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역전된 자두와 까망이 관계
까망이가 며칠 집에 오지 않아 걱정을 했습니다만 지난번 글을 올린 날 다시 왔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온 게 아니라 내가 까망이를 찾아낸 겁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흘째 되는 날 저녁... 퇴근하고 대문 앞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려는데 어디선가 고양이 소리가 나는 겁니다. 까망이 소리입니다. 나도 까망이를 부르자 어디선가 계속 니야옹~ 거리며 반응을 합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다 보니 우리 집 위에 작은 절이 하나 있는데 그 절에서 소리가 납니다. 절집 마당에 들어가 녀석을 부르니 어디선가 가까이 소리가 나는데 보이진 않습니다. 혹시... 절집에서 추우니 데려다 집안에 넣은 걸까 했습니다만 절집 마당에 멋지게 휘어져 괜찮아 보이는 노송이 하나 있는데 그 위에서 소리가 납니다. 고갤 들어 보니 까망이가 나무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계속 아는 체를 합니다. 반가워 손짓을 하며 내려오라 하니 조금 주저하더니 나무를 타고 내려옵니다. 대체 어디 있다 온 건지... 그동안 이 절집에서 있던 건지... 그 절집 마당엔 자두만 한 백구 한 마리가 묶여 있는데 경계성이 강해선지 묶여 있어선지 엄청 짖습니다. 그날도 내가 마당에서 고양이와 함께 있는 걸 보더니 엄청 짖어 댑니다. 까망이가 잘 있는 게 확인이 되자 안심이 되고... 내가 내려오자 따라와 집에서 저녁을 주니 잘 먹고 자두와 알콩달콩 또 눈꼴신 장면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요 녀석은 며칠 안보이면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테스트를 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요즘 자두와 까망이 관계는 조금 이상합니다. 역전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상합니다. 고양이들 습성상 친한 대상에게 헤딩을 하고 다리 사이로 들락거리거나 다리를 휘감듯 하는데... 요샌 까망이가 자두에게 다가가 머리를 디밀며 자두 몸에 기대려 하고 자두 다리 사이로 들어가 있거나 자두에게 엄청 붙어 있으려 합니다. 그럼 자두는 그게 귀찮다는 듯 머릴 돌려 피하거나 몸을 돌려 까망이를 피합니다. 그럼 까망이는 쫓아가 또 자두 몸에 기대려 하고 머리를 자두에게 비벼댑니다. 그러길 몇 번... 결국 자두가 짜증이 났는지 "왕"하고 신경질을 냈습니다. 잠시 까망이가 멈칫합니다 나는 이러다 자두가 물면 어쩌나 걱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까망이는 그래도 또 다가가 머리를 디밀고 자두에게 접근합니다. 기가 막힙니다. 이것들이~~
아무튼 그렇게 자두가 오매불망 쫓아다니고 까망이가 피하더니 이젠 까망이가 자두에게 그러고 있습니다.
마치 남녀관계에서 '다 잡은 고기에게 미끼 주는 거 봤냐...' 하며 이미 넘어온 여자에게 냉정해지는 나쁜 남자처럼 말이죠. 그런데 자두는 나이가 엄청 많은 암놈이고... 까망이는 이제 막 청년기를 넘기고 성묘가 되려는... 앳된 남자애입니다. 나쁜 누나에게 빠진 순진한 청년... 까망이? 라고 하면 너무 황색언론 스타일이겠죠? 아무튼 까망이는 나보다 자두에게 가서 몸을 비비고 기대는걸 더 좋아합니다. 내가 만져주면 그때 잠시 가만히 내 곁에 머물지 늘 자두에게 가 붙어 있으려 합니다. 자두 다리사이에 들어가 있는 게 더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건지... 아무튼 요즘 이것들이 역전된 관계가 웃기기도 합니다.
지난주말부터 추워지기 시작한 우리 동네는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들이었습니다. 이제 잠시 날이 풀린 느낌 입니다. 지난주말부터 며칠전까지는 비바람이 불며 비가 싸락눈이 되었다가 작은 우박처럼 되었다가 하며 엄청난 바람을 몰고 와 마당에 있는 것들을 모두 날려 버릴 기세로 엄청난 바람을 뿌려댔습니다. 실제 우리 마을 비닐하우스가 벗겨져 날아갔습니다. 저녁땐 그 바람결에도 싸락눈을 맞으며 까망이가 와서 저녁을 먹고 자두에게 엄청 구애(?)를 해도 냉정한 자두 누나는 슬금슬금 피해만 다녔습니다. 그렇다고 자두가 까망이를 싫어하는 것도 아닙니다. 까망이가 오면 제일 먼저 핥아주고 여기저기 구석구석 냄새도 맡고 합니다. 그러고는 물러납니다. 그때부턴 까망이가 자두에게 들러붙기 시작하는 거고요... 하지만 내가 집안으로 들어오면 까망이는 어디론가 가고... 자두는 현관으로 와서 낑낑대며 보채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까망이가 우리 집에 오면 자두네 집 옆에 까망이가 있을 집도 마련해 주었고 혹시 집안에 들어오면 집안에서 머물 새로운 보금자리도 마련했습니다만 까망이는 실내에 들어 올 생각은 안 하고 자두네 집 근처 자두 쿠션에서 잠시 머물다 돌아갑니다. 아마도 어딘가에 안전하고 추위를 피할 집이 있는 건지... 앞집 연못옆 정자에서 절집으로 옮겨간 것 같습니다. 돌아가는 걸 보면 절집 쪽 언덕으로 올라가더군요. 어디든 찬바람을 피하고 이 겨울을 잘 났으면 좋겠습니다만... 이제 겨울이 절반쯤 온 걸까요? 벌써 겨울이 지겹고 그렇습니다. 아직 절반도 더 남았을 겨울을...
고양이 밥을 자두 밥그릇 옆에 말고 네 군데 더 주고 있습니다. 꼭 까망이가 아니더라도 우리 동네 길냥이들은 누구라도 와서 먹으라고요... 그런데 그 밥을 대부분 물까치 떼들이 몰려다니며 먹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두밥도 먹습니다. 이 애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고양이밥, 자두밥을 먹습니다. 마치 메뚜기떼가 나타나 싹쓸이하듯 이 애들이 오면 자두밥도 고양이 밥도 싹싹 먹어치웁니다. 내가 볼 때면 쫓아내지만 그렇지 못한 시간에는 이 애들이 밥을 싹싹 다 먹습니다. 심지어 여러 마리들이 먹느라 밥그릇을 엎질러 놓고 먹습니다. 고양이 밥을 그렇게 먹어치우니 그 애들이 밉습니다만...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까망이는 밥을 아주 조금만 먹습니다. 대부분의 고양이 밥은 이 물까치 떼들이 먹는 겁니다. 까망이가 간장종지로 한 종지쯤 먹는다면 이 물까치 떼들은 한 대접쯤은 먹습니다. 어째야 좋을지... 아고 참 별게 다 고민입니다만 농부들이 새떼들한테 머리 아프듯 나도 이 새떼들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웃기는 건 자두입니다. 자두는 새떼들이 나타나 자기 밥을 먹어도 물끄러미 보고만 있는 겁니다. 귀찮아서 그러는 건지... 자기 밥을 나누는 긍휼심이 있어 그런 건지... 나는 자두에게 소릴 지르며 신경질을 냅니다. "야 이 녀석아 늬 밥을 뺏어 먹는 애들은 늬가 쫓아내야지"라고요... 물까치들도 자두가 호구라는 걸 아는 건지... 기가 막힙니다. 이렇게 고양이 밥을 새들이 먹어치우니 이거 참 어째야 할지... 안타깝습니다.
자두, 살구, 고양이에 대한 지난 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