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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Aug 30. 2023

[자두, 살구 이야기]

12화: 안녕, 살구... 이제 정말, 안녕....

살구는 이렇게 누워만 있었고 비가 오는날엔 현관에 뉘여 놓고 밖을 보게도 했고 비그친 날엔 마당에 뉘여 놓고 고양이와 인사를 시키기도 했다.

장마가 왔고 매일 비가 퍼부어 온통 꿉꿉하고 후텁지근한 날들이었고 살구는 누워 잠만 잤다.

나는 출근하면서 '잘 버텨줘... 살구'...라고 했고,  살구가 눈을 뜨면 아는 체를 했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다시 잘 있어준 살구한테 '고마워 살구'... 하며 쓰다듬어 주었다. 

그것밖에 할 게 없어서였다. 

그리고 점심때 잠시 와서 자릴 갈아주고 마른 수건으로 씻기고 다시 출근을 했다. 

다행히 직장은 10분 거리였다.


장마가 오래도록 지속되며 비를 뿌려댔고 그러다 비가 계속오면 현관문을 열어 놓고 

현관에 뉘어 놓고 밖을 보게 했다. 

밖에서 살던 애가 얼마나 밖이 그리울까...

비가 그치고 볕이 든 어느 날은 밖에 뉘어 놓았더니 길냥이 턱시도가 와서 살구에게 인사를 했다. 

둘이 처음이자 마지막 가까이서 인사를 한 날이었다.

CCTV에 찍힌 살구의 마지막 용쓰는 모습이다.

난 출근을 해서도 불안해서 cctv로 살구를 살펴보곤 했다. 

이게 그날 cctv로 본 살아 있는 살구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 시간 일어나려 애를 쓰는 것 같았다.

얼굴도, 눈빛도 비교적 똘망똘망해 보였고 이게 아마 이 아이의 마지막 용씀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없는 새 이렇게 살구는 혼자 눈을 감았다. 그게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

얼마나 쓸쓸하게 혼자 눈을 감았을까... 나도 없는데...

자두가 살구의 냄새를 맡고는 죽음을 알았는지 낑낑거렸다

그렇게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살구는    

혼자 눈을 감고 혼자 먼 길을 떠났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날 찾지는 않았을까, 

아프게 괴롭게 가지는 않았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무얼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당장은 슬프다는 생각도 없고 그저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가슴이 미여온다는 표현이 이때   

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가슴이 미여왔다.

그냥 멍하니 앉아

살구야

살구야... 만 백번쯤은 불렀던 것 같다.

만져도 만져도 반응도 없고...

살구야 살구야... 

그렇게 불러도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1년을 같이 살아온 친구, 자두에게 인사를 시켰다. 

자두는 천천히 냄새를 맡고 얼굴을 핥더니 끙끙거렸다. 

자두도 살구의 죽음을 아는 것 같았다. 

"잘 가 살구.... " 말을 할 줄 안다면 그렇게 말했을까 자두는... 

자기들끼리의 언어로 인사를 했을까...  낑낑거리던 게 그 인사였을까?

추모실에서 살구의 사진이 몇 장 띄어져 돌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살구 곁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인터넷에서 장례식장을 찾아냈고 전화로 예약을 

했다.

살구가 떠난 건 2023년 7월 12일 낮, 살구는 

혼자 눈을 감고 세상을 떠났고 나는 그날 저녁에야 정신을 차리고 장례식장을 예약했고 현실로 돌아와 

살구와의 이별을 준비했다.

일터에선 그 시기 노조는 파업을 했고 간부들은 다 비상 상황이라 대기를 해야 했다. 그래서 자릴 비울 수가 없었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상황을 보스에게 말하고 다음날 반차를 내고 살구를 장례식장으로 

데리고 갔다. 

벽엔  미리 보내놓은 살구 사진 몇 장이 

띄워지고 있고 평소 살구의 옷이나 물건 등으로 

살구를 추모하라고 했다.

화면의 살구는 평소 살구의 건강하고 

이쁘던 모습이다. 

저 아이 사진들이 나오니 왈칵 눈물이 났다.

그런 저 아이가 이렇게 떠나갔다.

평생 목줄을 차고 살아야 했던 살구의 목줄을 풀어 주었고 이름표를 떼어 주었고,,, 

나는 살구를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비가 든 적 맞게 내리고 있었고 나도 살구도 낯선  장례식장이란 곳에서 이별을 하고 있었다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살구를....

살구는 이렇게 갔다

대충의 수습과 염을 한 살구는 한지로 덮여 있었고 나는 꽃을 따서 놓아주었다. 

살구라 쓰인 이름표... 평생 이 아이의 목에 있던  

이름표와 평소 좋아하던 간식 몇 개를 마지막 

가는 길에 놓아주었다. 

이제 아프지 않은 곳에서 잘 살아라...

너희 세상에도 내세가 있다면 말이다

아프지 않고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게 말이다

아님 다음생엔 개로 태어나지 말고...

나 같은 사람 만나지 말고...

화로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살구의 모습

이제 2시간 후면 넌 한 줌의 재로 나오겠지

살구...

넌 날 만나서 행복했느냐...

11년간 행복하게 살았느냐...

11년 전 강아지로 내게 온 살구, 넌 이쁘고 

사랑스러운 백구였지...

자두에게 가끔씩 물리기도 하고

그때마다 잘 보호해주지 못해서 미안했고

말년에 네가 아플 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미안했었다. 

잘 가... 살구... 이제 안녕... 살구...

안. 녕. 살. 구



너 때문에 난 행복했어...






살구는 이렇게 유골함에 담겨 예쁜 보자기에 싸여 있다.

그리고 약 1시간 반 만에 이렇게 한 줌의 재가 되어 내게 다시 왔다. 

아직도 밖은 비가 오고 있고 난 이렇게 다시 

살구를 집에 데리고 왔다. 

작은 항아리에 담아...

 이 비 그치면 살구가 추억하던 곳으로 

돌려보내리라...고 다짐했고 

살구가 11년 전 와서 건강하게 살며 산책하고 

오랜 시간 살던 곳(살구에겐 고향과도 같은 곳)

으로  보내 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이 49일이다

살구가 떠난 지...

이제 정말 이별을 해야 할 때다.


11년 4개월간 나와 함께 한 살구,

하얀 백구, 살구

아프지 않은 곳에서 잘 지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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