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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Apr 10. 2024

[리뷰] 로기완을 만났다 - 조해진

타인의 아픔을 대하는 진정한 마음이란...


영화 <로기완>이 공개되면서 예전에 읽고 싶었던 책 <로기완을 만났다>가 생각이 났다. 영화도 궁금했지만 책을 먼저 읽어봐야 원작이 어떻게 영화화되었는지를 알 수 있기에 (내 나름의 원칙이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되도록이면 원작을 먼저 읽어보는 것) 읽게 되었다.

다큐프로그램 방송작가인 김작가. 그녀는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의 방송을 하는 작가이다. 작품 중에 만난 한 소녀 윤주와의 어긋남. 나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결론에 이르렀을 때의 그 혼란 속에서 방황할 때 우연히 한 시사매거진에서 이니셜 L로 불리던 무국적자 혹은 난민, 불법체류자로 표현된 한 사내의 인터뷰를 접하게 된다. 그의 고백 중 한 문장에 이끌려 그의 발자취를 쫓는 여정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3년 전, 650유로를 가슴속에 꼭 안고 벨기에 브뤼셀 북역에 한 사내가 도착한다. 무국적자이자 이방인인 159cm , 47kg 단신 로기완은 그렇게 남쪽을 향해 발을 내딛기 시작한다.
아무런 소속도 없이 말도 통하지 않고, 생김새도 다른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그 일념만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
김작가는 그가 남긴 일기장을 얻을 수 있었고 그 일기에 적혀있는 대로 그의 행적을 쫓으며 그의 삶에 자신을 치환시켜 본다.


책을 읽으며 이게 과연 영화로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에는 로기완, 김기자 그리고 벨기에에서 로기완을 도와주었던 의사 박의 삶이 투영되어 있다.
각자의 아픔이 나름의 방식으로 이야기되고 있는데 이 아픔을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과정에서 내 아픔을 치유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내 것을 바라보기는 어렵지만 타인을 바라보고 들어주고 위로해 줄 수는 있기에..
그러면서 내 아픔의 농도도 점점 희석이 되어가는 듯하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이해하고 공감하려 노력할 뿐,
이렇게 누군가는 쓰고, 또 누군가는 읽고 그렇게 공유하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영화는 왠지 원작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삶에 다른 이가 등장하여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별로 달갑지가 않다. 아직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런 스토리가 가미되지 않았을까.. 하는 선입견(?)이 들어서인지 왠지 영화를 보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내면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풀어가는 잔잔하면서도 깊은 그 지점들이 맘에 와닿았기 때문에..


'우리의 삶과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들이란 어쩌면 생각보다 지나치게 허술하거나 혹은 실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의도와 관계없이 맺어지는 사회적 관계들, 관습 혹은 단순한 호감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커뮤니 티, 실체도 없이 우리 삶의 테두리를 제한하고 경계 짓는 국적이나 호적 같은 것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는 줄 수 있겠지만 그 위로는 영원하지도 않고 진실하지도 않다. (p. 10)'


'타인을 관조하는 차원에서 아파하는 차원으로, 아파하는 차원에서 공감하는 차원으로 넘어갈 때 연민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자신의 감정이나 신념 혹은 인생 자체를 부정하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화면 속 당신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는 순간은 내 삶이 그만큼 처절하게 비극적일 때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믿어왔던 모든 것을 의심하고 부정하는 순간, 나 역시 불우한 땅을 딛고 있는 가엾은 존재가 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하게 됐다. (p. 64)'


'존재 자체가 불법인 사람에게 미래는 선택할 수 있는 패가 아니다. 선택하지 않았는데도 선택되어 버린 길을 가야 한다는 단순한 의무만이 있을 뿐이다. 매 순간 불안해하면서, 사소한 기쁨은 포기하기도 하면서, 절대적으로 안전하지는 않으나 절대적으로 위험한 길보다는 무 언가 하나라도 더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을 가고, 걷고, 결국 엔 살아남아야 한다는 빈약하지만 회피할 수 없는 의무. (p. 202)'


'증여의 가치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소설 안에서 로기완은 의사 박에게 일기를 증여하고 김작가는 그 일기를 읽은 뒤 남긴 기록을 다시 로기완에게 증여하는데, 그들이 서로에게 증여한 문장들은 결국 소설 밖에서는 읽는 이에게 증여되리라 믿습니다. 그 증여의 가치는 지금껏 제 문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저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 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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