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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Oct 01. 2023

[자두, 살구 이야기]

20화:  에필로그- 살구를 보내다

살구가 1살이 될 무렵

여름이 갔다. 그 여름의 가운데서 살구가 떠났고 살구가 떠난 지 49일을 보내고 지난 9월에 나는 살구를 보내주었다. 아프지 않은 곳으로... 영영...

살구가 내게로 와 가장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랫동안 살았고 매일 산책 나갔던 산길에서 살구를 보내주었다.

살구의 삶인 11년 몇 개월의 대부분을 살았던 동네고 가장 건강했고 가장 추억이 많은 곳에서 말이다.

산책 시  살구는 앞서 가다가도 뒤를 돌아다본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무조건 이뻐서 받아들였다가 이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나는 이 아이의 반려인으로

잘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살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책임감이, 나를 짓누르기도 하며 세월을 보냈다.

그게 성장이라면 성장이었다.

대개 밖에서 사는 큰 개들은 12년쯤 산다고 했고 실내에서 살고 작은 견종애들은 15년 이상 산다고 했는데

살구는 12년도 못 채우고 갔다.  10살쯤부터 이상 증세가 나타났는데 그때 빨리 수의사와 상담하고 치료 결정을 했으면 어땠을까... 물론 지금 이따위 생각을 하는 게 무슨 소용 있으랴~ 떠나보내고 나서 말이다.

 사실 전엔 자두가 더 걱정이었다. 덩치도 훨씬 크고 관절이상 증세가 나타나고 해서 사실 자두를 걱정했었고 살구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 병원을 다녀도 주로 자두 때문에 다녔었다.

둘을 데리고 병원에 예방주사를 맞히러 가면 의사 선생님이 두 애들 다 너무 착하다고 했다.

주사도 얌전히 잘 맞고 수의사선생님 손길도 거부하지 않았다.

그런 건강했던 살구는 10살이 되자 외양부터 나빠지기 시작하고(모질이) 복수가 차 배가 나오고 숨을 헐떡

거리기 시작했다. 병원 진찰과 검사를 했지만 노령화로 여러 기능이 떨어져 그렇다고 했다.   

웃는 상이었던 살구

건강한 시절부터 살구는 언제나 웃는 상이 었다.

자두에게 물리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얼굴에 확 티가 나지만 그렇지 않으면 언제나 얘는 웃는 상으로

밝은 아이였다 그럼에도 천둥번개가 치면 밖에 있다가도 무서워 난리를 치며 들여보내달라고 해서

안으로 데려와 재웠으며 살구는 밖에서건 안에서건 어떤 자리든 맨바닥에서 눕거나 앉지 않아서 꼭

깔개가 있어야 했다. 입이 짧아 먹을 걸 줘도 많이 먹지 않고 금방 물려했고 자두보다 속도가 느려

그나마 뺏기거나 했다. 두 녀석의 싸움으로 분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임시로 분리를

했다가 다시 합사 하고...  

여러 방도를 구했으나 결국 둘은 같이 살았다.

낯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주로 살구가 짖었고 한때 가출을 일삼던 시절이 있었고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게 가출을 해서 속을 썩였고 다행히 그 후엔 가출을 하지 않았다.  약한 자의 슬픔이라던가... 자두보다

작고 싸움에서 밀리니 심적으로는 늘 살구를 챙기게 되나 겉으로는 차별이 되지 않도록 신경 썼지만 데리고 온 내 새끼 몰래몰래 먹을 거 챙겨주듯 살구에게 슬쩍슬쩍 간식을 더 챙겨주기는 했었다.

눈감기 며칠 전 살구의 모습

살구의 증세는 현재 살고 있는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부터 심하게 나타났던 것 같다. 병원에 가서

검진을 하고 그랬어도 딱히 수의사가 어떤 치료를 하자고... 하지 않고 노화에다 여러 가지 기능들이 떨어져 있다고만 했다.

나는 그걸 어쩔 수 없는 걸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게 되었고 그게 살구의 증세를 악화시킨 것이다. 게다가 약을 받아와도 살구는 약먹이기가 어려워 제대로 쭉 먹이질 못했다.

간기능 망가졌고 신장기능, 무슨 호르몬이상, 복수는 어떤 곳에선 차있다 하고 어디선 그냥 괜찮다고도 했다. 여러 군데의 병원에서 일치된 결과는

간기능 나쁜 이야기뿐이었고 치료에 대해서도 딱히 공통된 게 없었다. 결국은 내 선택이지만 이래서

치료시기를 놓친 게 아닐까 했다. 모든 건 내 잘못이었다.

살구를 보내던날 아침 마지막으로 추억하며,   함께 산책했던  뒷동산에서 이별을 했다

살구가  9살까지 살았던 곳, 평소 늘 가던 산책길의 동산이다.

가장 긴 시간을 보냈고 가장 건강하고 활발한 시기의 동네, 살구는 이곳에서 나와 이별을 했다.

오랜만에 가보니 예전 살던 집에서 산책길은 입구가 막혀있었고 산을 잘라 공사를 해서 변하긴 했지만

늦여름의 어느 날, 살구가 다니던 산책길에서 영영 이별을 했다.

한동안은 그래도 생각이 나겠지...

잘 가게나 살구~~~



그동안 자두 살구 이야기를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며

살구는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 덕에 제 마음속에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자두 이야기는 아마도 고양이와의 일상에서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간 연재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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