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여행하며 살아보고 싶다
28살, 마지막 회사를 퇴사하고 친구와 첫 유럽 여행을 떠났었다. 당시 인상파 화가들에게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유난히 파리에 가고 싶었었다. 반대로 같이 여행을 떠났었던 친구는 디자이너는 영국이라며 영국을 가고 싶어 했었다. 그렇게 나의 첫 유럽 여행지는 영국과 프랑스로 결정되었었다. 3박 4일 여행만 하던 나에게는 9박 11일이라는 일정은 꽤 긴 여정이었었다. 우리는 영국을 시작으로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에 넘어가는 일정이었지만 예약을 늦게 해서 우리는 같은 날짜에 파리로 갈 수 없었다. 덕분에 친구는 영국 나는 프랑스에서 각자의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운명이었을까? 그 친구는 지금 영국에 살고 있고, 나는 프랑스에 살고 있다. 나는 런던을 지나 파리에 도착했을 때 이상한 편안함을 느꼈었다. 영국의 날씨가 추워서였을까? 아니면 영국의 샌드위치의 맛에 충격을 받아서였을까? 지금도 그날의 안정감은 잊을 수 없다.
나는 인상파 화가 외에는 파리에 대해서 아는 것도 기대도 없었다. 심지어 사람들이 파리의 웨이터들의 서비스에 치를 떤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파리에 갔었기 때문에 편견 없이 봤을지도 모르겠다. 파리 마레에서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보쥬 광장 주변의 조용한 카페에 앉아 불어 여행 회화책에 적힌 대로 "떼 쇼 씰부뿔레(따뜻한 차 부탁합니다)"라고 말해봤지만, 단호하고 시크한 할아버지 웨이터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어깨를 들썩였다. 포기하지 않고 책에 있는 프랑스어를 보여주며 주문했었다. 아침 일찍부터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를 보면서 나는 노트에 스케치도 했었다. 막연하지만 이곳에서 그림도 그리고 여행하면서 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2014년 여행 후 시작된 파리 앓이는 2015년 나를 한번 더 파리로 이끌었었고, 2017년 11월 17일 내 30번째 생일에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2017년 11월 17일 30번째 생일에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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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9
내 28살의 여름방학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 식도락 여행은 하지 못했지만
허기진 내 마음을 채워준 여행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2014/09/17
재미있었던 일, 호주에 살고 있는 친구 하늬와 크리스를 만났었다.
우리는 소리를 꺅 지르며 부둥켜안았었다.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스탠리의 얼굴을 스케치해줬던 일
2015/06/16
벌써 프랑스 여행을 다녀온 지 1년이 다되어간다.
2016/03/26
욕심은 채우고 채워봐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나 먼, 가고 싶었던 곳 가고 나면, 사고 싶었던 것이 생각났다. 모든 것들을 가득 안고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아쉬움을 두고 왔다.
꼭 다시 아쉬움 찾으러 프랑스에 가야지. 다시 프랑스에 가야 할 굉장한 이유가 하나 생긴 샘이다.
2016/03/10
여행 중에 느꼈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아무도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2017/03/01
신** 인터내셔널
2017/03/24
프랑스에 또 가고 싶다. 소매치기가 기성을 부리는 그곳에 또 가고 싶다. 뭐든 눈치 못 채게 훔쳐가는 그들이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지긋지긋한 두려움이나 불안함을 좀 훔쳐갔으면 좋겠다. 그럼 그들도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해지니 훔치는 일도 안 하겠지 그럼 일석이조 아닌가?
2017/07/20
프랑스에 다신 발 안 디딜 사람처럼 아끼고 아낀 그곳에서 사 온 연필들을 오늘부터 쓰기로 했다.
다 쓰고 나면 프랑스에 도착해 있을 것 같다.
2017/10/30
요즘 일이 많이 들어온다. 한국을 떠나지 말라는 신호일까? 주변에서의 너 정말 무모한 것 같아 같은 부류의 말들이 또 떠올랐다. 근데 그냥 결심했다. 이번만큼은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그곳에 집중해보겠다고 그래서 들어오는 일들은 프랑스 가서 굶지 말고 맛난 거 많이 먹고, 좋은 거 많이보고, 물감 비싸다고 아끼지 말라는 응원이라고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