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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Sep 05. 2023

[자두, 살구 이야기]

14화: 혼자 남은 자두


늠름한 모습의 자두... 무슨 생각일까

사실 살구가 떠난 후 자두가 눈에 띄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았다. 처음엔...그후  밥은 좀 덜 먹었지만 눈에 띄게준것 같지는 않았는데 웬지 느낌인지 우울해 보이고 늘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고(사실 6월부터 살구를 집안에 들여놓고 있어서 그때부터 자두는 혼자 밖에서 생활을 해왔었다) 그러다 나중에는 밥도 잘 안먹었다.

또한 확실한 건 낑낑대는 시간이 늘었다는 것이다. 자두나 살구는 딱히 어릴 때부터 낑낑대는 습관은 없었다. 다만 자두는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하는 것을 안 할 땐 낑낑거리는 걸로 불만을 표시하곤 했었다. 

이를테면 산책을 나가야 하는 시간인데 안 나갈 때... 작은 소리로 꿍얼거리듯 낑낑댔다.  

그런데 살구가 떠난 후 자두는 그 낑낑거림이 심해진 것이다. 대개는 그늘에 누워 종일 잠만 자는 자두가 

정확하게 산책 시간만 되면 아침저녁으로 낑낑거리며 보챘다. 

아침 5시 30분부터 6시 나갈 때까지 보챘고  저녁엔 대개 6시쯤부터 그랬다. 

정말 몸속에 시계가 있는 듯... 신기했다.

집에 들어와도 구석이나 안방에 앉아 있는 자두

주말이나 휴일 대낮에 너무 더울 땐 에어컨이 있는 실내가 아무래도 시원하니 자두를 데리고 들어왔는데 자두는 우두커니 있거나 살구가 있던 거실 쪽으로는 잘 오지 않으려 했다. 그냥 주방 쪽에서 있거나 안방에 들어가 있었다. 

그리곤 이내 나가자고 킹킹거렸다. 

실내에 있는 걸 못 견뎌하는 것 같았다.

너무 더워~~ 조금만 더 있다가 해지면 나가자~~라고 달래며 몇 시간을 버텨보지만 자두는 그때뿐...

다시 조금 후에 와서 나를 툭툭 치며 문쪽으로 간다.

나가고 싶다는 표시였다. 

한 번은 소파에 누워 선잠이 들었는데 어렴풋 눈을 뜨니 자두가 날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앞발로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낑낑거렸다.

나가자는 것... 결국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이 더운데,,,, 아마도 살구가 있던 자리가 싫은 건지 실내에 들여놓으니 자꾸 나가려 했다.

예전엔 실내 들어오는 걸 좋아했고 특히 두 애들 다 비가 오거나 천둥 번개가 치면 들여보내 달라고 생 난리를 치고 평소에도 둘 다 실내에 나와 같이 있는 걸 좋아했는데 요즘 자두는 실내에 들어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주말에 내가 있을 때만이라도 시원한 실내에 같이 있으면 좋으련만 자두는 이상하게 실내에 있는 걸 싫어했다. 그걸 나는 아마도 자두가 여기선 살구의 생각이 나서 그런 게 아닐까?라고 혼자 생각을 한다.

내가 오버를 하는 건지... 암튼, 

죽음이란 걸, 죽어 있는 친구를  본... 자두의 충격이랄까?... 괜히 보여준 걸까... 후회가 되기도 했다.

자두집에 와서 자릴 잡은 길냥이 호피

그런데 요즘엔 생각지도 않게 길냥이가 나타나서 자두에게 뜻하지 않게 친구(?)가 되었다. 사실 진돗개 종류는 고양이와  상극이라 엄청 흥분하고 공격하려 하는데 이 길냥이  '호피'는 자두 우리에 들어와 자기 영역으로 삼고 매일 두 번씩 와서 있다 간다. 

암튼, 밖에서 우리 근처에 오는 길냥이들을 보면 

그렇게 난리를 피우며 공격적인 자두가 막상 저 

냥이가 들어오면 어쩔 줄 몰라하며 주변을 맴돌며 낑낑거리고 그러는 꼬락서니가 우습고 저 작은 냥이는 버젓이 탁자 위에 자릴 잡고서 먹을 걸 먹고 자두 밥도 뺏어 먹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자두는 냥이 주변을 맴돌며 어쩔 줄 몰라하기만 한다. 그런데 나는 불안하다. 사실 자두가 맘만 먹으면 저 작은 냥이를 물어버릴 수도 있기에 늘 불안한 것이다.

저 냥이를 못 오게 할 수도 없고, 암튼 불안하다

산책하다 풀숲에 뛰어든 자두, 뭔가를 발견하면... 저런다

그러나 변한 건 움직임이 둔해졌다는 것인데 다행히도 산책 시 평소에는 천천히 걷다가 논두렁에서 개구리나 움직이는 곤충들을 만나면 흥분해서 잡으려 뛰어드는 걸 보면 아직은 괜찮구나 하고 안심이 된다. 

집에선 거의 누워 있고 무슨 생각인지 깊이 상념에 빠진 듯 보이는데 내가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는 몸무게가 자꾸 빠지는 것 같다.

점점 빠져서 지금은 26~27k쯤 될 거 같은데 밥은 예전과 비슷하게 먹는 것 같은데 자두의 몸무게는 점점 빠졌다. 사실 자두는 다이어트를 시킨 지는 5년쯤 되었다. 그때 34k가 나가고 살이 쪄서 수의사가 다이어트를 시키라 해서 그때부터 제한 급식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겨우 31k쯤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번 여름 살구가 떠난 후 자두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재보니 28k였고 지금 더 빠진 걸 보면 아마도 26~27k쯤 되지 않을까 싶다. 살이 빠지는 건 좋은데 다리가 점점 얇아지고 있는 게 문제다. 사람도 늙으면 노화의 첫째가 근육이 빠지고 팔다리가 야위는 건데 자두의 다리가 아주 얇아졌다. 얼굴도 아주 핼쑥해지고 역삼각형의 모양이 되었다.

병원에선 다음에 노령견에게 하는 종합 검진 같은 걸 해보자고 했고 현재는 딱히 이상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눈에 눈곱이 많이 껴서 안약을 넣어 주는 것 외엔 현재는 밥도 잘 먹고 괜찮다고 하나 점점 야위어 가는 게 안쓰럽게 보였다.

이 사진으로는 많이 아파 보인다

게다가 왼쪽 눈은 실명이 되었고(이건 몇 년 전부터 그랬다) 그 눈에 눈곱이 껴서 안약을 매일 넣어주고 있는데 일단 얼굴이 많이 변했다.(안충일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안충은 없단다) 뾰족한 역 삼각형이 되었는데 사람도 살이 빠지면 얼굴이 핼쑥해지듯 자두도 얼굴이 역삼각형이 되었다. 오랜만에 본 지인이 자두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요즘은 밥을 많이 줘도 자기가 평소 먹던 만큼만 

먹고 더 이상 먹지는 않는다.

아침 6시 산책을 나가고 밥을 주고 저녁땐 해지고 

7시 30분쯤 산책을 나갔다.

저녁때 선선해지면 6시에 산책을 나가려 하는데 

아스팔트의 열기가 아직은 뜨겁기 때문이다.

산책은 꼭 나가야 했고 정해진 시간에 나가지 않으면 낑낑거리고 보채서 안 나갈 수가 없었다. 논두렁이나 길옆 풀숲에서 개구리나 곤충들이 움직이면 뛰어들어 잡아냈고(그렇게 개구리를 매일 잡아 냈다... 그냥 풀 속에서 물고 나와 길에 뱉어 놓을 뿐 잡아먹거나 죽이거나 하지는 않는다)그런데  올여름엔 털갈이를 유난하게 하는 것 같아 매일 빗겨도 털이 매일 나온다.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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