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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Sep 13. 2024

5:헤어지는 연습

을 못하고... 전전긍긍

고양이들과 연을 맺은 지... 1년 10개월쯤 되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런 시간이었지요.  시초는 '턱시도'였습니다. 그야말로 어느 갑자기 집으로 찾아와선 막무가내로 밥을 달라하고 버티고 있던 이 아이... '턱시도'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었습니다. 내 인생에 고양이가 들어오리라 생각한 적도 없었고 같이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그야말로 내겐 사고처럼 갑자기 찾아온 인연이었지요...

그렇게 시작된 고양이 '턱시도'와의 연은 그 후 '치즈 1호, 치즈 2호, 블랙이 2호, 3호, 4호, 0호, 호피, 최강신예, 고등어네 가족, 삼순이네 가족' 등으로 이어져 왔고... 그렇게 온 아이들은 밥을 먹고 자랐고 떠나고 또 다른 애들이 뜨내기처럼 몇 번 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지금 남은 애들은 '턱시도, 치즈 1호, 치즈 2호, 블랙이 2호, 호피,  삼순이네 가족'입니다. 그런 애들과 헤어져야 합니다.

이 애들을 두고 가야 한다는 마음의 죄책감이 나를 짓누르고 있어 매일 그야말로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이사가 결정되었으니 또 내가 이사 가야 할 집을 알아봐야 하는데 초조한 마음과 이 아이들을 두고 간다는 내 마음의 죄책감등이 엉켜서 요즘 매일 부동산과 연락하고 집을 보러 가고 하면서도 머릿속은 이 애들 생각뿐입니다. 애들과 같이 이사를 갈 수 있는 방법? 도 있지 않을까... 하는... 하지만 그건 가능하지 않고 여기저기 길고양이 돌보는 사이트에 뒤적이며 정보를 찾아보고 동물자유연대에 전화로 상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길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영역을 떠나면 위험해지기 때문에 데리고 이사를 가는 것은 좋지 못하다 하고 결국 자기들의 의지대로 다시 야생의 생활에서 각자도생 하는 것 밖에 없다고 합니다.  위험에 처한, 아픈 고양이등은 발견했을 시 보호하고 치료하여 실내 고양이로 살 수는 있으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아이들에겐 위험할 수 있으니 방법은 좋지 못하고... 결국 아이들이 각자 먹이활동을 하고 다시 영역을 찾아 떠나 스스로 영역을 확보하여야 한답니다. 그러면 성묘들은 일단 다시 예전의 야생생활로 돌아가고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하지만 여기서 태어나 지금까지 내가 주던 밥만 먹던 '삼순이 새끼'들이 문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자유연대 활동가의 말씀은 그래도 어미가 있다면 어미가 보호하며 다시 먹이활동하는 법을 전수시켜 살아갈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물론 야생은 이제 생존경쟁의 법칙이 적용되는 곳이니 애들이 온전히 다 

성묘로 확률은 떨어지겠지요... 특히 겨울, 새끼들이 태어나면 그해 겨울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말이죠. 이 부분이 우선 가슴이 아프고 다른 곳에 가면 이미 터를 잡고 살던 애들과 치열한 영역전쟁을 치르느라 상처가 생기고 그러다 보면 심한 상처로 인한 부상이나 심각한 부상은 치명적인 것으로 연결이 될 수도 있고... 처음 우리 집에서 그랬습니다. 이미 터를 잡고 살던 '턱시도'와 '치즈 1호'는 새로 오는 애들과 얼마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했었는지... 그땐 오는 애들마다 삐쩍 마르고 다친 애들이라... 결국 애들이 여기서 서로 영역을 인정하고 공동생활을 하기까지 거의 매일 전쟁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애들이 같이 데크에서 밥을 먹고 쉬기도 하고 평화로운 공존상태가 되었지만요.

게다가 자두도 이 애들과 공존하며 고양이들과 개가 공존하는 상태까지 이르렀으니까요


그 애들 중  더 많이 눈에 밟히는 아이는 이 아이들입니다


우선 '턱시도....'

데크가 집이고 자기 영역인 턱시도는 데크 관리를 하며 새로 오는 애를 막기도하고 그렇게 1년 10개월을 살고 있고

22년 겨울에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고 거의 반 집냥이가 되어 데크에서 살았고 지금도 퇴근 때면 데크에서 쪼르르 주차구역으로 와서 아는 체를 하는 이 애를... 개냥이처럼 구는 이 애를... 내가 오면 반가운 표시를 

하고 내 무릎에도 살포시 올라와 앉곤 하는 이 애를... 어째야 할까... 요

이 애는 개냥이처럼 구니 데리고 갈까... 그렇지만 오랜 길냥이 생활을 한 아이를, 특히 영역 동물인 이 아이를 낯선 다른 곳에 데려가면 동물 자유연대 활동가의 말씀에는 완전 집냥이가 되어 실내에서 사는 애가 아닌 한 다른 곳에 가서 방생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낯선 곳에서 다른 냥이들과  경쟁하지 못하는 데다 영역을 잃어서 더 위험하다고 합니다. 완전 실내에서 생활하는 애로 만들어 데리고 가지 않는 한 위험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집안에 들여놓으면 잠시 있긴 하지만 나가려 하고 문이 닫혀 있으면 문 앞에서 열어달라고 냐옹대며 울어댑니다. 결국 문을 열면 쪼르르 나가버리고 맙니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은 이 애는 거의 2년을 우리 집에서 살았는데 왜 실내에서는 있으려 하지 않는 걸까...

덥고 추워도 밖이 편한가? 이 애는? 왜 실내에서는 머물러 있지 않는 걸까... 하는 겁니다.

아무튼 이 애가 가장 정이 많이 들었고 오래된 애라 걱정도 되고 헤어지는 것이 두렵고 또 이 애는 어느 날부터 밥을 주던 내가 안 보이면 또 얼마나 힘들어할까... 걱정의 걱정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그리고 호피...

좌) 같이 산책 나가는 자두와 호피                                   우) 산책길에 논에 숨어 있다가 자두가 지나가면 뿅 하고 나타나는 호피

작년 여름 살구가 떠나고 난 후 자두네 집으로 들어온 '호피'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아이이고 무엇보다 '자두' 와 사이가 좋아 신기할 정도로 둘이 붙어 다니며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사이여서 더욱 정이 가는 아이입니다.

우울증 같은 시기를 보내던 '자두'를 살려 놓고 활기를 찾아 준 '호피'는 한동안 안 오더니 올봄부터 다시 와서 '자두'에게 기쁨을 주는 아이인데... 거의 매일같이 산책을 나가니 동네 주민들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스타가 된 아이고 '호피'가 안 왔을 때 '자두'만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어디 있다 나타났는지 쓕~하고 산책길에 나타나기도 하는 등 나와 '자두'를 아주 잘 따르는 아이입니다. 이 아이도 '턱시도'처럼 손길도 허락하는 

아이이고 그래서 걱정입니다. 물론 이 애는 어딘가 집이 있고 밥때만 되면 나타나 밥을 먹고 '자두'네 집에서 '자두'와 놀다 또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렇게 '자두'와 친하니 더 정이 가는 애이고... 아무튼 이 애도  눈에 

밟히는 아이입니다. 특히 이 애는 자기 이름도 알아 '호피~~' 하고 부르면 멀리 있다가도 막 달려와 나와 

'자두' 앞에 발라당 눕기도 하고 '자두'는 이 애가 안 오면 전전긍긍 낑낑대고 불안해합니다. 그렇게 '자두'의 막내 동생처럼 친한 애여서 더.... 이쁨을 받는 아이입니다. 멀리 산책을 갈 때면 영역 밖으로 못 나가는 '호피' 이 애는 그 자리에서 기다리다 우리가 돌아올 때 같이 오고... 그러던 어느 날, 멀리 가다 더 이상 오지 못하는 애를 두고 같은 길로 되돌아왔어야 하는데 잊어버리고 그만 다른 길로 집에 왔는데 다음날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렸는지 다음날 산책 시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에게 냐옹하며 나타나 같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기특하고 신기한 아이입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

물론 다른 아이들도 다 걱정이 됩니다. 특히 '삼순이'네 애들이 걱정입니다. 길냥이로 먹이활동을 해본 적이 없는 애들이라서 말이죠.  다른 성묘들은 이미 길냥이 생활을 오래 했고 우리 집에서 터를 잡고 사는 '턱시도' 같은 애도 있지만 대개의 다른 애들은 또 어디론가 가서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새끼 고양이들은 먹이 활동을 해본 경험이 없으니... 물론 어미가 가르쳐 주며 다시 독립을 시키겠지만 

저 어린애는 다른 동물이나 영역싸움에서 성묘에게 공격당하고... 아무튼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시작을 왜 했을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듭니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거면서 시작을 해서 나도 괴롭고 애들도 힘들게 할까... 하는 자책감 같은 거 말입니다. 동네 어르신께 사실을 말했더니 그냥 '애들은 딴 집에서 밥을 얻어먹을 거야...' 하시는데... 이미 그 집에 터를 잡은 애들과 치열하게 영역다툼을 하겠지요... 다행히도 애들과 사이가 좋아져서 같이 공존을 하면 다행인데... 애들이 그렇게 되기는 어렵겠죠... 아무튼 요즘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늙은 자두도 얼마 있으면 떠나겠지요... 그 이별의 날이 알람처럼 내게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너무 힘듭니다. 살구와의 이별의 순간이 너무나 괴롭고 힘들었는데... 이렇게 고양이들과도 이별을 해야 하니 또 힘들어지고 다시는 이제 길고양이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겠다고... 어떤 생명체도 같이 살지 않겠다고 바보 같은 다짐을 합니다. 정을 준다는 게 이렇게 무섭다는 걸 느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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