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양이 흔적을 찾아...
3주가 돼가는데도 자두는 고양이 앓이를 하는 건지... 이 애의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시간이 가니 밥은 먹지만 그래도 예전만큼은 먹지 않습니다.
게다가 마당에서 12년을 살던 애가 여기와 서는 하도 낑낑거리고 보채서 실내견이 되었습니다.
내놓으면 문 앞에서 하도 끙끙거리며 애걸복걸해서 들여놓습니다.
물론 들어와서도 조금 있다가 나를 쫓아다니며 낑낑댑니다.
아침엔 내놓고 저녁엔 들어와 잠을 자고... 그런 생활을 합니다.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육안으로 관찰하신 수의사선생님은 딱히 아픈 데는 없는 것 같다 하십니다.
다행히도...
다만 검사하려 채혈을 위해 앞다리를 잡으니 기겁을 하고 난리를 펴서 못했습니다
작년엔 얌전히 팔을 내놓고 채혈을 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예전 살던 곳에 가서 고양이 흔적 찾기를 했습니다
이게 자두에게나 고양이들에게 좋은 일이 아니란 걸 알지만...
일단 집 근처에서 노즈웤을 열심히 하며 고양이 냄새를 찾아다닙니다.
그러다 옆집 사람을 만나 고양이들 안부를 물었더니
(이분들은 주말 주택으로 쓰고 금요일 저녁때 와서 일요일 저녁때 가십니다)
자기들은 주말에만 밥을 챙겨주니 잘 모르는데 2주 전까지는 고양이들이 보였는데
그 후엔 싹 안 보인다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어디론가 다시 영역을 찾아 떠난 게 분명합니다. 성묘들은...
그런데 여기가 집인 새끼 고양이들 중 2마리는 아직 여기 있다고 합니다.
자기네 집에서 머문다고 합니다.
결국 그 아이들은 그 집에서 주말이면 챙겨주는 밥을 먹으며 떠나지 못하고
우리 집에서 그 댁으로 자리만 옮겨서 살고 있었습니다.
자두와 그 근처까지 갔는데 새끼까망이가 누워 있다 자두를 보더니 긴장합니다.
오래돼서 잊었나 봅니다.
자두는 아직 그 애를 발견하지 못했고요...
먼발치에서 그렇게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보고 왔습니다.
자두는 거기가 자기가 살던 집이니 자꾸 마당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성묘들은 이제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치열하게 영역싸움을 하며 생존경쟁을 할 것이고
개중에는 이겨서 영역을 차지한 아이도 있을 거고...
그중 몇은 공동으로 영역을 쓰는 애도 있을 테고
누군가는 텃세에 밀려나거나 싸움에서 져 쫓겨난 애들도 있겠지요....
어쨌거나 다치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집에 오는 애들이 하나 같이 처음엔 다쳐 오는 애들이 많았습니다
어디선가 애들이 먹이활동을 하며 싸우다 다친 거셌지요...
그러다 우리 집에서도 각자 영역을 차지한 후엔 애들이 평화롭게 지내며 살도 찌고 털도 깨긋해지고...
그랬는데... 애들이 이 겨울 잘 날 수 있는지...
저도 아직... 이 애들 생각을 하면 가슴이 저릿저릿한 기분입니다
자꾸만 턱시도가, 호피가 떠오르고... 새끼들이 떠오릅니다
떨쳐내려고 하면 할수록 애들이 눈에 아른 거립니다.
자두만 아니라 저도 아직 고양이들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이런 마음입니다.
'턱시도'와 '호피'는 정말 보고 싶고...
내 새끼를 버리고 온 것 같은 죄책감 같은 게 들고 자꾸 눈에 아른거립니다.
다른 성묘들에겐 미안하고... 어디선가 밥은 먹고 있나... 그런 마음이고
새끼들은 걱정이 됩니다. 어디서 밥을 먹을까...
성묘들과 먹이 경쟁에서 먹을걸 차지할 수 있을까...
다행히 지금은 춥지는 않지만 아주 추워지면, 그 추운 날씨... 어떻게 지낼까... 등의 걱정입니다.
가지 말자... 가지 말자... 스스로 다짐을 해놓고도 결국 지난 주말 보름만인가...
'자두'와 함께 찾아갔고 어디론가 다들 떠난 것 같은 마음에 한편... 다행이고
(그냥 마음속에 어디론가 잘 떠났겠지 하는 스스로를 달래는 마음 같은 게 들더군요...)
또 한편으로는 그래도 죄책감 같은 게 남아 나를 괴롭혔습니다
그 예전 집에 있던 고양이들은 떠나갔지만
자두와 내 마음속 고양이들은 어찌 내보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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