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엄마 콤플렉스
언제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최적 일지는 전적으로 부모의 선택이다. 남편과 상의를 해서 함께 결정을 내리겠지만 결국은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쪽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부는 생후 16개월로 합의를 봤고 그때부터 첫째 아이를 아파트 단지 내 가정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다.
풀타임으로 복직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테고, 나처럼 프리랜서이기에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경우도 있을 테고, 전업주부지만 자기 계발과 직업훈련을 위해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든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엄마는 세상 그 누구보다 아이를 위해 많은 희생을 하게 되는 존재다. 바깥일을 하는 워킹맘이든 전업주부든 어느 정도 키워놓고 난 후에는 엄마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고 그로 인해 엄마의 자아가 충족되고 행복해지면 결국 육아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아이는 엄마의 희생이 아니라 엄마의 행복으로부터 나온다고 믿는다. 착한 엄마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나의 행복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희생적인 사랑으로만 육아를 하다가는 언젠가는 지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은 고스란히 아이가 받게 될 것이다.
놀랍게도 한국의 임신, 출산, 육아 관련 복지는 시댁이 있는 캐나다 보다 나은 것 같다. 토론토에 사는 시누 언니의 직업은 간호사다. 둘째 출산 후 두 아이를 맡기고 복직을 해야 했는데, 어린이집에 종일 맡기는 비용이 1인당 150만 원 정도라 둘이면 벌써 300만 원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엄마가 월 300만 원을 훨씬 넘게 버는 전문직이 아닌 이상 전업주부가 되어 가정보육을 하는 편을 선택하게 된다. 시누 언니는 시어머니에게 월 150만 원을 드리고 두 아이를 같이 맡기는 편을 선택하고 복직했다. 가족의 도움이 없다면 경제적인 이유로 선택의 여지없이 가정보육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많다.
아직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많지만 다른 북미권 국가들에 비하면 한국 어린이집 이용 비용은 합리적인 편이다. 외국인 친구 부부들은 한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지는 못하지만 100% 자비로도 본국에서 지불해야 할 보육료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한국의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어서 너무도 좋아한다.
일 년 반 동안 어린이집 생활을 하고 있는 첫째 아이는 주말에도 어린이집에 보내달라고 조를 정도로 선생님, 친구들과 잘 지내며 행복한 원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 동안을 거의 초단위로 계획해 바쁘고 알차게 보낸다. 오프라인 수업이 있을 때는 출강을 다니느라 바빴는데, 코로나 19 이후로는 등원 직후 아침 운동을 하거나 유튜브 촬영을 하고 있다. 점심을 차려먹은 후에는 곧장 영상 편집과 온라인 클래스를 관리한다. 집안일이나 장보기 등은 남편의 도움이 있을 때나 가능하다. 그렇게 나를 돌보고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하원 시간이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서 아쉽기도 하지만 그동안 원생활 잘한 아이가 고마워서 기다려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