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 비만의 진짜 원인
나와 동생을 낳기 전에는 이랬고 저랬는데, 우리를 낳고 키우느라 이렇게 됐다는 엄마의 넋두리를 들으며 자란 사람이 나뿐 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죄책감이 들어야 하는지 효심이 생겨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는데 분명한 건 듣기 싫었다는 것이었다. 희생적인 모성으로 낳고 키워준 것은 정말 감사하지만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엄마가 그렇게 망가지길 강요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산후비만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아기를 낳고 키우기 때문일까? 그래서 엄마들은 자신이 임신 전과 비교해 살이 찐 것에 대해 정당하게 자식 탓을 할 수 있는 걸까? 아니다. 진짜 원인은 바로 엄마 스스로의 힘듦이다. 나도 엄마가 되고 나서 겪어보니 육아가 너무 힘들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자, 규칙적인 식사도 못해, 운동도 못 나가...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 당연했다. 식단과 운동을 챙길 심적 여유가 없었다. 아기가 낮잠 자는 틈에 눈에 보이는 건 뭐라도 입에 넣다 보니 살이 쪘다.
유튜브와 온라인 홈트 클래스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임산부와 엄마들과 소통하면서 정말 자주 듣는 말들이 있다.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남편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임신 전 입던 옷들을 다시 입을 수 있기 위해, 비키니를 입을 수 있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말들이다. 기껏 에너지를 끌어모아 식단과 운동을 챙길 결심을 했는데 정작 스스로를 위할 줄은 모른다니, 나는 그런 현실이 참 안타까웠다.
지역 맘 카페에 올라오는 게시글을 특히 밤 시간에 보고 있노라면 이 엄마들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 육아 퇴근 후 밤 10시쯤이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야식 인증샷이 올라온다. 야식은 꼭 자극적인 음식 이어야 한다. 각종 배달음식, 라면, 비빔면, 과자, 튀김, 맥주가 단골 메뉴다. 야식을 먹고 자아가 실현이 되고 만족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엄마들의 대부분은 하나같이 '남을 위한' 다이어트가 인생 목표이고 야식을 먹은 후에는 자책과 후회를 한다. 육아가 너무 힘드니 보상으로 야식을 선택하지만 혀의 짧은 쾌락 뒤에는 야식 때문에 숙면하지 못해서 오는 피로, 소화불량, 무기력함 심하게는 만성적 건강문제까지 따라온다. 식단관리와 운동은 남는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한 과업이다. 이렇게 에너지를 엄한데 써버리면 자신이 원하는 건강하고 탄탄한 몸을 가지는 것은 어렵다.
나는 훗날 아이에게 '너를 낳고 키우느라 내가 이렇게 살이 찌고 못나졌어'라고 탓하는 엄마가 되지 않고 '너를 낳고 키우면서 내가 더욱 멋진 여자가 되었어'라고 말하는 자존감 있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하루하루 진정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 무엇일까를 고민해보았다. 그리고 남편과 아이를 끼워주지 말고 오직 나 자신을 위한 목표를 세웠다.
3개월 만에 푸시업 1개를 할 수 있는 근력을 가지기 위해 주 3회 홈트 하기, 아침 공복에 조깅을 할 수 있도록 컨디션 조절을 하기 위해 저녁 8시 이후로 금식하고 자정 전에 자기, 야식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밤에 텔레비전 시청과 맘 카페 들여다보지 않기, 문화센터 필라테스 강좌를 수강해서 4번 연속 개근할 때마다 자신에게 새 운동복 선물하기, 10킬로 마라톤을 등록해놓고 주 3회 달리기 연습하기 등…
스스로를 위한 성취감을 느끼는 연습을 하다 보니 육아의 힘듦도 극복할 수 있었고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여력도 생겼다. 주어진 환경과 조건은 다르겠지만 누구에게나 최선의 선택은 존재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