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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Feb 17. 2021

야심차게 푸드 마일리지 제로 도전!

콩나물과 버섯을 집에서 길러 먹어요.

 태어나서부터 줄곧 서울에 살고 있다 보니 나만의 텃밭을 가꾼다거나 작물을 재배하는 경험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결혼을 한 후 아파트 베란다에서 상추와 방울토마토를 처음으로 길러 보았다. 그런데 햇빛이 부족해서인지 내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상추는 잘 안 자랐었다. 하지만 다행히 방울토마토는 기르기가 어렵지 않았고 어느새 내 허리만큼 훌쩍 자라서 아이와 잘 익은 빨간 방울토마토를 맛있게 따 먹은 기억이 있다.


  큰 아이를 임신했을 때 같은 동네에 사시는 작은 외삼촌의 텃밭의 일부를 빌려서 상추, 방울토마토, 오이, 고추 등을 길렀던 적이 있다. 처음에는 모종을 심고 물을 주고 열심히 가꾸며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임신 말기가 되자 몸이 점점 무거워져서 텃밭에 자주 갈 수가 없었고 비라도 오는 날이면 '내가 심어 놓은 작물이 비에 떠내려 가지는 않았을까?' 걱정도 되었고 바로 가서 못 돌 보니 결국 삼촌의 도움을 많이 받아 기르곤 했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도봉 환경교실에서 열린 그린 T라는 환경 프로그램에 아이들과 함께 참여했더니 느타리버섯배지를 선물로 받게 되었다. (나도 난생처음 배지를 받아서 알아보니 식물이나 세균, 배양 세포를 기르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액체나 고체를 의미한다고 한다.)  매일같이 분무기로 버섯배지를 감싸고 있는 종이상자에 아이들과 함께 물을 주었다. 처음 며칠간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며칠 뒤에 버섯이 조금씩 올라오더니 며칠 만에 수확할 수 있을 정도로 부쩍 자랐다. 그래서 아이들과 버섯볶음을 해 먹었다. 시중에 파는 버섯처럼 맛도 좋았고 직접 길러 먹어서인지 보람도 있었다. 그 이후로도 버섯을 몇 번 수확을 해서 먹었다.

느타리버섯 배지가 담겨있는 상자에 물을 주고 있는 아이들
느타리버섯 키우기

 어느 날 친정엄마가 콩나물 기르는 키트가 생겼다며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셨다. 엄마가 연세가 많으셔서 주민센터 직원분이 이 키트를 주셨다고 하셨다.

내가 태어난 지 100일 때부터 친정엄마는 야채와 과일 장사를 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눈을 뜨면 엄마가 가게에서 꼬불꼬불한 콩나물(국거리용)과 통통한 콩나물(찜용)을 파시는 것을 수없이도 많이 보았지만 실제로 콩나물을 길러 보는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안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아삭 거리는 식감을 좋아해서 콩나물 반찬을 자주 해 먹었었는데 이번에 콩나물을 직접 길러 먹으면 재미도 있고 콩나물이 자라는 과정도 직접 관찰할 수 있으니 좋을 것 같았다. 아이들도 이미 집에서 버섯을 키워서 맛있게 먹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콩나물을 기르기 전부터 잔뜩 기대감에 부풀었었다.


 예전에 어머님들이 검은 봉지를 씌워 콩나물을 키우시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이 키트도 검은색 플라스틱 통, 검은색 뚜껑, 가운데는 검은색 물 빠짐 통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키트에 담겨 있던 콩나물 콩을 하루정도 물에 불려서 물 빠짐 통에 넣고 물을 주었더니 하루 만에 싹이 조금 나왔다. 그래서 하루에 서너 차례 아이들과 함께 물을 주었더니 콩나물이 며칠 사이에 쑥~쑥 자라서 뚜껑이 안 덮일 정도로 컸다. 그래서 수확을 해서 콩나물국과 콩나물 무침을 해 먹었다. 직접 길러서 먹으니 더 맛있었고 쓰레기 하나 발생하지 않아서 너무나 좋았다.

콩나물 기르기

혹시 푸드 마일리지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푸드 마일리지란 식품이 이동한 거리(km)*운반한 식품의 무게(t)로 식품이 생산된 이후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이동한 거리와 운반한 식품의 무게를 곱해서 나타낸다고 한다.


예를 들어 1t의 망고가 2,000km 떨어진 곳에서부터 왔다면 푸드 마일리지가 2,000t.km이다. 이를 통해 그 식품을 운반하는데 얼마나 환경이 오염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멀리 이동하는 식품일수록 식품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방부제와 같은 화학 약품을 많이 사용하게 되어 푸드 마일리지가 높을수록 인체에 나쁜 약품이 들어갈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푸드 마일리지가 높은 음식은 가격도 높아진다고 한다. 물건 안에 재료비와 기술개발비, 운반비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인당 평균 푸드 마일리지가 7,085t.km/인으로 세계에서 1위일 정도로 제일 길다고 한다. 일본은 5,484t.km, 영국 2,337t.km, 프랑스 739t.km로 무려 프랑스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국립환경과학원, 2010년 기준)


 즉, 내 식탁 위의 먹거리가 수입 농산물로 다채로워질수록 푸드 마일리지는 길어져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버섯과 콩나물을 직접 길러보니 비닐과 같은 포장지 쓰레기도 발생하지 않고 식품을 유통, 운반하는 과정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어 푸드 마일리지도 0이 되어서 더 뿌듯했었다.


  친정엄마가 도매시장에 가셨을 때 콩나물 콩을 많이 구입해서 가져다주셨다. 앞으로 콩나물은 계속 직접 길러 먹을 생각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대파를 한 단 사서 뿌리째 화분에 옮겨 심어서 대파도 직접 길러 요리에 활용을 해 볼 생각이다.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비록 야외에 텃밭이 없지만 베란다를 작은 정원 삼아 앞으로 따뜻한 봄이 오면 상추, 고추, 방울토마토 등을 다시 길러서 자급자족 생활을 한 번 해볼까 한다. 그리고 앞으로 시장에서 장을 볼 때에도 가급적이면 푸드 마일리지가 짧은 우리 농산물이나 제철 채소를 구입해서 먹어야겠다.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면 환경도 보호하고 건강도 지키고 값비싼 채소나 과일에 비용을 많이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 우리 함께 오늘부터 푸드 마일리지를 줄여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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