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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와의 일상

18. 우리 동네 어떤 고양이는...

by James 아저씨

이동네로 이사 온 지 만 1년이 되어갑니다. 지난번 집에서 자두와 어울리던 10여 마리의 고양이들을 두고 온 죄책감에 편치 않은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세월은 그렇게 흘렀습니다. 지난 1년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살아있긴 할까...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죽어 이별한 것도 아니고 살아 있는 아이들을 두고 왔다는 것이 오래오래 저를 괴롭게 합니다. 가끔 뉴스에서 자기 아이를 버리는 부모에 대한 기사를 읽을 때마다 어떤 말 못 할 사정이 있겠지만 정말 그러고 잘 살 수 있을까... 매일매일 그 아이가 눈에 밟혀서... 그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했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어디 감히 사람에 비교를 하겠습니까 마는... 나는 길냥이 인데도... 그냥 밥을 주었을 뿐인데도 정이드니 이렇게 오래도록 그 아이들을 두고 왔다는 죄책감이 나를 누르고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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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순이와 블랙이가 밥을 먹으러 오고

이 동네에서도 길냥이들이 있습니다. 다만 이젠 이 아이들에게 정을 주지 않으려 우리 집에 오는 애들에게 밥만 주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반면 자두는 집에 오는 냥이만 보면 좋아 난리가 나지만 곁에 오지 않는 냥이 들 때 문에 고양이만 왔다 가면 징징대고 앓는 소릴 합니다. 어쩌자고 고양이게 정을 주었는지...

자두도 저도... 말입니다. 어쨌든, 이 동네도 고양이들이 와서 밥을 먹고 가지만 어떤 아이가 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눈여겨보지도 않았지만 내가 있으면 와서 밥을 먹지 않기에 밥만 주면 자릴 피해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다만 제일 가까이 왔던 아이 하나는 지난 초 여름, 죽었고... 그 후 여러 아이들이 와서 밥을 먹고 간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일부터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이름도 지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집에 들어 온날은 자두의 반응을 보면 압니다. 일단 자두가 앓는 소릴 해대며 낑낑거릴 땐 고양이가 주변에 왔다는 겁니다. 물론 아주 가까이 오지는 않습니다. 집에 들어와 자두와 거리를 두고 있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가는 냥이 때문에 자두가 낑낑거리는 겁니다. 약만 올리고 멀리 가니까요... 게다다 몸이 둔한 자두는 쫓아가지도 못하고요...

20250925_175608[1].jpg 대문 앞으로 온 삼순이와 블랙이 한 마리

며칠 전이었습니다. 자두와 저녁 산책을 다녀 온후 자두에게 밥을 주고 대문밖에 냥이들 밥도 챙겨주었습니다. 밥을 다 먹은 자두는 마당에 누워있는데 어디선가 고양이 소리가 나서 울타리 밖을 보니 고양이 3마리가 있는 겁니다. 블랙이 두 마리와 삼순이(3가지 색의 털이 섞인) 한 마리... 셋이 몰려다니는 걸 보니 형제 거나 친구 거나... 여하튼 그런가 봅니다. 셋이 나를 보더니 도망대신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경계를 하며 나를 쳐다봅니다. 이 동네 와서 처음으로 냥이들과 눈인사를 했습니다. 고양이들에게 눈인사는 중요합니다. 일단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며 지그시 바라보는 건 고양이들에게 나는 너와 싸울 의사가 없다. 또는 공격하지 않겠다...라는 뜻이라 합니다. 해서 세 아이들에게 천천히 눈인사를 했더니 셋다 가만히 앉아 나를 바라보더니 그중 삼순이는 슬쩍 지나처 대문옆 밥을 먹으러 가고 블랙이 한 아이도 따라서 가는데 남은 블랙이는 계속 나와 눈 맞춤을 하고 자리를 뜨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닭가슴살 간식을 주었더니 그걸 물고 갑니다. 그렇게 애들과 처음으로 눈인사를 했습니다. 아... 저러다 저 애들이 또 내 가슴에 들어오면 어쩌나... 저 애들 중 누가 자두랑 또 절친이 되면 어쩌나 걱정도 됩니다. 그리고 집안으로 들어와 잠시 앉아 있는데 자두가 낑낑거려 나가 보니 고양이는 없는데 자두가 엎드려 낑낑거리고 있습니다. 자두를 쓰다듬으며 달래고 있는데.. 세상에 블랙이 한 아이가 마당으로 들어와 자두 근처까지 왔습니다. 1m 조금 넘는 거리쯤에서 자두를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자두를 잡고 가만히 눈 맞춤을 하니 더 가까이 오더니 바로 자두와 나의 앞까지 왔습니다. 이렇게 가까이 온 아이가 처음입니다. 내가 붙잡고 있는 자두는 낑낑거리고 난리가 났습니다. 대체 이 아이는 왜, 어쩌자고 이렇게 까지 가까이 온 걸까요... 해서 닭가슴살을 주었더니 물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쏜살같이 달아납니다.

자두는 또 징징거리고 난리가 났고요... 눈앞에서 고양이가 왔다가 갔으니 자두는 얼마나 안타깝겠습니까...

세상에... 처음입니다. 바로 자두 앞까지 온 아이는... 하지만 그 아이는 먹을 걸 받으러 왔나 봅니다.

자두랑 친구가 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런데 이렇게 눈인사를 하고 이제 경계심을 약간 푼 그 아이가 집안에 버젓이 들어왔다 갔으니 이 아이는 이제 자주 올 것 같습니다. 물론 자두와 사이가 좋아져 같이 놀면 좋겠지만... 사실 나는 그것도 걱정입니다. 이렇게 정이 들었다 또 헤어짐의 순간이 오면... 또 이별을 하면... 자두도 나도 또 힘들어질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다정도 병이고, 걱정도 팔자라면... 이런 경우겠지요.



자두, 살구, 고양이에 대한 지난 글들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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