 힘으로 글쓰기를 시작, 그렇게 한 명의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글을 쓰는 여자이자 아내, 엄마가 되어 살아간 1년 여 동안 삶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브런치스토리 에세이분야 크리에이터가 되었다. 지금까지 썼던 60여 편의 글 중 15개 정도가 다음 메인 포털에 올라갔다. 작년과 올해 틈 게시판에 글이 실리기도 했다. 글쓰기와 함께 시작한 다이어트로 18kg을 감량하고 건강을 되찾았다. 얼마 전에는 공저 기획 출판 계약을 마쳤고, 내년에 여름에 책이 나올 예정이다. 그리고 아이의 이야기가 담긴 브런치 매거진 <사랑스러운 오티즘 이야기> 덕분에 KBS <사랑의 가족>에도 출연을 했다. 그렇게 글쓰기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중이다.
매일 조금씩 쓰고 읽는 사람이 되었다. 짧은 시간이라도 글쓰기와 독서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책과 노트북을 챙겨 카페로 향한다. 등교, 출근 준비로 엉망이 된 집은 잠시 미뤄두고, 카페에서 책을 읽고 쓴다. 뭔가를 거창하게 계획하고 준비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카페에서 자신만의 작업을 하고 있는 멋진 여자가 되어 있었다.
삶을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가고 싶어졌다. 나의 가치에 한계를 두기보다 다양한 가치들을 살피게 되었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려 하고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는다. 다시 한번 멈추어 순간의 느낌에 집중한다. 코끝에 스치는 바람도 아침의 따사로운 햇살도 그저 당연한 게 아니다. 아무리 작은 것들이라도 의미가 있고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한 걸음 한 걸음 나만의 속도를 지키며 꾸준히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특히 글쓰기는 근육을 단련하듯이 매일 조금이라도 하는 게 필수이다. 더불어 빠르게 이루어 내기에 집중하기보다 올바른 방향성을 지켜야 한다. 지금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도 괜찮다. 꾸준히 과정을 이어가고 있는 만족이 더 크게 다가온다. 작고 작은 시간이 쌓이면 그 이상의 빛을 발한다는 걸, 지난 1년의 시간이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매일 카페에 도장을 찍으며 오전의 글쓰기를 하는 한 사람의 말을 기억하시길.
우리도 글쓰기로
팔자 한 번 고쳐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