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마리 새끼들이 있는 엄마
지난 봄쯤 처음 내게 발견된 '삼순이'... 나와 눈이 마주치면 도망가거나 경계를 하던 때가 바로 3월이었습니다. 그때 덩치가 좀 커 보여서 큰 애 이거나 새끼를 가진 애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가까이 갈 수 없어
그렇게 짐작만 하던 이 애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겁이 많은 애군... 오해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겁 많고 경계심 많던 애가 어느 날부터는 데크 위로 올라오기도 하며 지속적으로 와서 밥을 먹더니
차츰 나에 대한 경계를 풀었는지 호구라는 걸 알아버렸는지 데크로도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삼순이'가 데크에 머물기도 하고 다른 애들을 피하긴 하지만 다른 애들이 공격을 하지 않으면데크에 올라와 밥도 먹고 합니다. 내가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더니 이젠 내 손길도 허락합니다.
이때가 5월 말경... 지난번 봤을 땐 뚱뚱한 것 같고 새끼를 밴 건가? 했더니 이때 보니 홀쭉한 게 덩치가 아주 작습니다. 해서... 그냥 내가 잘 못 봤구나... 했습니다. 그렇게 삼순이는 데크에서 밥을 먹지만 덩치가 작다 보니 여러 애들 눈치를 보며 데크 밑에 들어가기도 하고 자두네 우리로도 들어가며 '자두' 와도 교류를(?)하는 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삼순이'이 애는 밥은 별로 안 먹고 계속 나를 쫓아다니며 통조림이나 닭고기를 달라고 냐옹거리기만 하니 귀찮기도 하고 좀 얄미운 아이로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우리 집에 오는 애들 중 덩치도 가장
작고 삐쩍 마른 애라 가여운 마음도 들어 다른 애들이 안 보일 때 통조림을 주거나 닭고기를 주었더니 이게 버릇이 되어 계속 쫓아다니고 냐옹대며
치근거리는 거로 알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 옆 풀숲 앞에 앉아 있는 '삼순이'를 보았는데 그 후에도 이 애가 이 자리에서 자주 목격 되곤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보니 이 풀숲에 새끼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세상에....
새끼들은 날 보자마자 도망갔는데 '블랙이' 1마리와 '치즈' 1마리였습니다. '삼순이'가 처음 발견될 때
뚱뚱한 게 새끼를 밴 게 맞았고 5월 말쯤 또는 그 무렵에 새끼를 낳은 것 같습니다. 이 풀숲에 새끼들을 데려와 산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지만 요즘 이 숲에서 새끼들이 들락거리는 게 자주 보입니다. 아주 어린애들로 데크에 있는 '고등어' 새끼들보다 훨씬 작은 애들입니다. 새끼를 낳아서 홀쭉해져 온 게 맞고 통조림을
달라고 냥냥거리는 게 다 이유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후 새끼들은 저 풀숲 근처에서 자주 목격이 됩니다.
다만 저 풀숲은 우리 집이 가까운 데지만 바로 차길옆이라 새끼들이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비가 오면 비를 피할 수나 있는 곳인지도 모르겠고요.
그런데 이 '삼순이' 엄마는 좀 이상합니다. 닭고기를 새끼들과 함께 먹으라고 큰걸 주어도 이 애는 그냥 혼자 먹습니다. '고등어'는 닭고기 큰걸 주면 꼭 새끼들에게 가져다 먹이는데 이 '삼순이'는 닭고기를 큰걸 줘도 그냥 혼자 먹습니다. 아직 배달해서 애들 먹이는 걸 모르는지... 해서... 통조림을 새끼들 있는 풀숲에 직접
가져다 놓았는데도 이 어미는 혼자만 먹습니다. '고등어'와는 다릅니다. 아니면 아직 새끼들이 어려서 이런 걸 못 먹는 건지... 아무튼 바로 '자두'네 집 건너편에 새끼들을 데려다 놓고 가까운 데서 돌보려는 '삼순이'도 엄마였습니다.
그렇게 이 '삼순이' 마저 산모라는 걸 알았고 '고등어'만 새끼를 낳고 새끼들을 챙기는 줄 알았더니 '삼순이' 도 새끼를 낳고 그간 어디서 새끼를 돌봐왔는지 모르지만 이젠 우리 집 옆 풀숲에 새끼들을 데려다 놓고
돌보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삼순이 새끼들은 아주 작은 애들이 그렇게도 잽싼지... 딱 다람쥐 만한 애들입니다. 두 마리가 풀숲 밖에 엄마랑 있다가 날 보면 풀숲으로 후다닥 도망갑니다. 사진을 찍을 겨를도 없이 무조건 나만 보면 도망갑니다. '고등어'네 애들이 엄마의 반쯤까지 컸는데 이 '삼순이' 애들은 이제 다람쥐만 한
크기 아이들로 걱정입니다. '삼순이'마저 엄마였다니...
다음에는 '고등어'와 '삼순이'를 수술시켜야겠는데 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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