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살이 된 아이와 (마지막) 책수다
수닷거리 준비: 안
1) 별점과 한 줄 평
훈: 별 4개.
“다시 돌아온 현재 그 자리.”
다른 선택을 하고 평행우주로 가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 해봤던 상상에 이 작가의 결론은 다시 내 삶의 현재로 돌아오는 결론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지만, 한 편으로는 예상되었던 결론이어서 별 하나를 뺐다.
화: 별 4개.
“나는 살아있다.” 좋았던 문장.
살아있다는 의미가 새로웠다. 살아있다 = 새로울 수 있다.
_ 훈: "연어가 살아있기 때문에 강물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안: 별 4.5개.
이 책은 힘들 때 읽고 싶은 책. 힘들 때 나를 다잡아 줄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주인공이 힘든 인생이었기 때문에. “나는 살아있다”라는 문장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0.5점을 뺀 것은 정답이긴 하지만 예상이 가능했던 결말이라서. 그리고 엘름 부인이 실제 엘름 부인이 아닌 것도 아쉬웠다.
2) 노라에게는 자정 도서관이었고, 위고에게는 비디오 가게였다. 그러면 나에게는 어떤 공간이 나타날 것 같은가?
안: 세 가지 생각해봤는데, 첫 번째는 우리 아파트 작은도서관. 이곳에서의 추억도 많고, 물건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할 것 같아서. 가이드는 도서관 보드에 글씨로 나타날 것 같다.
두 번째는 핸드폰 앱. 수많은 앱 중에 선택하는 걸로. 가이드는 시리(Siri).
세 번째는 해리포터 지팡이 상점. 어떤 지팡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바뀜. 가이드는 마법사(지팡이 제조하는 마법사).
훈: 긴 의자가 놓여 있는 옛날 느낌의 작은 교회. 가이드는 목사님은 아닐 것 같고, 젊은 전도사님일 것 같다. 공간보다 가이드가 먼저 떠올랐다. 젊을 때 만났던 전도사님.
화: 서점. 가이드는 정세랑 작가라면 좋겠다.
3) 왜 23시 22분은 죽기 딱 좋은 시간일까?
안: 늦은 밤 생각이 많은 시간이라서일까.
화: 해가 지고 약을 먹으면 이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죽음에 가까이 갈 것 같아서.
훈: 삶을 마무리하려는 사람이 죽으려고 하는 시간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점이지 않을까. 하루의 마감과 함께 삶을 마감하려는.
4) 만약에 나의 후회의 책이 있다면 가장 굵게 쓰여있을 것 같은 문장은(가장 큰 후회는) 무엇일까?
안: 교회 운동장에서 넘어져서 팔꿈치가 찢어진 일. 오카리나 배울 때 공연을 열심히 준비했었는데 이 사고 때문에 공연을 못하게 되었을 때 진짜 아쉬웠다. 그때 뛰지 말고, 걸을 걸 하는 후회가 된다.
훈: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에서 읽은 실망과 후회에 대한 설명이 생각난다.
실망- 내가 어떤 걸 했을 때,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에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
후회- 고등한 지적 영역. '내가 만약에 A가 아닌 B를 선택했다면' 하고 생각해보는 것. B를 선택했을 때의 결과를 시물레이션 하고 상상하는 것이 후회라는 설명.
인생에서 별로 후회는 없는데, 임용 고시가 되어서 교사가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긴 한다. 교직이 잘 맞을 것 같아서, 한 해 더 준비를 해볼걸 그랬나 가끔 생각한다.
화: 코로나 1년쯤이 지나던 시기에 두 목사님께 교회 사역의 문제점을 쏟아내었던 말들. 상처를 주었던 것이 사과를 했음에도 후회로 남는다.
5) 이 책을 읽고 한 번쯤 나의 또 다른 인생을 생각해봤을 텐데, 가장 먼저 떠오른 나의 또 다른 인생은? 그 인생과 지금 인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화: 오랫동안 가졌던 꿈이 국어 선생님이었다. 그게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어쩌면 그 인생을 안 살아서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교사는 아이들 앞에서 바르게 살아야 하는 의무가 무거운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교육을 하는 조직이 투명하지 못한 걸 보면서 어쩌지도 못하고 고통스러워했을 것 같다.
훈: 첫 회사인 제일모직에 계속 남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삼성의 문화를 못 버티고 이직했을 것 같긴 하지만. 그곳에 계속 머물렀다면 지금보다 교육 쪽에서 더 전문가가 되었을 것 같긴 하다. 그때는 교육하는 사람을 잘 키워주는 분위기가 있었다. 지금처럼 여행은 많이 못 다녔겠지만 빛나는 커리어를 가졌겠지.
안: 홈스쿨링을 안 했더라면, 난 지금 학교에 다니면서 조금 덜 행복했을 것 같다. 학교에 다니면 아무래도 공부를 잘해야 할 텐데, 공부를 잘하진 못했을 것 같다. 엄마랑 사이가 안 좋았을 수 있겠다.
수영을 계속했다면, 지금쯤 전국대회 한 번쯤 나가보지 않았을까. 어쩌면 황선우 선수와 함께 파리올림픽에 나갔을 수도.(웃음)
6) 내가 평행우주의 다른 인생을 살지만, 동일할 것 같은 것은?
안: 샐러드는 싫어하고, 달걀 프라이는 좋아하는 것.
줄넘기 하루 천 개 했던 초등학교 시절.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것.
훈: 여행, 걷기, 자전거와 같은 아웃도어를 좋아하는 것.
술은 싫어하고, 어묵을 좋아하는 것.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을 가진 것.
화: 정직과 질서를 우선시하는 것.
빵순이라는 별명을 가진 것.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
올해 3월 안이의 꿈틀리 인생학교(기숙형) 입학 후로 책수다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2주에 한 번씩 집에 오는 스케줄이라 두어 달에 한 번은 가능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양한 주제로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라 언제라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바람은 있지만 아이에겐 기대감이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홈스쿨을 할 때만큼 책을 가까이하지 못하는 현실도 한몫을 한다.
하지만 괜찮다. 자주는 아니어도 부부 둘만의 책수다가 이루어질 것 같다. 이미 한 권 해보기도 했고. (박재연의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
게다가 아이가 부재한 1년간 우리 부부가 책이 없이도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하면서 그런 얘기를 나눴다. 워낙에 우리 두 사람이 수다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간 했던 33번의 책수다 덕분에 책이라는 도구가 없더라도 다양한 주제를 꺼내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구나 하고.
여기 브런치에 지난 책수다를 정리하면서, 우리의 수다가 새삼스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작가들이 출산의 고통으로 만들어낸 책을 너무나 편안하게 읽고 나눌 수 있다는 자체로 감사하기도 했다. 같이 읽고 나누고 싶은 책이 세상에 끝없이 펼쳐져 있지만, 언젠가 우리가 삶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를 나누는 날도 오겠지. 그 이야기 어딘가에는 우리가 함께 읽고 나눈 수다가 힘을 낸 부분들도 반드시 있을 거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