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순둥이 자두는 왜, 그리고 언제부터였을까요
자두는 산책 시 가끔 동네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럼 대개는 내가 인사를 하고 상대방은 인사를 받으며 자두에게 아는 척을 해줍니다. 이름을 아는 분은 자두를 불러주지만 보통은 '백구야 안녕~', '순둥이 산책 가는구나~' 뭐 이런 식의 반응입니다. 이렇듯.... 자두에겐 순둥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십니다. 거의 만나는 분들이 '얘는 왜 이렇게 순해요? 한 번도 짖는 걸 못 봤어요...' 그럽니다. 사실 자두는 짖는걸 거의 안 합니다. 내가 문을 닫아 놓고 안 열어줄 때... 짖고(세상에 이럴 때만 짖다니) 고양이가 들어왔다가 도망갔을 때 멀어지는 고양이를 보고 짖기도 합니다. 그러곤 이내 끙끙거리며 애달파합니다.
자두가 순둥이가 된 건 사실 노화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자두도 어릴 적엔 그리 얌전하지는 않았
으니까요. 제일 큰 문제는 항상 살구를 물고 살구에게 피를 보게 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내게 정말 많이 맞고 자랐습니다. 더 어릴 적엔 이갈이라하나요? 암튼 그 무렵 물고 뜯기를 해서 집안에 남아날 물건이 없었고요.
다만 자두는 어릴 때부터 짖거나 낯선 이에게 으르렁 거리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살구에게만
싸나운 개였네요. 둘이 어릴 때 늘 살구가 짖어대서 옆집에서 한 소리 듣기도 했었고 자두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반갑다는 표현도 살구는 방방 뛰고 뱅뱅 돌고... 난리 부르스를 피울 때도 자두는 꼬리 치며 귀를 뒤로 쫙~붙이고 아양 떨듯 몸을 앞으로 숙이는 행동만 했습니다. 예전 자두가 처음 집에 왔을 땐 저를 무서워하고 구석에서 안 나오고 사람을 경계하고 그랬는데... 오히려 적응을 하고 사람에게 사랑을 받다 보니 사람들에겐 경계를 하지 않게 되었고요, 한창나이 때 산책을 나가면 아무에게나 다가가 냄새를 맡거나 뛰어오르려 해서 사람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자두는 모든 사람이 자기를 이뻐해 주는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큰 개가 다가오면 무서워하고 피하니 자두에게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는 걸 막았더니 이제 그런 행동은 안 합니다. 다만 우리 집에 오는 손님에겐 관심을 보이며 천천히 다가가 반갑다고 표시를 합니다. 놀래 킬정도로 다가가지도 않습니다. 그저 천천히 꼬리를 치며 다가가 냄새를 맡고는 머리를 비비는 정도입니다.
어쨌든 자두는 사람들에겐 전혀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그야말로 순둥이라 우리 동네 어르신들이 참 신기해합니다. 하는 행동이 일단 느릿느릿 하니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있고요. 다른 개가 덤벼들면 경계를 하고 으르렁 거리지만 먼저 공격하지 않는 것도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웃기는 건... 7~8살 무렵쯤 거리 산책 나갔다가 육교를 건너야 할 때 처음엔 계단으로 오르내리다 어느 날
육교에 있던 엘리베이터를 타 본 후부터는 절대 계단을 안 오르려 하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나를 끌고 가는 걸 보고는 아... 얘도 계단 오르는 게 힘이 드는구나... 했습니다. 그때 같이 엘리베이터에 탔던 보행자분들께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은 걸 보며 사람에 대한 사회화도 되었구나... 생각을 했었습니다. 개들이 외부에서
외부의 환경, 사람, 동물등을 자극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걸 사회화가 잘 되었다는 걸로 생각한다는데...
그땐 다른 동물에 대한 반응은 제어가 잘 안 되는데 사람에게 반응은 없는 걸 보니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무슨 트라우마인지 트럭이나 오토바이를 보면 달려들려 하고 공격성을 보여 그게 길에선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반응을 안 해서 괜찮습니다. 또 신기했던 건 자두가 개구리를 보면 잡으려 반응을 하는데 두꺼비를 볼 땐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걸 보며... 아 얘가 두꺼비에게 독이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건가? 하여간 신기했습니다. 두꺼비가 앞에 가는데도 그걸 잡으려 하지 않고 다가가 냄새를 맡더니 그냥 놔두는 겁니다. 또 한때는 새도 잡아 놓고, 개구리도 잡아 놓고, 각종 벌레를 잡아 내게 칭찬을 받으려는 듯 문 앞에 내가 보이게 끔 놓고 그러더니 요샌 전혀 그런 행동은 안 합니다. 못하는 건지...
그리고 가장 극적인 견생 최대의 반전은 평소 산책 때나 집 근처에서 길냥이들을 만나면 공격적 반응을 보였었는데 살구가 떠난 후 우연히 길냥이가 자두네 집으로 들어가 친구가 된 후 고양이들과 사이가 좋아져 절친이 되었다는 겁니다. 같이 노는 건 물론 산책도 같이 다니고 밥도 같이 먹고.... 하지만 현재는 같이 놀아 줄
고양이들이 없는데 그나마 매일 오는 까망이에게 다가가려 하나 요 놈의 까망이는 철벽을 치고 있어 자두가
고양이 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맹랑한 까망이는 지는 자두 곁으로 접근을 하면서도 자두가 자기 곁에 오는 건 피하고 있습니다. 또 요샌 참새들이 자기 밥그릇에서 밥을 쪼아 먹어도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는 것도 변화라 할까요? 사실 요새 나만 보면 징징대는 것만 빼면 너무 순둥순둥이입니다.
자두, 살구, 고양이에 대한 지난 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