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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Sep 11. 2023

[자두, 살구 이야기]

16화: 아이들과의 추억- 자두

산책 가서 쉬는 중 바람결을 느끼며 느긋한 표정의 자두

나는 자두와 살구와 같이 살면서 개들의 행동이나 소리 등을 구분하려 노력했다. 물론 그건 그들의 표현중 

극히 일부분만 이해하는 거지만 행동, 표정, 소리 등으로 애들의 상태를 나름 파악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은 아직도 모르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긴 하다. 

자두가 꿍꿍거리며 중얼거리듯 하는 소린 뭔가 불만이 있거나 요구 사항이 있을 땐데 대개는 산책 나갈 

시간이고 '아웅~'하며 하품하듯 하는 소린 '빨리 해줘...' '어서 가자...'등의 재촉의 신호다.

눈을 보면 일단 뭔가 동자가 커진 상태로 응시하는 것 같으면 공격 일보 직전(주로 살구에게)이다.

또한 '아웅~'의 소리가 하이톤이거나 좀 클 땐 화난 것 같을 때 또는 뭔가의 불만 상태다.

자두는 잘 짖지 않지만 짖을 땐 이유가 있는 거고 진짜 뭔가의 알 수 없는 소리나 낌새가 있으면 짖거나 

한다.  이럴 때 나가보면 큰 트럭이 지나가거나 길냥이가 왔을 때다. 

트럭에 반응하는 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고쳐지지가 않았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길 가다 좋아하는 풀 냄새를 맡고 풀 뜯어먹는 자두

우선 자두는 평소 성격은 느긋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살구를 물고 공격할 때는 정말 악마처럼 변한다. 딱히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때가 대부분인데

그나마 알 수 있는 경우는 내가 자두를 야단치거나 

자기한테 좀 심하게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살구한테 해코지하듯 공격하는 것이다.  

일테면 나한테 혼이 나거나 하면 살구한테 공격하면서 나에게 복수하는 것 같았다. 

사실, 대부분의 싸움 그 직전 상황을 자두나 살구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먼저 살구가 귀가 뒤로 

젖혀진 채 자두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자두가 왕~하고 달려들어 공격을 한다. 또는 자두의 눈초리가 살구를 째려보는 듯한 상황이면 또 어김없이 왕~하고 달려들어 물어버린다. 그런데 그 상황이 왜 일어난 건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번은 산책 중 자두가 도로옆 빗물받이 구멍에 

자두 발이 빠졌는데 그때 당황한 자두는 옆에 있던 살구를 물어 버려 길거리에서 싸움이 난적이 있었는데 자두는 자기가 어떤 어려운 상황(나한테 혼나거나 아까와 같은 상황)이 되면 살구에게 분풀이(?)를 하는 것 같다. 못된 놈이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자두는 내게 엄청 두들겨 맞았다는 것이다. 처음, 애들에 대한 정보도 없고 반려인의 자세? 마음가짐도 꽝인 나는 자두가 그럴 때마다 자두를 때려서 살구를 떼어 놓았는데... 지금 생가하면 참 무식하고 나쁜 반려인이었다.

나무 위에 뭔가를 발견하고는 주시하는 자두

자두는 또한 산책 시에 호기심도 많고 사냥 본능에 충실했는데 일단 산으로 가면 청설모나 새들이 나무 위에 있으면 그걸 잡으려는 듯 애를 쓰고 거기서 

눈을 못 떼고 지켜보고 나중엔 왕왕거리고 낑낑대며

안타까워했다. 잡으러 가야 하는데 묶여 있고 공격을 못하니 애가 타는 모양이었다.

산에서 만나는 고라니에겐 어김없이 사냥 본능이 

나와서 그걸 제지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다행히 사람에겐 무심하고 반응도 없고 자기를 아는 체하는 

사람에겐 꼬리를 치며 좋아 하지만 대개는 지나는 사람들에겐 무관심했다. 문제는 산책 때 만나는 

다른 개와 고양이다. 자두는 상대방 개가 예의 바르고 짖지 않고 그럴 땐 자두도 그런 반응이다. 

그런데 상대방 개가 으르렁 거리고 공격성을 보이면 같이 대들어 으르렁 거리며 공격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어떤 땐 예의 바르고 짖지 않는 개와 만나면 

서로 인사도 하고 그렇게 얌전히 헤어지기도 하는데 상대방 개에 따라 곧 싸움이 날것처럼 위태로운 상황도 벌어지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고양이.... 고양이만 

보면 두 애들 다 광분하고 난리가 나는데 평소에는 둘이 나를 끌고 가거나 줄이 팽팽해지는 않는데(한창땐 

끌고 가기도 했다) 고양이만 나타나면 난리가 나고 공격을 하려 해 둘이 나를 끌고 가려했다. 그게 제일 

힘들었다. 

낙엽더미에서 뭔가를 발견한 애들

이 사진은 둘이 낙엽더미 속에서 무슨 냄샐 맡고는 같이 머리를 처박고 잡으려 하다 둘이 머리가 부딪치자 자두가 살구를 공격해서 여기서 싸움이 났고 둘을 분리해야 하는데 야산이라 애를 먹었다.  

결국 이날은 둘이 싸우느라 산책을 중단해야 했다.

웃기는 건 애들이 어떻게 잡았는지 쥐나 새, 개구리등을 문 앞에 모아 놓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내게 칭찬받을 일인 줄 아는 모양이었다.

처음엔 놀랐지만 다음부터는 그냥 무시했고 개들에겐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 했다. 새는 대체 어찌 잡나 궁금했는데 어느 날 바보 같은 새 한 마리가 

베란다 처마 밑으로 들어와 나가지 못하고 베란다 안에서 빙빙 돌 때 자두가 그걸 뛰어올라 잡아채서 물었고 사냥에 성공했는데 기가 막혔다.

이렇게 야생성이 남아 있는 애들이 인간과 함께 

살고 있다니... 진화가 덜된 건지, 야생성이 퇴화가 안된 건지... 그리고 식성은 둘이 달랐다. 일단 살구는 입이 짧고 많이 먹지 않고 같은걸 계속 먹이면 쉽게 물려하는 것 같았지만 자두는 뭘 줘도 다 잘 먹었고 

너무 많이 먹어 걱정이었고 사람이 먹는 건 뭐든 다 먹으려 해 제지를 해야 했다. 자두는 심지어 풀도 뜯어먹고 채소며 과일도 잘 먹었다.  

산책 중 쉼

살구에 대한 공격성만 빼면 자두는 그야말로 100점 만점짜리 애였다. 말도 훨씬 잘 듣고 짖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경계심도 없고 말이다.

또 둘의 성격이 다른 게 산책 시, 갈림길에서 살구나 자두는 또 다른 반응이 보이는데 자두는 대개 내가 이끄는 대로 가는 형이고 살구는 자기가 가고픈 곳으로 가자는 형이다. 대개는 자두가 양보하여 살구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가게 되는데 그런 걸 보면 자두가 훨씬 마음이 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산책 시 살구 뜻대로 해주는 건 평소 자두에게 물리는 애이니 산책에서나마 살구 기를 

살려주자(?)는 생각도 들어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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