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es 아저씨 Sep 25. 2023

[자두, 살구 이야기]

19화: 아이들의 어릴 적...

2012년 초가을 무렵  어찌어찌 연결된 유기견 보호소의 임보(임시보호자)와 연결이 되어 안락사 직전의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고... 그때 별 고민도 없이 그냥 입양을 결정했던 것 같다. 

그냥 키우고 싶었으니까... 

어릴 적 내 책임이 아닌 부모님이 개를 키웠던 때 나는 학교 갔다 와서 이뻐해 준 거 말고는 딱히 내가 

한 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갔다 왔을 때 덩그러니 개목줄만 있는 빈집을 보았을 때 그 슬픔이 너무 

컸던 기억... 그땐 부모님이 개를 팔아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그냥 울고 불고 했던 게 다였다. 또 당시 그게 우리 어머님의 유일한 수입원이었다는 걸 커서 알게 되었는데 생각해 보니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거였고, 어쨌든 수십 년이 흘러 이제 내 의지로 내가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덜컥 '살구'를 

들여온 것이고 나는 그때처럼 개를 팔지 않고 어떻든 끝까지 키우자... 같이 살자... 는 마음 하나... 

그것으로 살구를 들여온 것이다.  그냥 그거면 되는 줄 알았다.

두 아이가 적응하고 서서히 말썽을 부릴 무렵 펜스에 넣었고 행동교정사를 모시고와 기본 교육을 시켰다.

살구가 왔을 때 사실 나는 개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어릴 적 집 마당에 있던 아이들 생각만 났지 

어떡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깡 무식... 그럼에도 입양을 했다. 밥만 주면 되는 줄 알았다.

다행히 살구는 올 때부터 건강상태도 좋아 보였고 포동포동하니 길에서의 생활이 그리 길지 않고 금방 

구조 되어 잘 보살핌을 받은 아이 갔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잘 따른다는 것...

내게 와서 낯가림도 없이 아주 살갑게 다가오고 이쁜 짓도 했다.  정말 이뻐죽는 줄 알았다.

생각해 보니 이 어린 아일... 며칠 후 안락사 시킬 예정이었다니... 세상에나... 어찌 그런 일이... 

끔찍했고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 임보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며칠 후 또 안락사 예정인 아이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이었다. 세상에나.... 뭔  이런 일이...

또 고민 없이 그냥 입양을 결정해 버렸다. 한 아이 키우나 두 아이 키우나 마찬가지...라고 단순무지하게 

생각했다. 개를 키운다는 게 엄청난 책임감이 요구되고 또 동물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케어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함에도... 나는 그저 한 아이 더 데려 오는 거... 라 생각을 했다.

너무나 무지하고 너무나 무책임했고 너무나 단순했다.

두아이가 와서 잘 먹고 잘 적응하니 살도 오르고 외양도 이뻐지기 시작했다. 자두의 모습

그렇게 들어온 애가 '자두' 다. 근데 자두는 살구와는 달리 상태가 썩 건강해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 같고 잘 따르지 않았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가 사람을 무서워하는 걸 보니 학대를 

받았나 의심이 갔고 이 아이는 첫인상부터 외관이 그리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어디서 들은 소린 있어서 처음엔 시간을 두고 적응하게 해야 한다기에 정말... 공을 들였다. 

처음엔 의자 밑이나 구석에서 잘 나오지 않기에 밥을 주고 기다렸고 간식을 주고 나와서 먹기를 기다렸다. 

적극적으로 만지려 하지 않고 그냥 놔두고 시간이 가서 여기가 안전하고 좋은 곳이란 걸 느끼게 해야 해서 

그렇게 천천히 다가가기로 했다.

처음의 살구다, 뽀얀 뽀시래기 시절이다

처음엔 먼저 온 살구가 자두에게 장난을 걸고 놀자고 쫓아다니고 적극적이었다. 그런 살구를 때문에 자두는 

피해 다니고 했다. 뽀시래기 시절엔 살구가 더 적극적이고 잘 놀고 잘 적응했다.

자두는 낯설고 무서운 곳이 아니라는 걸 느끼고 내게도 마음을 열고, 우선은 먹는 걸 잘 먹으니 외양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을 했다. 처음 왔을 때 마르고 털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얘도 뽀얀 털이 나오며 살이 오르니 귀여운 티가 팍팍 나기 시작했다.

자두가 잘 먹고 뽀얀 애로 거듭나고 있다

자두는 삐쩍 마르고 얼굴도 길쭉한 타입의 아이였는데 잘 먹으니 금방 살이 붙고 겉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랑받고 잘 먹는 아이의 성장이 이렇게 잘된다는 걸 실감하는 때였다.

그러자 이번엔 관계가 역전되어 살구의 먹을 것을 자두가 빼앗아 먹기 시작했고  간식은 물론 장난감도 

빼앗고 모든 게 자두가 중심이 되었다. 먹는 속도에서 우선 자두는 살구에게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귀신처럼 후다닥 먹어치운 자두는 살구 것을 빼앗아 먹었고 장난감을 주면 자두는 물어다 자기 쿠션에 

가져다 놓거나 밑에 숨겨 놓고 살구 것을 죄다 자기가 가져갔다. 그러면서 살구를 물기 시작했다. 

이때부터였다.

잠든 모습은 어린아이나 동물이나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오른쪽은 살구

잘 먹고 잘 자라자 자두는 얼굴 형태가 확 변했다. 늠름한 모습(?)이 보이자 사람들은 자두를 남자애로 

보았다. 크기에서도 차이가 나기 시작했고 어릴 때 수의사가 했던 말대로 되는 것 같았다

자두는 진도견 보다 다른 큰 견종의 혼혈로 비교적 진도견 피가 많이 섞인 살구보다 훨씬 커질 거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대로 돼 가고 있었다. 한마디로 시고르자브종의 애들로 잘 커갔다.

그럼 어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2012년 9월말?쯤 살구가 왔고 살구는 마당에서 놀고 있다

이 작은 애가 길을 잃은 건지 내다 버린 건지 유기견 보호소에서 살고 있었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마침 이 집은 마당도 있고 실내도 넓어 댕댕이들이 살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면 아직 어린애들이라 이 겨울은 실내에서 나기로 했다. 

그해 가을 그렇게 내게로 두 천사가 왔다.

자두는 건강해 보이지 않았고 마르고 뼈가 앙상한 느낌이었다

자두는 온 지 2주쯤 지나자 외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목욕을 시켜주니 털이 뽀얀데다 모질도 

달라졌다. 그러자  살이 오르기 시작했고 그전에는 간식을 주면 의자 밑이나 구석에 들어가 먹곤 했었다. 

어린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이나 폭풍 성장기에는 먹고 돌아서면 배고프다고 말하는 애들처럼 무지막스럽게 

먹어댔다. 하루 여러 번 나눠서 줄 때였는데 그야말로 흡입기로 흡입하듯 먹었다.  특히 자두는...

자두의 먹성은 이때부터 알아봤는데 일단 사료는 물론 간식, 어쩌다 사람이 먹다 흘리는 것 등등... 못 먹는 

것이 없었고 하루하루 다르게 커갔다. 식탐이 강한 자두는 자기 걸 금세 먹어치우고 살구 것을 뺏어 먹어서 

언제나 배를 든든하게 하는 것 같았고 이때부터 살구는 자두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살구는 사람을 너무나 좋아했고 저때부터 귀가 뒤로 쫙 붙어가며 좋아 하는 게 시작됐다

기본 예방주사는 다 맞혔고 아직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전이어서 두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산책을 시작했다.

분홍 줄, 빨간 줄에 두 아이를 연결하여 동네를 나가면 애들은 천방지축이었다. 

일단 둘 다 구멍 뚫린 맨홀, 빗물받이 등등이 나오면 무서워서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고 자두는 그 와중에 

오토바이나 큰 차들이 지나가면 무슨 이유인지 달려들려 했고 차들에 대해 이상한 반응을 했다.

계단이 나오면 두 애들 다 올라가지 못해 돌아가거나 들어 올려주었고 노즈웤에 신이 나서 애들이 더욱 천방지축이 되었다.   다른 개가 나타나면 하룻강아지처럼 무서운 줄 모르고 다가가려 했고 한 아이는 왼쪽으로 

가려하면 또 다른 애는 오른쪽으로 가려해서 길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했고 청개구리처럼 말썽을 부려가며 

그렇게 아이들은 개춘기도 보냈었고 그렇게 성장하여 11년이 넘는 날들을 나와 함께 살았다.


[브런치북] 시골 냥이들과의 날들-2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연재 브런치북] 개, 고양이 그리고 나 (brunch.co.kr)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 (brunch.co.kr)

감정소모 매거진 (brunch.co.kr)

사람과 사람들 매거진 (brunch.co.kr)

뱁새의 찢어진 다리 매거진 (brunch.co.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