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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5코스

by 툇마루 Feb 13. 2025

2024년 12월 27일

5코스: 남원-쇠소깍 올레/ 13.4km (제주올레 홈페이지 www.jejuolle.or 참고)

기온: 5-12℃ / 변덕이 심한 제주 겨울 날씨였는데, 이 날은 고맙게도 맑은 날씨를 유지해 주었다. 

옷차림: 땀 배출이 잘 되는 짧은 소매 티셔츠를 이너로 입고, 살짝 도톰한 스포츠용 긴소매 티셔츠를 입고 겨울용 아웃도어 아우터를 입었다. 보온용 비니를 썼다가 오후엔 더워서 창모자로 바꿔 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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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여권에 스탬프를 찍고 출발


둘이서 또는 셋이서 올레를 걷다가 멈춘 지 1년 하고도 7개월이 지났다. 여섯 코스를 남겨두고 여건이 되지 않아 밀린 숙제처럼 남겨두고 있다가 드디어 제주로 향했다. 숙제라고 썼지만 이토록 하고 싶어서 견디기 힘들었던 숙제가 있었던가.

걷기 하루 전 날 제주에 도착해서 예상 밖의 추운 날씨에 걱정이 앞섰다. 제주의 겨울은 일기 예보에서 알려주는 숫자를 믿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오래전에 제주에 사는 지인이 추위를 싫어하면 겨울엔 제주에 오지 말라고 했었는데, 육지와는 다른 바람 때문인가 보다 했다.


하지만 다행히 올레를 걷기로 한 날 아침 해가 쨍하게 나타나 주었고, 걷는 내내 한라산에 올라갔어도 괜찮았겠다 싶을 만큼 날씨가 좋았다.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게 올레 걷기는 더없이 좋은 제주 여행 코스다. 오랜만에 만난 올레는 계속 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들었고, 5코스는 비교적 짧은 코스라 오랜만의 걸음이어도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위미리에 들어서기 전 (정확히 어디쯤인지 기억이 나지 않음) 해안길은 올레를 정비 중이라 바위들 위를 걸어야 했는데, 이 길만큼은 걷기가 꽤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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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코스는 큰엉해안경승길로 시작해 주로 바당올레길인데 동백 군락지가 있는 위미리와 겹치는 구간이 길어 군데군데에서 동백꽃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수없이 제주를 오가면서도 겨울바람이 무서워 오지 못하다가 이번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에 오게 된 것은, 흐드러지게 핀 동백과 꽃송이채 떨어져 레드카펫을 만든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타이밍이 조금 일렀던 것인지 둘 모두 보지 못했지만, 걷다가 발견하는 동백은 한 그루만으로도 아름답게 존재를 드러내는 겨울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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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군락지를 지나 <테이블 앤 데스크>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곳의 모든 메뉴가 우리 가족의 입맛에 딱 맞았다. 올레를 걸을 때면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처럼 힘듦 때문에 밥맛이 좋은 것인가 의심이 되기도 하는데, 이곳은 올레를 걷지 않더라도 맛난 집일 것 같았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조금 이른 점심시간이었는데, 우리가 먹는 동안 웨이팅을 걸고 기다리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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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앤 데스크>, 그리고 그 근처 우리가 놓친 중간 스탬프 찍는 곳


점심을 든든히 먹고 걸어온 거리만큼 남은 올레 5코스를 다시 시작했다. 내내 보이는 눈 덮인 한라산과 붉은 동백꽃의 조화는 계속해서 감탄이 이어지게 했다. 구름에 가렸다가 모습을 드러내고, 때로는 그 구름과도 조화를 이루어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한라산은 걷다 지치려는 우리를 응원해 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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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훌쩍 넘어 이 길을 걸었던 날을 기억하면서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왜 힘들어하면서 계속 걷는 것일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더위 속에, 바람 속에, 비 속에, 추위 속에 올레를 걸었던 날들을 그리워한다. 힘든 도중에 맛보는 더없이 달콤한 커피 때문일 수도, 달콤한 식사 때문일 수도 있다. 남편과 걸으며 나누는 평소와 다른 대화 때문일 수도, 길 위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생각들 때문일 수도 있다. 아직 정확하게 정리할 수 없지만 무언가가 가슴에 남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이 무엇인지 급하게 알고 싶지도 반드시 알아내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무엇이 우리를 끊임없이 걷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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