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작가의 글포옹
얼마 전 남편에게 많이 서운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참 별 거 아니었지만 그 당시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을 정도였는데요, 평소 같았으면 생각나는 대로 속 얘기를 다다다다 했을 텐데 그날은 그 와중에도 그래선 안 되겠다 싶은 거예요. 끝까지 다 내뱉다가는 분명 남편에게 큰 상처가 될 것 같았고 그걸 보는 제 마음도 절대 편할 리 없을 거니까요. 결국 크게 한 호흡 쉬고 시간이 지난 뒤 차근차근 대화를 했지요. 그땐 내가 이래서 서운했다... 남편은 사과를 했고 우리의 세상은 평온해졌어요.
생각해 보면 마지막 한 마디를 입 밖으로 뱉어서 속이 시원했던 기억보다는 후회를 한 기억이 훨씬 많았던 것 같습니다. 격해질 대로 격해진 감정이 덕지덕지 붙어있어 애초의 팩트는 이미 가려진 지 오래인 상황... 그 끝에서 튀어나오는 마지막 한 마디는 사태를 진정시키는데도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설명하는데도 나의 감정을 편안하게 만드는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 한마디를 꿀꺽 삼키는 것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가장 이로울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에게 화가 나거나 부정적인 언어를 전달해야 한다면 마지막 한 마디만큼은 시간에 양보해 보는 것 어떨까요? 불필요한 감정들은 시간 속에 희석될 테니, 그 후에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 보세요. 그 한 마디는 훨씬 명확하고 강력해질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