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두와의 일상

16. '대 환장 파티'의 지난 주말...

by James 아저씨

자두는 요즘 가을을 타는지... 루틴을 깨고 새로운 루틴을 만드는 건지... 아무튼 자꾸 다른 행동을 합니다.

초저녁부터 밤까지 밖에서 끙끙대며 들어 오지도 않을거면서 나를 부르고 그래서 문을 열어 놓고 잠을 자다 보면 어느새 들어와 침대 발쪽 아래서 자고 있고 그러다 새벽 4~5시면 나가 또 밖에서 잠을 자고요... 그러면서도 밥은 예전같지 않게 주는 대로 꼬박꼬박 다 먹습니다. 해서 일부러 밥도 좀 적게 주고 있습니다.

과체중으로 스스로 걷는 걸 힘들어하고 관절염도 있다 하니 체중을 조절해야 해서요. 요샌 체중이 또 늘 까봐 걱정입니다. 한때 34k에서 요샌 26~7k로 유지하고 있었는데 좀 더 찐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지난 주말, 자두가 소나무 아래서 잠이 든 걸 보고 외출을 했습니다.

창경궁 공연 포스터

오랜만에 국립국악원에서 주최하는 야외공연으로 창경궁에서 하는 공연 "1848, 무신년 야진연"으로 선착순 100명 초대인데 요걸 신청했더니 이번엔 운 좋게 표를 받았지 뭡니까... 지난번 덕수궁 공연 때는 전광석화처럼 신청을 해도 탈락을 했었거든요... 암튼 운 좋게 당첨이 되어 지인과 함께, 창경궁 밤 벚꽃놀이가 없어지고 수십 년 만에 야간에 창경궁 통명전에서 하는 공연을 보게 되었었지요. 저녁 시간입니다.

뭐 그렇게 기차표를 예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로 갔습니다. 청량리 기차역에서 내려 전철로 갈아타기

위해 전철 플랫폼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핸드폰에 교통카드 기능이 안 되는 겁니다. 무슨 문젠지... 몇 번을

해도 안 되는 겁니다. 게다가 평소엔 지갑을 가지고 다니는데 이날은 무슨 바쁜 일이라고 지갑도 안 챙기고

나왔습니다. 꼼짝없이 이 핸드폰기능에 목을 맬 수밖에 없습니다. 몇 번을 해도 안되길래 역무원실로 찾아가

도움을 청했더니 친절한 직원분께서 핸드폰을 사무실 안에 있던 단말기에 작동시켜 보고 '잘 되는데요?'

그럽니다. 그런데 저 개찰구에선 안됩니다... 했더니 나를 데리고 친절하게도 개찰구까지 가서 시연을 했는

역시... 안 되는 되는 겁니다. 그분께서 개찰구에 대보니 충격적 이게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카드는 정지가 되었네요. B/L이라 에러코드가 뜨는 경우는 블랙리스트인데 이게 정지된 카드일 경우 그렇습니다"라며

친절하게 알려주시는데 얼굴이 화끈거리고 아니 낮에 마트에서도 이 핸드폰 카드 기능으로 장도 보고 기차

표도 여기 연결된 카드로 결제를 했어요라고 말을 했더니 암튼, 지금 여기 카드로는 안됩니다. 이러는데...

창피하기도 하고 또 화도 납니다. 그러더니 그분께서 혹시 'T-머니' 카드가 깔려 있으면 그걸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해서 'T-머니' 어플로 해봤더니 역시 안됩니다. 해서 다시 'T-머니'를 새로 깔고 시도를 해봤으나

역시 무슨 이윤지 그 새로 깐 교통카드 어플도 실행이 안 되는 겁니다.

다음 이미지에서

하는 수 없이 지인께 전화를 해 사정 설명을 하고 늦을 수 있다는 사정을 이야기를 하려 했으나 이번엔 그 지인이 무슨 연윤지 전화를 받지 않는 겁니다. 여러 번을 해도요... 갑자기 멘붕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공연입장 시간은 다가오고... 지인과 연락은 안 되고 이번엔 그럼 ATM에서 돈을 찾아 그걸로 표를 사서 가야겠다고

지하철 ATM기로 갔으나 실물카드 없이 돈을 뽑을 수 없는 겁니다. 해서 역무원분께 물었더니 지상으로 나가면 모 은행 ATM기가 있고 거긴 핸드폰으로도 찾을 수 있다길래 찾아가서 해보니 무슨 이윤지 역시 안됩니다.

뭐라 뭐라 에러 메시지만 뜨고요... 해서 무통장/무카드 기능으로 인출을 하려 했더니 이 기능은 자기 은행통장이나 카드가 있는 사람에게만 되고 타 은행이용자는 불가... 그리고 공연입장 시간이 30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지인한테는 문자로 사정을 넣고 이러하니 혼자 보던지 연락 좀 주라고 했지만 묵묵부답에... 이번엔

노쇼를 방지하려고 국립국악원 측에 전화를 걸어 사정이야기를 하고 못 가겠다고 알려주려 전화를 했더니

자동응답기 기능으로 넘어가 무슨무슨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만 되풀이되고 직원과 연결이 안 됩니다.

전화연결도 안 돼... 교통카드 기능도 안 돼... 현금지급기도 안 돼... 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미 머리는 멘붕이 왔습니다. 이럴 때 어째야 하는가... 한참을 궁리를 하다 정신을 차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거래은행을 찾아 거기로 가면 될 것 같아 검색을 해보니 이 청량리 역 근처에는 없고 가장 가까운

곳이 제기역에 있는 겁니다. 그런데 문젠 제기역까지 가려면 전철을 타야 하는데 전철역으로 입장이 안되니 갈 수가 없는 겁니다

다음 이미지에서

점점 시간이 다가오고 어째야 할지 몰라 다시 역무원실로 가 다시 도움을 구했습니다. 이번엔 아까 그 직원분이 안 계시고 다른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은 왜 왔냐고 물어보셔서 사정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네가 도와줄 수 없다... 카드사에 알아봐라... 통신사에 알아봐라... 하시며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는 겁니다. 결국 아무것도 할 게 없었습니다. 공연도 본의 아니게 노쇼를 해버리고 지인과는 연락도 안되고.... 핸드폰 교통카드 기능은 왜 이렇게 먹통이 되었는지 알지도 못하고 그러니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예매한 기차표는 공연 끝나고 갈 늦은 시간이고 그때까지 뭘 하며 청량리역에서 기다리나... 생각하다... 부글거리는 속을 누르며

그래... 이 기회에 카페에서 책이나 읽자 하고... 카페에서 커피와 빵 하나를 시켜 놓고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핸드폰 카드 결제가 다 됩니다. 이상합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카페에서 독서입니다.

그곳에서 2시간가량을 있으면서 책 반쯤을 읽었습니다. '우키요에'라는 책입니다. 첨엔 아까 일 때문에 부글거려 집중이 안 돼 책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다가 시간이 가니 책이 읽히더군요. 생각해 보니 이것 또한 내

잘못이라... 사전에 미리미리 챙기지 못한 내 불찰이라... 하고 스스로를 삭였습니다. 집에 들어와서야 지인과

연락이 되었습니다. 하필 지인은 핸드폰 바테리가 나가 먹통이 되었다고 하고 그러니 그냥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랍니까... 세상에... 결국 지인도 그냥 돌아왔다고 합니다. 기다리며 얼마나 나를 욕하며 분개를 했을까요? 나는 그 지인에게 욕을 해댔고 말입니다. 기가 막힙니다. 나는 나 대로 똥줄이 탔고 지인은 지인대로 연락도 없이 약속을 펑크 낸 나를 원망했을 테고요... 그날은 그야말로 머피의 법칙이 몽땅 다 적용된 날이었나 봅니다. 대 환장 파티가 바로 이런 거인가요? 토요일 저녁이었습니다.

다음 이미지에서

다음날 일요일... 오전에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역시 서울에서... 이른 시간인 11시였죠. 기차표는 예매를 했고 이번엔 지갑도 챙기고 어제 읽던 책도 챙기고 시간 맞춰 나와 예식장까지 잘 왔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내가 아는 사람들이 없는 겁니다. 별로 친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청첩장을 받았는데 안 올 수는 없고... 온 김에 지인들이나 만나자... 하고 접수대에 접수를 하고 둘러봐도 내가 아는 사람이 없는 겁니다. 망설이다 혼자 밥을

먹기는 그렇고... 해서 축의금만 내고 나왔습니다. 그리곤 이 기회에 시내 구경(?)이나 하자고 명동엘 나왔죠. 명동엔 외국인 관광객이 역시 많습니다. 돌아갈 기차표를 보니 시간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해서 요즘 일본만화영화인데 우리나라에서만 400만이 넘었다 하는 '귀멸의 칼날'이라는 영활 보기로 하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전편을 못 봐선지 당최 내용이 뭔지 모르겠고 무슨 이윤지 모르지만 악귀들과 피칠갑이 되는 싸움만 해대는데... 견디기 힘들 정도로 영화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결국 1시간도 못 보고 나왔습니다.

나와서는 또 기차 시간까지 카페에서 어제 읽던 책을 읽었습니다.

이미지 알라딘에서

책의 full name은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입니다. 일본 에도시대에 풍미했던 미술사조로 근대 서양미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일본 미술사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흐'가 이 '우키요에' 미술에 영향을 받고 일본

미술을 경배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암튼 어제오늘 서울서 볼 일을 제대로 못 본채 책만 읽었습니다.

그거라도 해서 다행일까요? 별로 두껍지 않은 230여 쪽 되는 책을 덕분에 서울 카페에서 다 읽었습니다.

가을이 오는 문턱에서 말입니다.


#교통카드 #현금지급기 #야외공연 #결혼식 #영화 #귀멸의 칼날 #우키요에


자두, 살구, 고양이에 대한 지난 글들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1

[연재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2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 자두-1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 자두-2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15화자두와의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