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깊어가는 건 가을만이 아니고...
찬바람이 부니 간사한 마음은 벌써 추위 걱정입니다. 엊그제까지도 더위에 지쳐서 언제 가을이오나... 언제 오나... 노랠 불렀는데 말입니다. 자연은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기가 올 때를 알아서 옵니다. 다만 가을은 좀 천천히 갔으면 좋으련만... 더위에 헉헉대던 날들이 지나 땀이 식는 그 순간이 가을입니다. 젠장... 벌써 겨울 걱정이라니요. 그리고 날이 쌀쌀해지자 마당의 자두는(원래 진도견 종류가 추위에 강해서 겨울에 눈이 오면 눈 속에서 잔다는데... 자두도 한창땐 눈 속에서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문을 열어도 들어오지는 않고 밖에서 보채며 문을 열어 놓으라 성화인 자두 때문에 속이 터지고 있습니다. 난방을 하면 문을 닫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올여름 무더웠던 밤에도 이러한 자두 때문에 문을 열어 놓고 에어컨을 끄고 선풍기를 켜놓기도 했습니다만... 겨울엔 그럴 수도 없고 이걸 어째야 할지... 더 걱정인 건 무엇보다 길냥이들의 최대 위기 계절인 겨울이 오는 겁니다. 가을까지 완전한 성묘가 되고 영양상태가 좋아지면 겨울을 잘 이겨내지만 어린 개체나 건강이 좋지 않은 아이들은 겨울을 나기 힘들다니... 그게 걱정입니다.
블랙이(까망이)
이 아이는 이제 아침저녁으로 와서 큰 소리로 냐옹대며 먹을 걸 달라고 보챕니다. 밥만 주면 계속 내 발 근처를 따라다니며 닭가슴살을 달라고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아주 당당합니다. 어디 있었는지 내 목소리만 나면 옵니다. 앞집에서 오는지... 때론 내 차 밑에서 나를 보고 있기도 합니다. 내가 부르면 쪼르르 나와 내 다리를 곁을 맴돌며 머리를 비비고 아는 체를 합니다. 그렇게 나타난 까망이를 보면 자두가 안타까워 낑낑거리며 앓는 소릴 합니다. 내가 자두에게 고양이 근처에 못 가게 하니...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처음엔 내 눈치를 보며 더 다가가지 못하가다 고양이가 바로 눈앞에서 냐옹거리면 다가갑니다. 물론 냥이는 그럼 뒤로 물러나고...
이렇게 둘이는 밀당(?)을 합니다. 며칠 전엔 이 까망이가 자두 밥 먹는데 뒷 꽁무니까지 가서 자두 냄새를 맡더군요... 아주 심한 소리로 하자면 겁대가리를 상실한 녀석입니다. 그러다 자두가 휙 돌아다보니 도망을 가는데 자두가 쫓아가니 이번엔 요놈의 녀석이 자두에게 하악질을 하며 마치 공격할 것 같은 태세를 보이자 자두가 흠칫... 놀라 멈칫합니다. 역전이 되었습니다. 이 꼬맹이는 자두를 우습게 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뜨거운 맛을 못 봐선지... 나는 이렇다 화가 난 자두가 공격을 하면 어쩌나 걱정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자두가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는데 그러다 며칠 전 드기어 자두가 폭발을 했습니다. 요놈이 가까이 와서 알짱거리기만 하고 자두가 냄새인사를 하려 가까이 가면 도망가거나 하악질을 하며 대드니 자두가 드디어 참았던 설움(?)을 폭발하여 "왕"하고 짖었습니다. 딱 그 한마디 "왕"이었어요... 쯪즈.. 그러니까 요 놈의 까망이가 테이블 밑으로 쏙 들어가 그곳에서 하악질을 합니다. 둘이 순간적으로 대치 상황에 있다가 내가 자두를 불러내서 끝났습니다. 나는 이러면 이제 저 까망이 녀석이 안 오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만 녀석은 다음날에도, 또 그다음 날에도 계속 오더군요. 그냥 그땐 둘이 그냥 서로 잘난 척을 했었나 봅니다. 그러다 어제 아침 녀석이 안 오자 이번엔 내가 걱정이 됩니다. 왜 안 오지? 어디가 아픈가? 다쳤나? 딴 데로 옮겼나? 별별 생각을 하며 안 보이는 녀석을 걱정합니다. 그러다 저녁이 되자 녀석은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 반가운 건 또 뭔지... 이제 제 마음도 녀석에게 갔나 봅니다. 젠장!!
자두
녀석은 저녁때 산책을 나갔다 오면 밥을 먹고 한동안 조용히 있습니다. 그러다 7~8시쯤 되면 끙끙거리기 시작합니다. 대체 들어오라 해도 들어오지 않고 저 찬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왜 낑낑대는지... 나가서 말을 붙여주고 쓰다듬고 하다 들어오기를 몇 번을 반복합니다. 그런데 요즘 자두가 낑낑댈 때 나는 소리로 대강의 그 이유를 알아챕니다. 고양이가 주변에 왔을 때 낑낑대는 소리는 구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을 닫아 놓았을 때 끙끙거리는 소리도 알아챕니다. 그 외 다른 경우는 왜 그러는지 모르게 그냥 낑낑대며 혼자 그러고 있습니다. 내가 나가 만 저주고 간식을 주고... 뭐라 뭐라 말을 붙여주면 한동안 또 조용히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다시 집안으로 들어오면 조금 후 다시 낑낑거리고... 문을 열어놓아도 들어오진 않습니다. 요즘 찬바람이 들어와 현관을 조금 열어 놓고 전실에 요가 매트를 깔아 놓고 중문도 조금 열어 놓고 있습니다. 그럼 혼자 낑낑대다 어느새 조용해서 보면 전실에 누워 자고 있습니다. 그럼 슬며시 중문을 닫습니다. 그러다 심야가 되면 다시 끙끙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그때 다시 문을 열어 들어오라 하면 그때는 들어오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게 들어와 잠을 자면 다행인데 조금 후 다시 나가겠다고 끙끙거려 다시 문을 열어주면 나갑니다. 그렇게 새벽 2~3시가 되면 내가 자두에게 가서 들어오라 간곡히(?) 부탁을 하여 데리고 들어와 문을 닫고 자두가 평소 잠을 자는
안방 침대 발치로와 눕습니다. 그렇게 자다 아침 6시가 되면 다시 나가겠다고 중문 앞으로 가 낑낑거리면 문을 열어주면 나갑니다.
이게 요즘 자두의 루틴입니다. 아침 산책은 어쩌다 가끔 나가기도 합니다만... 요즘은 이게 그의 일상입니다.
그리고 6시 20분쯤 자두 아침을 줄 때 고양이가 나타나서 '저도 왔어요~~' 하듯 냐옹거리며 쫓아다니면 그날이 시작되는 겁니다. 내가 출근할 땐 자두는 마당에 누워있거나 소나무 밑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이 좋은 계절 가을은 벌써 가고 추위걱정을 합니다. 이 짧디 짧은 가을이 가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자두도 까망이도 이 짧은 가을이 안타깝겠지요~ 추위 걱정도 되고요.
자두,살구, 고양이에 대한 지난 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