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스트레스는 시간부족과 그로 인한 피로함, 맘대로 되지 않는 세상만사에서 찾아오는데, 이럴 때 유독 거슬리는 게 있으니 바로 손톱이다.
어렸을 적부터 손톱이 긴 걸 견디지 못했다. 당연히 손톱을 기르는 데는 재주도, 흥미도 없어서 손톱관리란 일정하게 자라나는 손톱을 핑핑 잘라내는 게 다였다. 손톱을 예쁘게 꾸며놓은 사진을 보며 ‘나도 해봐?’하다가도 손톱이 길어 툭툭 걸리는 느낌이 싫어 금세 고개를 휘젓곤 했다.
아무리 잘라도 손톱은 야금야금 다시 자라기를 반복한다. 당연하게도 극심한 스트레스의 중간에서 다 자란 손톱은 짜증의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손톱의 끝이 손가락보다 앞으로 나와 물건 표면에 부딪히기 시작할 때면 늘 생각하곤 했다.
“으아, 손톱이나 잘라버려야지.”
손톱깎이 의식
손톱깎이를 꺼내어 손가락 길이에 맞춰 손톱을 다듬고 툭툭 떨어져 내린 잔해를 정리하고 나면 꽤 시원한 기분이 든다. 이 물건 저 물건에 부딪혀 신경을 거스르던 손톱이 이제야 내 몸이 된 양 알맞다. 왠지 모를 해소의 감정이 몸에 스며든다.
이상하리만치 손톱이 길게 자라날 즈음엔 신경 쓰이는 일이 한두 개씩 생기곤 했고, 손톱을 자르고 나면 신기하게 대충이라도 해결이 되었다. 손톱깎이라는 행위가 주는 해소의 긍정적 작용일까?
그래서 나에게 손톱깎이란 의식이다. 손톱 밑에 존재하던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떼들을 다 잘라내며, 또 다짐한다.
포기하지 않고, 그러면서 배우며, 오늘을 살아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