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들러 Sep 16. 2021

같이 하기다

때때로 생각한다. 건강하게 자라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며 키워 온 딸이 기대 이상으로 멋지게 성장하는 것에 대해. 그것이 아기가 생기지 않아 고심하고 우울했던 세월에 대한 보상이라고 한다면 너무 억측이겠으나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해 나간 대가로, 나의 염원이 우주의 기운에 닿은 것이라 믿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만큼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딸과 나. 우리 둘의 사이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죽고 못 사는 애정의 척도가 서서히 애증으로 변모할 수도 있으며 어쨌든 그녀와 나는 둘의 인격체이니 대립각이 펼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믿도 끝도 없이 희망 회로만 돌려진다. 딸과 하고픈 일이 많다. 지금처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그녀에게 공유하고 싶고 딸은 그걸 호기심과 도전으로 받아들이길 고대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으니 나 역시 배울 자세가 되어야겠지.


육아 일기를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라고 여겨지면 글쓰기의 타이틀부터 달라지겠지. 어쨌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딸과 함께 작화 집을 내고픈 꿈이 있다. 그녀의 그림에 나의 글이 더해진 인쇄물 말이다. 꼭 그게 아니라도, 딸과 나. 둘이 함께 삶을 보내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를 어떻게든 찾을 것 같다. 은밀한 계획은 육아를 설레게 한다.


엄마이기 전에 여자이고 여자이기 전에 삶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딸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선배가 되어 주겠다. 엄마는 참 아름답게 사셨지, 훗날 그렇게 나를 추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전 07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