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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Jul 12. 2024

16화: 심각한 삼각관계

            고등어를 두고 피 터지는 싸움을 하는 수컷들

'치즈 2호'와 '블랙이 2호' 

좌) 밥을 먹는 고등어 곁에 있는 치즈 2호, 우) 역시 밥을 먹는 고등어 곁에 있는 블랙이 2호

'고등어'가 뛰어난 미모와(?) 상상을 초월하는 싸움 기술까지 겸비하여 데크 위에서 여왕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지난겨울 터질 것 같은 배를 하고 와다른 애들 틈에 끼어 악착같이 밥을 먹고 가장 작은 덩치에도 애들에게 밀리지 않고 먹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무사히 출산까지 하고 데크에서 자릴 잡은 지도 벌써 반년이 넘어갑니다. 우리 집에 오는 애들 중 덩치는 작은 애였던 '고등어'는 무슨 매력과 힘으로 데크에서 여왕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이곳 주인이던 '턱시도'를 밀어내고 가족까지 데리고 자릴 잡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는 '치즈 2호'를 남편처럼, 애들 아빠처럼 데리고 다니며 둘은 새끼들까지 가족을 이루며 데크에서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한 건 그 와중에 '치즈 2호'는 잡혀가 중성화수술까지 받고 왔는데도 

아빠, 남편 노릇을 하는 겁니다. 정말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애들... 이렇게 볼정도로 이들은 완벽해 보이는(?) 가정을 이루며 데크에서 살림을 차리고 살고 있었습니다. 

정말 자상한 아빠처럼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는 데다 아내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듯하니까요.  

고등어 가족에게 아빠 노릇, 남편 노릇을 하는 치즈 2호

그런데 그간 '자두'네 집 지붕 위에서 밥을 먹던 '블랙이 2호'는 늦봄쯤부터 자꾸 데크로 와서 '턱시도'의 신경을 건드리며 데크를 넘보기 시작하더니 데크에 오는 약자인 '삼순이'도 무자비하게 공격을 하고 '턱시도'까지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구역을 두고 왜 데크에 와서 기존의 애들을 건드리면서까지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블랙이 2호'는 데크에 머무는 시간도 많아지고 그때마다 '턱시도'와 싸움이 나서 몇 번을 떼어놓고 '블랙이 2호'를 쫓아내고 했는지 모릅니다.  사실 '블랙이 2호'는 원래 순하디 순해서 순딩이라고 불렀던 아이였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붕 위에서  밥을 먹던 성실한 아이가 지난겨울 '호피'에게 공격까지 받고 한동안 안 오더니 봄부터 다시 오기 시작했는데 아주 강해져서 왔습니다. 현재는 덩치도 우리 집에 오는 애들 중 제일 커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엔 막장드라마 또는 19금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좌) 치즈 2호와 대치를 하고 서로 노려보며 하악질 하는 블랙이 2호, 우) 데크로 올라오려는 블랙이를 경계하는 치즈 2호

'블랙이 2호'가 데크에 온 목적이 바로... '고등어'를 차지하기 위한 거였습니다. 늘 '고등어' 주위를 맴돌고 

'고등어'에게 구애 행동을 하고... 그러니 '치즈 2호'가 그 꼴을 못 보니 올 때마다 '치즈 2호'와 붙습니다. 

게다가 이 '블랙이 2호'는 수컷 특유의 행동들을 합니다. '고등어' 주변 벽이나 물체에 소변을 찍찍 쏴서(굉장히 높게 올라갑니다. 물총 쏘듯) 자기 냄새를 여기저기 묻힌다거나 벽이나 바닥에도 역시 자기 몸을 비비며 체취를 묻히며 다닙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고등어'에게 접근하여 구애의 행동을 하며 '고등어' 목덜미를 물려합니다.(이 행위는 수컷이 암컷에게 마운트 하기 전에 하는 행동 같습니다)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그런 행동을 합니다. '치즈 2호'가 있는데도 그럽니다. 그럼 '치즈 2호'가 그 꼴을 못 보니 둘은 또 싸움이 납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치즈 2호'입니다. 이 아이는 분명 중성화 수술을 하고 왔는데도 자기 암컷이라 여기는 마음이 남아있는지 다른 수컷과 싸움을 하는 게 신기합니다. 둘은 '고등어'를 놓고 매번 대치를 하고 심지어 새끼를 두고도 대치를 합니다. 서로 남편, 아빠 노릇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병원에 물어보니 성묘가 된 상태에서 수술한 애들은 그렇게 습성이 남아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청소년기를 막 지난 애들 수술의 경우 수컷 본능을 경험하지 못해서 얌전해지고 암컷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지 않지만 이미 나이 든 수컷의 경우 그런 본능은 남아 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이것들은 새벽이건 밤이건 낮이건 매일 부딪히기만 하면 싸움이 납니다. 새벽에도 몇 번씩 나가 싸움을 말려야 합니다... 이때 웃기는 건 고등어인데... '둘이 알아서 잘해보세요~'라는듯 빠져서 구경만 합니다. (고양이는 수유 중에도 또 임신을 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저 고등어가 심히 의심이 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새끼들 3마리 중 블랙이가 1마리에 고등어 계열이 두 마리인걸 보면 혹시 아빠는 '블랙이 2호'인데 '치즈 2호'가 이 가족을 차지한 거고 '블랙이 2호'는 그걸 되찾겠다고 이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이거야 말로 막장  드라마고)하여간 요즘 '고등어'를 두고 두 수놈들이 피 터지는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치즈 2호'의 얼굴엔 상처가 심하게 났습니다. 이걸 어째야 할지... 요즘 난감합니다.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몰라 일단 폭력을 쓰는 '블랙이 2호'를 쫓아내고 있습니다(턱시도도 공격하고 삼순이도 공격하니...)만 '블랙이 2호'의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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