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이나 부엌에는주방세제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퐁퐁"이라고 불리웠던 이름도 정겨운 "퐁퐁".
트리오 주방세제
우리 어머님 세대에는 노란색 플라스틱 통에 빨간 뚜껑이 달린 "트리오"가 대표적이었다. 하지만요즘에는 주방세제가마트의 한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그 종류도 향도 아주 다양한 것 같다.
예전에 나도 주방세제를 교체할 때가 되면 '이번에는 또 어떤 주방세제를 써볼까?' 하면서 고르는 재미가 톡톡했었던 제품이었다.
어느새 펌프형으로 교체되어 사용하기도 더 간편해지고 거품도 풍성하고 향도 좋아서 설거지할 맛이 나게 하는 아이템이었다.
몇 년 전에 우연히 TV에서 주방세제 회사의 직원 네 분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일 년에 소비자가 마시는 주방세제의 양이 소주 한 잔 정도라고 말씀하시면서 주방세제는 사람들이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다며 그 직원분들은 주방세제가 가득 담긴 소주 한 잔 분량의 양을 마치 술자리의 파도타기를 하듯이 차례차례 원샷을 하시면서 괜찮다고 보여주셨다.
그 당시만 해도 일 년에 소주 한 잔 정도의 주방세제를 내가 먹는 줄 몰랐기에 놀랐었고 일반인들이 식기에 남아있는 주방세제 잔여물을 모르고 일 년에 소주 한 잔 정도를 먹는 건 이해되었어도 한꺼번에 그 직원분들이 주방세제를 한 잔씩 마시는 건 너무 걱정이 되었다. 하루 종일 그 직원분들이 물을 마실 때마다 배 속에서 주방세제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펌프형 주방세제는 사용할 때는 편리한데 다 쓰고 버려야 할 때는 펌프가 달려있는 부분을 어떻게 버려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주방세제 용기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겉의 비닐을 벗기고 안은 물로 깨끗이 씻어서 배출하면 되었는데 윗 쪽의 펌프는 속에 금속 스프링이들어 있어서 여러 재질이 섞여 있으니 재활용이 잘 안 될 것 같아 결국 일반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리곤 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펌프형 주방세제를 대체할 수 있는 고체 주방 비누 같은 제품을 사서 쓰고 싶었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펌프형 주방세제가 아직많이 남아있기에 우선은 이것부터 끝까지 다 쓰고 그때 가서 대체품을 사서 써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설거지를 할 때 수세미에 직접 세제를 한 두 번 정도 펌핑해서 설거지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세제를 헤프게 많이 썼었다. 그래서 이왕 환경보호를 하려고 마음먹었으니 적은 양의 세제로도 깨끗이 설거지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동네에 있는 환경교실에 문의했더니 집에 EM 발효액이 있으면 세제와 EM발효액을 1:1 정도로 섞어서 쓰는 방법도 괜찮다고 하셨다. 하지만 집에 EM발효액이 없어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예전에 친정엄마가 하시던 것처럼 설거지 그릇이 담겨있는 볼에 따뜻한 물을 풀어 세제를 한 두 번 정도만 펌핑해서 그 물로 설거지를 했더니 적은 양의 세제로도 깨끗이 설거지가 되어서 놀라웠다. 그동안 내가 세제를 참 많이도 낭비했었구나 하는 반성이 되었다.
이렇게 세제를 아껴서 사용하자 세제 사용기간이 두 배정도로 늘어나서 고체 주방 비누를 나중에야 살 수 있었지만 삶의 또 다른 지혜를 배웠다.
한살림 주방 비누
나는 우선 인터넷으로 괜찮은 주방 비누를 알아보기 전에 한살림을 방문했다.
요즘 쓰레기를 최대한 적게 배출하는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의 삶을 실천하고 있기에 요즘은 택배 주문은 거의 시키지 않고 장을 볼 때에도 가까운 동네 재래시장에 걸어가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살림에 장을 보러 갔을 때 고체비누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다행히 한살림에서 고체 주방 비누를 판매하고 있었다. 용량도 220g 정도로 두툼하니 컸고 값도 3800원 정도여서 괜찮아 보여 구입했다.
생수병 뚜껑으로 비누받침을 만든 한살림 주방비누(좌)와 동구밭 주방비누(우)
고체비누는 물에 쉽게 무를 수도 있기 때문에 비누 받침이 필요했다. 그래서 비누 밑에 해면같이 생긴 비누 받침대를 받치거나 벽에 비누 홀더를 부착하거나 이 또한 구입하기 번거로우면 생수병 뚜껑을 고체비누 밑에 살짝 꾹 누르면 나름 공중부양(?)한 괜찮은 비누받침대가 생긴다.
처음에는 비누가 한 손에 잡기에 큰 편이어서 너무 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용을 하면 할수록 크기가 작아지기에 크기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선물을 받은 천연수세미가 집에 있어서 천연수세미에 주방 비누를 묻혀 설거지를 해 보았더니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어 기분이 좋았고 손에 닿는 감촉도 좋아서 마음에 들었다.
예전에는 밥을 먹고 설거지를 바로 하기 귀찮아서 설거지를 최대한 미루곤 했었는데 지금은 천연수세미와 고체비누의 조합이 마음에 들어서 설거지하는 시간이 기다려지곤 한다.
하지만 사용을 하다 보니 한살림 주방 비누의 단점도있었다.
우선 환경에 무해한 비누를 찾다가 한살림 주방 비누를 구입한 것인데 코팅된 종이 상자에 비누가 포장되어있어서종이상자가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앞으로는 한살림 비누의 포장상자를 재활용 종이로 만들어서환경에 보다 무해하게 만들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예전에 수제비누를 만들어 보았지만 비누를 만들 때 팜유를 넣으면 비누가 무르지 않고 단단하므로 한살림 비누에도 팜유를 넣은 것 같은데 팜유 생산을 하려면 산림을 많이 훼손해야 하는 등 여러 환경오염을 많이 일으키므로 앞으로 출시되는 비누의 재료는 보다 환경친화적인 재료로 바꿔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팜유가 안 들어간 ''소미지 고체비누''를 한 번 구입해서 써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설거지를 한 후에 비누 기름때가 내 손이나 수세미에 묻거나 그릇에 맴돌아서 그 점은 조금 아쉬웠다.
종이상자에 담겨 있는 동구밭 주방비누
사용하기 편하게 소분되어 있고 거품도 잘 나는 동구밭 주방비누
더 괜찮은 주방 비누가 없을까? 해서 알아보니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동구밭 비누''가 유명했다. 그래서 나도 직접 사서 써 보았다. 대용량 500g을 14,000원 정도에 구입이 가능했으며 500g의 비누가 5개로 잘라져 있어서 사용하기 편리했다. 제품 포장도 종이상자에 비누가 그대로 들어있어서 최소 포장으로 배송을 받아 기분이 좋았다.
처음 봤을 때는 약간 쿠키 앤 크림 아이스크림 같은 뽀얀 느낌이었다.설거지를 해 보니 생각보다 거품도 잘 나고 세척력도 좋고 맨손으로 설거지를 해도 손이 거칠어지지 않아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설거지를 할 때 비누에서 나오는 기름기가 내 손이나 수세미에 안 묻어나서 좋았다. 왜 사람들이 동구밭 비누를 많이 사용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알아보니 동구밭 비누회사는 장애인 분들을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착한 기업이었다. 특히 회사 매출이 증가할 때마다 장애인 직원을 지속적으로 고용한다는 기업의 모토가 마음에 들었다. 순한 성분의 비누만큼 기업의 마인드도 착한 기업인 것 같다. 그리고 비누의 종류도 지성, 건성용 샴푸바, 린스 바, 주방 고체 비누 등으로 매우 다양해서 친환경 살림을 해도 선택의 폭이 넓어서 다음에는 샴푸바도 한 번 구입해서 써 볼 생각이다.
하지만 주방 비누의 특성 때문일지는 몰라도 설거지를 해도 그릇에 기름기가 겉돈 적이 종종 있어서 그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우선 기름기가 묻어 있는 그릇은 먼저 휴지로 기름을 닦아내고 주방 비누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설거지 후에도 기름기가 그릇에 종종 남아 있는 경우가 있어서 다시 소프넛 액상 추출액을 사용해 설거지를 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인터넷 상에도 많은 분들이 설거지 후에도 기름기가 그릇에 남아있는 것 같아 다시 액상형 주방 세제를 사용하시는 경우를 봤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지금의 주방 비누보다 좀 더 기름기가 잘 제거되고 식기에 안 묻어나는 주방 비누가 개발이 되면 좋겠다.
제로 웨이스트의 삶을 나름 추구하면서 제일 바뀐 부분은 제품을 구입할 때 최저가나 가성비보다는 제품의 성분이 환경에 무해한 지.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착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보고 제품을 결정하게 되었다.
내가 전업주부이기에 집 안의 다른 장소보다도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주방에서 제일 먼저 기분 좋은 변화를 가져오고 싶었다. 지금까지 생수, 우유에 이어서 주방세제의 변화를 서서히 가져오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주방세제와의 짝꿍인 천연수세미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