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살 아이와 책수다
책수다 스물일곱, 2021년 5월 9일 일요일 오후 5시 40분.
수닷거리 준비: 화
1) 가장 좋았던 단편은? 그 이유는?
안: "관내 분실".
미래의 도서관, 가족 관계 등 많은 것을 담아낸 이야기다. 하나의 이야기에 많은 것이 담겨서 줄기가 두꺼운 느낌이다.
마지막 문장이 특히 좋았다. "엄마를 이해해요." 나도 나중에 좀 더 나이가 들면 이해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훈: "공생 가설".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면서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것을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아이들만의 세계를 접근하는 입체적인 재미까지 있다.
"관내 분실".
여성의 시각을 이해해 볼 수 있는 좋은 스토리라는 생각을 했다.
화: "스펙트럼".
세상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비밀'을 지켜낸 희진의 숭고한 마음이 귀하고 귀하다.
2) <스펙트럼>에서 희진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안: 무리인과 루이만 지키고 싶었던 게 아닐 수도 있다. 인류의 평화를 지키려 한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인류와 다른 생명체 사이에서 빚어질 전쟁을 막기 위한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자신의 생명을 지켜준 그들에 대한 보답일 수도.
훈: 희진은 개척하고 나아가려 했던 그동안의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보았을 것이다. 인간을 알기에 지키고자 했을 듯. '새로운 행성으로 가는 것이 과연 인류에게 좋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화: 그들과의 확장된 인류(?)애를 지키고 싶어 한 것 같다. 그 숭고한 것을, 그 신뢰를. 또는 그 관계에서 만들어진 그 무엇을.
3) <공생 가설>. '상자 속의 아이들'이 이타성을 획득하지 못했다고 했다. 작가는 '그들'과의 공생에서 왜 '이타성'에 중점을 두었을까?
안: 한 아이에게 이미 '그들'(다수)로 공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서도 형성된 것이 이타성 아닐까.
그리고 이타성을 로봇이 가질 수 없기 때문이 아닐지.
훈: 물질적이지 않은 외계 생명체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생명체인 '그들'. 인간들이 있음으로 그들 종족이 유지될 수 있었고 그 보답으로 인간에게 이타성을 준 것 같다.
화: 인간과 '그들'과의 공생뿐 아니라, 인간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된 것이 이타성이 아니었을까.
안: 질문이 하나 생긴다. 뇌와 영혼의 차이는 뭘까?
4) 단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중 p.187:14~17에서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라는 안나의 말에서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가?
안: 부럽다. 내가 갈 길과 온 길을 안다는 것이 부럽다.
멋있다. 나를 잘 알고, 그 길을 알고 있다는 것이 멋있다.
훈: 슬프다. 삶의 유일한 끈이 하나만 남은 것에 대한 슬픔이 느껴진다. 살아갈 이유가 단 하나뿐인 슬픔.
화: 신앙적인 결단 같은 느낌이다. 가야 할 그곳이 하나님을 향한 신앙으로 생각된다. 성경에 대한 의심을 가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요즘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하나님에 대해서만큼은 의심 없이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투영된다.
5) <관내 분실> 중 p.257에서 지민은 돌아가신 엄마 김은하의 마인드를 찾기 위해 그의 흔적들을 찾아 나선다. 나에게는 어떤 특별한 흔적이 있나?
안: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내 일기들, 읽었던 책들 정도일 것 같다. 그리고 입었던 옷의 패턴들.
훈: 책수다 기록들.
화: 부모님들 생신 축하 영상들, 안이의 목소리 파일
남기고 싶은 흔적은?
안: 단 한 권의 책을 남기고 싶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남은 나에 대한 기억들.
훈: 여러 리더십이 있지만 '수다 리더십'을 개척해서 남기고 싶다. 베네치아 연구에 관한 것과 SF로 경영 이슈를 통찰하는 저서들도 남기고 싶다. SF 소설 전문 카페(카페 이름은 기억전달자)도.
화: 책 두 권 남기기. 교회 밖에서 교회 안으로 (교회가 폐쇄적이지 않게 존재하도록 도울 수 있는) 정보들이 담긴 책과 또 다른 책 한 권.
SF 소설 덕후인 남편의 추천으로 다 같이 읽게 된 책이다. SF는 어떤 괴물체가 인간들을 괴롭게 하거나, 막막하고 컴컴한 배경일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나 같은 SF 문외한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입문서였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상상 이야기가 아닌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독특한 시각의 인문학 같달까.
우리가 무엇을 생각해며 살아가야 하는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인지, 공생하는 데는 무엇이 필요한지... 결국엔 우리가 함께 지켜가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