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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러 Feb 04. 2021

창의적인 어린이로 키울 거야

그리고 욕심은 늘 경계해야겠지

내가 딸의 나이였을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2학년 시절을 떠올리면 저런 그림을 그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유튜브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봤다며 따라 그렸다지만, 그렇다 해도 나의 과거를 이입하자면 역시 임파서블. 그림의 제목이 '우주 마음'이라는데. 그림에 대한 나라는 엄마의 첫 반응은, 오! 머리가 지구야? 였고 아빠라는 사람은, 오! 머리가 왤캐 커? 였다. 미안하다. 우리가 이렇다.


- 저 큰 머리는 행성이고 그 아이는 지금 우주 안에 있어. 그리고 마음은 별처럼 반짝여.


라고 다. 너... 너어... 졸라 멋있다!






나는 어렸을 적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몰랐다.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는 사람이란 이 세상에 없다는 것도 역시 알지 못했다. 수줍음 많은 어린이였고 기분을 내색한 적도 별로 없으니 꿔다 논 보릿자루처럼 있어도 없는 것 같은 그런 존재였다. 머리는 나빠도 노력해서 공부하는 애.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애. 부끄러움이 많아 집에만 있는 애. 어른들은 나를 그렇게 평했다. 이미지화된다는 건 고착을 부른다. 


나도 내가 그런 애인 줄만 알았다. 내 안의 고유한 색깔들은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나는 귓가에 들려온 타인의 평가에 나를 맞췄다. 표현하는 기술을 몰랐기에 세상에 대한 궁금증도 별로 없었다. 우주의 마음 따위. 알 바 아니었다. 후회한다는 말은 아니다. 내 지난 과거의 축적은 그것 그대로 가치가 있다. 이런 말 자체도 촌스러운 명제이고.


이제 공교육이라는 것에 들어선 초등학생의 엄마가 되고 보니 내 관점으로 아이를 매기지 말아야겠다, 자꾸만 다짐하게 된다. 지금 내보이는 딸의 재능에 대해서도 최대한 덤덤해야지. 예전의 어린 나처럼, 멋대로 저 아이를 평해 올가미를 씌우지 말자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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