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자두도 나도... 시간은 흐르고...
1. 늙어가는 자두는...
올여름 들어 자두는 행동이 느려진 게... 더위 때문인지, 노화 때문인지 모르지만 어슬렁거리며 걷고 또 일어날 때도 용을 쓰며 일어납니다. 하지만 병원에선 딱히 더 나빠진 건 없고 노화가 서서히 진행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데... 저 아이가 이렇게 변해가는 걸 보니... 세월을 어찌하랴... 싶기도 합니다. 다만 눈은 더 안 좋아져서 한쪽눈이 완전히 실명된 지 오래고 또 한쪽 눈도 백내장이 더 진행되었다 합니다. 아마도 자두는 동체시력으로 뭔가 움직이는 것의 형태만 보일뿐 물체를 정확히 인식은 못할 거라 합니다. 다행히도 개들은 후각이 예민하니 형태만 보고 냄새로 구분을 할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자두가 누워 있을 때 왼쪽으로 접근하면 가까이 가기 전까지는 잘 알아채지 못합니다. 암튼 그래서 우리 집에서 멀지만 동물 안과전문 병원에 예약을 하려니 주말 진료는 1달 이상 진료가 밀려 있다고 합니다.(요샌 동물병원도 이렇게 사람병원처럼 예약이 밀려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9월 초에 예약을 했는데 10월 중순이 지나서 예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다 사람들이 나이 들면 귀가 머는 것처럼 개들도 귀가 어두워지는지 불러도 반응이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Call back도 잘 안되고 일단, 부르면 예전엔 뭘 하든 돌아보고 자다가도 일어나던 애가 불러도 반응이 없습니다. 가까이 가면 반응을 보입니다. 누워 있다가도 내가 부르면 한참 후에 깨서 그냥 멀뚱멀뚱 보기만 합니다. 아이고 속 터집니다. 그리고 산책도 자신이 아침 산책은 안 하겠다고 하니 요새는 저녁 산책만으로 합니다.
기특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자두는 만 13살이 넘은 파파 할머니니까요. 하지만 요샌 아이처럼 징징대는 시간이 늘었고 혼자 독립적으로 잘 있던 애가 저만 졸졸 따라다니며 채근 대는데 제일 가슴이 아픈 건 누웠다가 일어날 때 한 번에 못 일어나고 몇 번의 용을 쓰며 일어나는 걸 볼 때 마음이 짠합니다.
하지만 다른 일상생활이나 밥 먹기 등 다른 건 변화가 없습니다. 딱히 외적으로 아파 보이지도 않고요.
2. 그리고 나는...
내가 은퇴를 한 지 5년이 되었지만 지방으로 내려와 다시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선지 내가 은퇴를 하고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이란 걸 잊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사실 예전이나 60 중반이 많은 나이였지 요샌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밀 나이이기도 하고 말이죠. 웃픈 이야기로 지공거사란 말이 나왔을 때도 나는 그게 나와는 상관없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올해부터 각종 우편물이나 문자로 경로우대 제도나 혜택에 관한 안내가 오는 겁니다. 일단 폐렴구균 백신 주사를 맞으라는 문자가 계속 오고 우편물도 오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치매예방센터에선 간편 치매검사를 받으라는 안내 우편물도 옵니다. 게다가 노령연금 수령에 대한 안내문자도 오고 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전 국립극장의 티켓박스에서 예매한 티켓을 찾으려는데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보여줬더니 다음엔 경로우대로 예매하세요라고 합니다. 그래서 며칠 전 공연 때는 경로우대로 티켓을 예매했습니다. 그랬더니 무려 50%나 할인이 되는 겁니다. 신기했습니다. 뭘 했다고, 내가 뭘 잘했다고 절반씩이나 할인을? 나이 먹은 게 무슨 벼슬인가? 뭐 신기하기도 하고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말, 수영장에서 9월 달 재등록을 하는데 역시 창구 담당자분께서 '경로우대 할인 50%로 해드리겠습니다'하는 겁니다. 어라~~ 했는데 알고 보니 내 주민등록상 생일이 8월 이라 이게 지나니 만 65세가 되어 모든 공공기관의 이용료가 절반 할인이 되기 시작한 겁니다. 웃음이 나기도 하고... 또 씁쓸해지기도 하고요. 나이를 먹고 내가 한 일에 대해 뭔가 인정을 받는구나... 하는 느낌으로 이걸 받는 게 아니라 왠지 미안하고 그저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었는데 내게 이런 혜택이 오는 구니... 하는 좀 쑥스럽고 송구한 마음까지 드는 겁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좋아지고 복지국가로서의 국민에 대한 일종의 혜택이려니 합니다만...
이게 내 다음 세대에 어깨가 무거워지는 거라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아무튼, 나이가 들었다고 뭔가가 내게
주어지니 이걸 받는다는 게 어색하고 또 정말 이렇게 뒷방마님이 돼 가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제 노년기의 문을 열었을 뿐인데... 말이죠. 여러 감정이 듭니다. 요새...
3. 그렇게 자두와 나는...
처음 집에 왔을 때 1살이 안된 어린아이였던 자두는 13년이란 세월이 흘러 사람으로 치면 8~90세는 된 것인데... 그 어릴 적 귀엽고 이쁜 아이가 이렇게 나이 들어 변했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땐 내가 50이 조금 넘은 때였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세월은 그 아이들에게 더 빨리 흘러가니까요. 자두가 노령견이 되고 아파져도 내가 그 아이를 돌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세월이 그 아이와 내가 역전이 된 게 참 다행입니다. 하지만 나도 육십 중반이 되니 예전 같지 않은 체력에다 신체능력이 현저하게 줄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등산을 가도 누구보다 앞서가고 체력이 남들에게 뒤지 않았다고 자부했는데... 요즘 산행을 하면 예전보다
빨리 지치지고 힘들어하고 있음을 내가 가장 잘 느끼고 있습니다. 담배는 끊은 지 만 3년이 되었고 술 마시는 횟수도 현재는 1달에 3회가량으로 줄었지만 운동량이 예전 같지 않아선지... 살은 자꾸 찌고... 대사성 질환이 생기니 먹는 약도 늘어 갑니다. 더위도 별로 타지 않던 나는 이제는 문 밖에 나가는 게 두려울 정도로 더위를 심하게 타고...(물론 요즘 더위가 예전 더위보다 훨씬 더워서 그런 것도 있지만) 요즘 마당에서 풀을 뽑고 잔디를 깎고 꽃밭에서 조금 작업을 하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고... 땀은 비 오듯 흐르고... 오래 쭈그리고 앉아서
하는 건 못하겠고... 그럽니다. 손바닥 만한 마당인데도 말이죠... 농사 지으시는 분들이 날 보면 얼마나 웃긴다고 할까요... 그깟 마당에서 깔짝대는 것도 힘들어하다니 말입니다. 창피합니다. 그래도 아침 수영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30여 년째... 그리고 자두와의 산책도 현재는 내가 다리 멀쩡할 때라 자두가 원하면 늘 데리고 나가려 합니다. 그 아이가 원할 때까지는요...
자두, 살구, 고양이에 대한 지난 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