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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와의 일상

20. 우리 동네 어떤 고양이는- 2

by James 아저씨

지난번 우리 집에 고양이가 오기 시작했다는 글을 쓰고 난 후부터 블랙이 한 마리가 아침저녁으로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아이는 점점 대범해져 자두와 내가 있는 곳까지 옵니다. 큰 소리로 냐옹대면서요...

귀도 어둡고 눈도 잘 안보이는 자두는 고양이가 냐옹대며 가까이 와도 잘 모르다가 아주 가까이 바로 곁에 오면 알아채고 좋아하는데 너무 가까이 가면 고양이가 도망을 가니... 자두는 안타까워 낑낑대기만 합니다.

삼순이와 블랙이 두 마리... 이렇게 세 마리가 다니더니 이젠 이 블랙이 한 마리만 와서 먹을 걸 달라고 심하게 냐옹대며 나를 쫓아다니고 있는데 자두가 아주 가까이 다가 가지 않는 한 도망가지도 않습니다. 거의 30cm까지 접근을 합니다. 이렇게 용감하게 다가와 닭가슴살을 달라고 나를 쫓아다니니 깜짝 놀라긴 자두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몸도 느린 애가 고양이를 보니 좋아 어쩔 줄 몰라하고 자두도 자기가 가까이 가면 고양이가 도망을 가니 아주 가까이 가지는 않고 4~50cm 정도에서 자두는 낑낑대며 관심을 보이고 고양이는 그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용감하게 마당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 애는 이제 닭가슴살의 맛을 알아 내가 주는 사료는 잘 안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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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테이블 밑으로 들어간 삼순이... 우) 안 도망가고 밥을 먹는 블랙이...

게다가 이 블랙이는 이제 내 손도 타고... 자기가 내 다리에 헤딩도 하며 이제 나에 대한 경계심을 없애고 있습니다. 자기가 먼저 다가와 내 다리를 감싸고 헤딩을 하며 냐옹대고 말을 걸고 자두가 아주 가까이 오지 않는 한 도망도 안 갑니다. 이 애도 자두가 자기를 해치는 동물은 아니라는 걸 아나 봅니다. 그러면서도 자두가 아주 가까이 오는 건 아직은 피합니다. 옆집을 통해 우리 집으로 오거나 대문옆으로 오는데 와서는 자두 밥그릇 주변에서 맴돌고 자기가 먹을 수 있는 걸 찾아다니곤 합니다. 아주 대범하고 용감해졌습니다.

이 아인 어쩌자고 이렇게까지 대범해졌을까요? 같이 다니던 쌍둥이 같던 블랙이는 안보입니다. 삼순이도요...

삼순이는 며칠 전 둘이 같이 왔다가 나를 보고 삼순이는 테이블 밑에 들어가 숨더니 자두가 다가가자 옆집으로 도망을 갔는데 그 후로는 마당으로 오지 않고 이 블랙이만 옵니다. 기가 막히게 내 목소리가 들리면 나타나 냐옹대며 나를 따라다니며 줄기차게 닭가슴살을 요구하는데 큰 걸 주면 물고 가 자기 친구에게 가져다주는지 물고는 어디론가 갑니다. 그리곤 한참 후에 다시 나타나 자기가 먹을 걸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또 하나를 주었더니 그건 내 앞에서 먹습니다. 숫기없이 사람을 무서워하는 자기 친구 또는 형제에게 닭가슴살 덩어리를 가져다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곤 자기는 다시 와서 또 달라고 하여 받아먹고...

아침에 나와 자두 밥을 주려 하면 어김없이 나타나 자두 옆에서 자기도 달라고 떼를 쓰며 냐옹 댑니다. 자두가 쳐다봐도 가까이 다가오지 않으면 그냥 그렇게 가까이서 그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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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테이블 밑에서 밥을 먹는 블랙이/ 중) 옆집에서 들어오는 블랙이/ 우) 내손에 있던 닭가슴살을 먹는 블랙이

이 가을 거의 매일 비가 와서 고양이들은 어디서 먹이활동을 하는지 모르지만... 이 애는 비가 와도 비를 맞으며 옵니다. 대개 고양이들은 털이 젖는 걸 싫어해서 비 맞고 다니지 않는데 이 애는 비를 맞으면서 아침, 저녁 와서 먹을 걸 달라고 냐옹거리며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이제 아주 우리 집을 자기 영역으로 삼은 것 같습니다. 하루 두 번씩 내가 있을 때 나타나는 걸 보면요 또한 자두도 나도 무서워하지 않는 걸 보면요...

게다가 이 아이는 내 손길도 피하지 않고 이젠 내 손에 든 먹을 걸 뺏어 먹기도 합니다. 내가 가만히 앉아 있을 땐 자기가 다가와 내 다리 사이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내가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으면 큰 소리로 냐옹대며 쫓아다니고 내 손에 아무것도 없으면 쫓아다니지 않습니다. 눈치가 여우 같습니다. 어떤 땐 마당 꽃밭 속에서 숨어 냐옹거리기도 하고 자두네 집 앞에서 냐옹거리기도 하며 종횡무진 마당을 휘젓고 다니는데... 이제 이 아이는 이곳에 안전하다는 걸 알아챈 것 같습니다. 나도 자두도 자기를 해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든 모양입니다.

아직은 자두가 다가오는 걸 경계는 하지만요... 이렇게 고양이가 자두와 내게 가까이 오고... 가을바람이 불다 이제 곧 찬바람이 불겠지요. 고양이들의 최대 위기 계절인 겨울이 오는게 벌써 걱정입니다.




자두, 살구, 고양이에 대한 지난 글들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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