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살구 지우기, 살구 밀어내기...
아직 살구를 완전 마음속에서 보내지 못해선지 이 여름 거실에서 같이 살던 살구의 자리가 보이면 문득문득 떠올랐다.
그게... 보고 싶다거나 그립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자꾸만 안쓰럽고 눈감기 전 혼자 괴로워했을 살구가 떠오르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고... 그런 감정이 자꾸 드는 것이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혼자 되뇌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살구를 밀어 내려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렇게 밀어내기를 하고 또 지우려고도 하고... 일부러 더 그랬는지 모르지만 눈앞에 살구가 나타날 것 같아 자꾸만 연관된 것들을 지워냈다. 이뻤던 시절의 기억만 남았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들어 자꾸만 그 아이가 떠나기 직전 것들은 다 지워내려 애를 썼다. 참 이기적 이게도....
그런다고 그게 다 지워지는 것도 아니고 또 어찌 보면 살구는 자기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내가 그렇게 그 시절을 지워내려 하니 얼마나 섭섭할까... 생각도 했지만 나는 가슴속에 그 장면들을 도려내고 싶었다. 밤에 괴로워하는 모습, 같이 부둥켜안고 밤을 보내던 모습... 뭐 이런 것들만 떠올라 나는 지워내고 밀어내고 그랬다.
우선 살구가 썼던 물건들을 치워냈다.
거실에 깔개도 치웠고 살구의 것들은 다 치워버렸다. 소독액을 사다가 박박 닦아내고 알코올스프레이로 뿌려대며 냄새도 없애려 애를 썼다.
특히 아플 때 썼던 것들은 다 없앴다.
그렇게 남은 살구의 물품들 중엔 아직 뜯지도 않은 것들도 있어 당근에 무료 나눔으로 주기도 했다.
우선 병원 데리고 다닐 때 쓰려고 주문한 댕댕이용 카시트(아직 뜯지도 않고 써보지도 못한 제품)도 그렇게 보냈고 기저귀 세트도 그랬다. 매일 집에 오면 살구 관련된 것들을 그렇게 치워냈다.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모질게도 왜 그런 건지...
사실, 살구가 떠날 즈음 우리 집에선 모임이 계획되어 있었고 30년 만에 만나는 역전의 동지 같은 사람들이 모이기로 되어 있었다. 그때 2~30대가 지금 5~60대가 되어 만나는 것이었는데 사실 아픈 살구를 거실에서 데리고 있어서 모임을 취소하거나 또는 장소를 옮기거나 논의를 하고 있었다.
오늘 낼, 오늘 낼 하는 애를 두고 손님들을 불러들일 수가 없었기 때문인데.... 이 아이가 그걸 아는지
모임 하루 전 떠난 것이었다.
장례식장서 유골함에 담긴 살구를 데리고 와 거실
한편 장위에 올려 두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다들... 여기(유골함) 살구가 있어요? 하며 안타까워했다(모임취소를
하느냐 마느냐 때문에 사람들은 살구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살구가 우리 모임 때문에 황급히 떠난 것 같다고 미안해하기도 했다. 그리고 살구가 떠난 지 어언 50여 일 되었고 지금도 살구가 누워 있던 자리만 보면 괴로워하며 혼자 떠났을 상황이 떠올라 미안한 감정... 뭐랄까 딱히 표현하긴 어렵지만 가슴이 아파온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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