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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킴 Oct 30. 2020

18. 임신 전 몸매로 못 돌아가서 안달

인생 몸매의 갱신

첫째 임신 중 증량한 12kg 중 10kg는 조리원을 나올 때 빼고 나왔는데, 나머지 2kg는 빠지지 않았다. 모유수유하는 8개월 동안은 모유가 차 있어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단유를 하고도 저절로 빠지지는 않았다. 운동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내가 임신을 두려워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출산 후 몸매가 회복되지 않아서 트레이너로서의 경력이 단절될까 봐’ 였기에 임신 전 몸매로 돌아가는 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나는 나의 식단이 변하지 않는 한 내 몸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트레이너 일을 하며 나 뿐만 아니라 회원들에게도 다이어트 메뉴는 이것들 뿐이었다: 닭가슴살, 삶은계란, 고구마, 샐러드, 단백질파우더. 탄수화물은 최대한 줄이고 단백질 위주로 먹는 것. 나도 해봤지만 8주가 한계였다. 이렇게 먹다보면 탄수화물에 대한 욕구가 폭발하곤 했었다. 그 욕구를 누르고 누르면 단기간에 살이 빠졌지만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려야했다. 트레이너 프로필 사진을 찍겠다고 바짝 다이어트를 해서 체지방률을 15%까지 낮췄더니 생리까지 멈췄었다. 아이가 없을 때야 그렇게도 살 수 있었지만 육아, 살림, 일 모두를 해 내야 하는 이 시점에 또 다시 그런 식으로 다이어트를 하고싶지는 않았다. 나는 단기간 반짝하는 이벤트성 다이어트가 아닌, 평생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새로운 식단을 찾기 위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키토제닉 식단이었다. 주변에서, 특히 외국인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맛있는 고기와 지방을 듬뿍 먹으면서도 살이 빠지기 때문이었다. 키토제닉은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으로 탄수화물로 에너지 대사를 하는 인간의 몸에서 케톤이 분비되게 만드는 방법이다. 기아 상태에 빠진 몸은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에너지로 쓰기 시작하기 때문에 체지방이 빠지는 원리였다. 하지만 키토제닉을 시도한 친구들 모두는 하나같이 탄수화물에 대한 욕구 때문에 식단을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요요를 겪었다. 그래서 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하다가 실패하는 다이어트는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신중하게 더 좋은 방법을 찾고 있었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관련 검색을 하다가 키토제닉의 정반대인 ‘고탄수화물 저지방 다이어트’라는 제목의 영상을 발견했다. ‘아니,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서도 살을 뺀다고?’ 말이 안되는 주장이었다. 내 상식 속 탄수화물이란 살을 찌게 하는 주범이요, 다이어트의 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발견한 이레네오 유튜브 채널에서 다이어트에 대한 나의 기존 상식을 뒤엎는 영상들을 정주행 하기 시작했다. 그는 과일, 채소, 통곡물을 주식으로 하는 자연식물식이야말로 지속 가능하고 건강하게 살을 빼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람 뭐하는 사람이길래 이런 주장을 할 수 있지?' 그는 의사도 영양사도 아니었는데, 미국 코넬대학교의 Plant-based Nutrition(자연식물영양)을 이수했다고 했다. 그 과정은 40년 이상 영양학과 건강 분야의 최전선에서 식이요법과 암 연구를 하고있는 콜린캠벨 박사(Colin Campbell)가 만든, 나름 공신력이 있는 전문지식을 가르치고있었다. 나는 콜린캠벨 박사가 쓴 책과 관련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연식물식에 대해서 더 심도 있게 공부했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공부했을까, 2018년 9월 말, 산후 10개월이 되었을 때 결심했다. 


"딱 2주 동안만 나 미쳤다~ 생각하고 자연식물식이란걸 한 번 해보자. 내 몸으로 변화를 겪어보는 것만큼 확실한 공부가 어디있겠어?"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아침이었다. 아침에는 신선한 제철 과일만을 배가 부르도록 먹었다. 사과, 포도, 바나나 등을 한 접시 가득 먹었다. 점심은 현미밥에 채소 반찬을 먹었다. 아예 비빔밥을 만들어 먹거나 각종 나물, 두부, 콩 등을 곁들여 먹었다. 저녁은 녹말식을 했다. 감자, 고구마, 단호박 같은 구황작물을 쪄서 샐러드와 함께 가득 먹었다. 세 끼를 배부르게, 특히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었기 때문에 다이어트할 때 겪는 흔한 증상인 달달한 간식이 생각난다거나 배가 고파 늘 음식 생각을 하는 현상이 생기지 않았다. 고기, 생선, 계란, 유제품, 각종 가공식품을 피해야 했는데, 가장 포기하기 힘들었던 음식은 내가 매 끼니 먹던 달걀프라이와 식후에 즐겼던 요거트였다. 자연식물식을 시도하면서 처음 봉착한 어려움이었다. 하지만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못 먹는 것들보다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들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배가 고파서 간식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매 끼니를 배가 충분히 부를 만큼 양껏 먹었다.


스스로에게 약속했던 2주가 지났고, 출산 후 남아있던 2kg가 쏙 빠졌다. 그뿐만 아니라 몸이 너무 가벼워졌고 활력이 넘쳤다. 신진대사가 빨라진 느낌이었고 매일 쾌변을 해서 배도 쏙 들어갔다. 내 몸은 이 섭생을 지속하기를 원했다. 남편은 여전히 고기를 먹고, 로건에게 여전히 고기가 들어간 이유식을 만들어 주면서도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은 오직 나만이 주관할 수 있었기에 이 핑계 저 핑계를 대지 않고 자연식물식을 지속했다. 캐나다 시댁에 한 달간 방문해서 연말을 보내면서도 말이다. 최고의 식단은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최선의 옵션은 존재했다. 다 같이 외식을 할 때면 가공된 채식이 최선일 때도 있었지만 꾸준히 3개월 동안 식단을 유지했고 내 몸은 점점 가벼워지고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3개월 내내 관련 공부도 계속했기에 나는 로건에게도 자연식물식이 좋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로건이가 생후 13개월이 되는 때부터 분유를 끊고 채식 유아식을 만들어 먹였다.


자연식물식 6개월 만에 나는 60kg에서 52kg까지 총 8kg, 임신 전 몸무게인 58kg와 비교해도 6kg이나 추가로 감량했다. 채식하면 단백질이 부족할 거라는 통념과는 무관하게 인바디를 재보니 근육량도 큰 손실이 없었고 오히려 더 날씬하고 탄탄한 몸이 되었다. 20대 트레이너 시절에는 닭가슴살, 고구마, 샐러드만 먹으며 겨우 반짝 다이어트를 하고는 힘겹게 유지했던 몸매를 음식에 대한 강박 없이 만족스럽고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내 인생 전성기 몸매는 20대 때라고 생각했는데, 출산한 지 1년 4개월여 만에 갱신되었다. 


'왜 임신 전 몸매보다 더 좋아질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못했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산후 다이어트의 진실을 그렇게 깨달았다. ‘많은 엄마가 임신 전 몸매의 틀에 갇혀있다’라는 것이었다. 임신 전 자신의 몸매에 만족하며 살지도 않았던 여자들이 임신과 출산을 하자 갑자기 그 임신 전 몸매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 목표가 되는 기이한 현상이 생긴다. 목표를 달성해도 겨우 임신 전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에 그치고, 대부분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임신 전 몸매를 추억하며 영영 출산 후의 몸매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분명 임신과 출산이 몸매 유지에 큰 도전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임신과 출산을 겪지 않더라도 내 인생 최고의 몸매와 건강상태를 만드는 데는 전례 없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출산 후에도 마찬가지다. 내가 여태 시도해 보지 않은 식단과 운동으로 최선을 다해 관리한다면 임신 전은 물론이고 인생 최고의 몸매를 만들 수도 있다. 나는 이 희망적인 진실을 내 몸을 통해서 깨달았고, 이것을 나와 같은 두려움과 고민을 가진 모든 엄마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임신 전 몸매로 돌아가려고 안달하지 마세요. 인생 최고의 몸매를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첫째 낳고 갱신된 인생 몸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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