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별소녀 Feb 08. 2021

그 수세미 진짜인가요?

천연수세미 덕분에 설거지하는 시간이 즐거워졌어요

 친환경 수세미라 불리는 아크릴 수세미.

색도 알록달록하고 디자인도 다양해서 나도 재래시장에 갈 때마다 한 두 개씩은 꼭 사 올 정도로 애착이 가는 살림 아이템이었다.

값도 저렴하고 만졌을 때 촉감도 부들부들해서 좋고 주방세제 없이 이 수세미만으로 물 설거지를 해도 괜찮아서 애용해 쓰고 있었다. 세제 없이도 설거지가 가능하다고 해서 친환경 수세미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요즘 코로나로 집에만 있다 보니 거의 삼시 끼 집밥을 해 먹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돌아서면 설거지. 또 돌아서면 설거지. 

설거지를 할 때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색상과 디자인의 아크릴 수세미를 사용했었는데 얼마 전에 아크릴 수세미로 설거지를 하면 미세 플라스틱이 나온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아크릴 수세미한테 배신감을 느꼈다. 친환경 수세미라고 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열심히 썼었는데...


 아크릴 수세미는 플라스틱 섬유의 한 종류인 아크릴이라는 실로 만들어져 있는데 설거지를 할 때  이 수세미에서 떨어진 미세 플라스틱 조각들이 그릇에 남아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거나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 수질오염을 유발한다고 한다.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나는 당장 아크릴 수세미를 대체할만한 수세미를 찾아야 했다.

수세미 열매로 만든 천연 수세미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바로 천연 수세미를 쓸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크릴 수세미와 천연 수세미의 중간 정도인 수세미를 사서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창고형 대형할인점에 갔다가  우연히 재생용지로 만들어진 상자에 담겨있는 3M사의 옥수수 전분 그물 망사 수세미를 발견했다.

한 상자에 수세미가 8개 정도 들어 있어서 양도 넉넉했고 100%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어졌다길래 주변 지인들에게도 선물로 몇 개씩 나눠주고 나도 쓰기 시작했다.

그물망 수세미여서인지 주방 세제를 조금만 사용해도 거품이 매우 풍성해서 설거지할 맛이 나는 살림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이 수세미를 다 쓸 무렵 동네에 있는 도봉 환경교실에서 우연히 진짜 열매인 천연 수세미를 선물로 받게 되었다.


꽃도 예쁜 수세미 열매
천연 수세미

 처음 봤을 때는 마치 도깨비방망이처럼 생겨서 모양이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설거지를 하기엔 너무 거칠고 딱딱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우 단단했었는데 설명서에 쓰인 대로 사용하기 전에 끓는 물에 살짝 삶았더니 금세 부들부들 해져서 사용하기가 편리했다.

그리고 삶아 쓸 수도 있어서 매우 위생적이었고 이 천연 수세미는 진짜 수세미 열매라서 다 사용하고 난 후에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자연 분해된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사용을 하다 보니 단점도 있었다.

천연 수세미 열매이다 보니 기존의 다른 수세미들보다는 내구성이 조금 떨어졌고 처음에 얼마만큼 잘라 쓸 줄 몰라서 손바닥 크기보다 조금 작게 잘라 썼더니 설거지를 할 때 수세미가 너무 작아서 좀 불편했다. 그래서 전체 수세미의 1/3 정도 크기로 잘라서 써보니 한 손에 잡을 정도로 그립감도 좋았고 사용감도 좋고 자연에도 무해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가격도 개당 약 2300원이어가성비도 좋았다. 택배 거래를 하면 환경오염을 시킬 것 같아 한살림에 천연 수세미를 사러 가 보니 개당 7300원이어서 가 구입하기엔 너무 비싼 것 같았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배송비를 내고 4개를 한꺼번에 구입했다.


 천연수세미는 길쭉하기에 쓸 때마다 전체의 1/3 정도를 잘라서 쓰고 다 떨어질 때까지 약 한 달 정도를 쓸 수 있고 삶아 쓸 수도 있기에 시중에 파는 일반 수세미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지구 오필리아의 가공된 천연 수세미들(위)/삼베 수세미(아래)>


 그리고 요즘에는 천연수세미를 납작하게 가공하고 건조하기 쉽게 고리까지 달려있는 가공된 천연 수세미도 생산되고 있었고 삼베로 만든 삼베 수세미도 있어서  천연 수세미의 종류도 선택의 폭이 넓어서 좋았다.


 마음 같아선 마포구에 있는 알맹 상점과 같은 친환경 제품들을 파는 가게에 직접 가서 천연 수세미나 고체 주방 비누 등을 필요한 만큼만 사 오고 싶었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외출이 여의치 않기에 나는 인터넷으로 여러 제품들을 팔고 있는 사이트에 가서 천연 수세미와 아이용. 어른용 대나무 칫솔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고체 주방 비누와 천연 수세미의 케미 (?)덕분에 설거지를 하는 시간이 좀 더 즐거워졌다. 예전에는 밥 먹고 바로 설거지를 하기가 귀찮아서 그릇들을 많이 쌓아두고 설거지를 미루곤 했었는데 요즘에는 고무장갑을 안 끼고 설거지를 해도 손도 거칠어지지 않고 수세미에서 떨어질 미세 플라스틱 걱정도 없으니 설거지를 하는 시간이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 시간이 되었다.

천연 수세미 덕분인지 설거지를 하고 난 후에 깨끗해진 그릇들을 보면 내 마음도 덩달아 깨끗하고 개운하다.


 천연 수세미가 아직 많이 대중화되어 있지 않다 보니 오프라인에서는 한살림과 같은 친환경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데 한살림은 천연 수세미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되어 있어 일반인들이 선뜻 구입하기가 조금은 망설여질 것 같다. 필요할 때마다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게 되면 또 필요 없는 택배 상자와 같은 쓰레기가 발생을 하니 올해 코로나 상황이 조금 괜찮아져서 혹시 구에서 하는 텃밭 분양을 받게 된다면 내가 텃밭에서 직접 수세미를 길러 보고 싶다.

물론 수세미를 길러 본 경험이 없어서 잘 기를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나도 자급자족으로 천연 수세미를 직접 길러서 쓰고 친정엄마와 내 주변 지인들에게도 선물로 드리고 싶다.


 글을 쓰면서 한 가지 아이러니 한 점은 왜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에서는 천연 수세미, 고체 주방 비누, 대나무 칫솔과 같은 친환경 살림 제품들을 팔지 않는지가 궁금해졌다.

요즘 환경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여서 이마트나 백화점에서도 세제 리필 스테이션이 생겼다는 뉴스를 접하긴 했었다. 의외로 소비자들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은데 공급자들이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대형마트에서도 친환경 살림 제품이라는 한 진열대를 만들어서 여러 유용한 친환경 제품들을 선보이면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쉽게 친환경 제품들을 접하게 되고 또 이를 이용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앞으로는 보다 환경 보호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날이 내 생각보다 빨리 왔으면 좋겠다.  




*  위에 나와있는 제품들은 제가 직접 사서 사용해 보고 느낀 점을 적은 글입니다.*





이전 07화 주방 세제계의 떠오르는 샛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