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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Feb 19. 2021

알고 보니 친정엄마가 제로 웨이스트 고수?

야채. 과일을 포장재 없이 살 수 있는 곳에서 장을 보려고 노력해요.

친정엄마 가게 모습

 친정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동네에서 약 40년째 야채와 과일을 파신다. 그래서 나는 야채와 과일을 구입할 때에는 우선 엄마 가게에 가서 구입을 고 엄마 가게에 없는 야채와 과일, 고기 등은 재래시장에서 구입을 하곤 한다. 제로 웨이스트를 접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었는데 어느 날 무심코 엄마 가게를 둘러보니 야채와 과일을 거의 포장재 없이 내용물만 팔고 계셨다. 알고 보니 친정엄마가 제로 웨이스트 고수셨다!


 이미 생산지에서 포장이 된 채로 오는 딸기와 방울토마토, 단감은 어쩔 수 없이 그대로 판매하시지만 사과와 귤은 매일같이 상자에서 꺼내셔서 직접 과일 바구니에 하나씩 담으시면서 진열을 해서 판매하신다.

대파, 양파, 상추, 배추, 달래와 같은 야채들도 모두 포장 없이 그대로 판매를 하신다. 그래서 나도 엄마 가게에서 파는 야채와 과일을 살 때면 집에서 장바구니, 프로듀스 백(그물망 가방)과 커다란 지퍼백, 집에 있는 비닐봉지를 챙겨가서 장을 보곤 한다. 무엇보다도 엄마 가게에서 장을 보면 검은 비닐봉지에 야채 과일을 담아오지 않으니 그만큼 검은 비닐봉지 사용을 줄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예전에 엄마는 딸기를 커다란 고무 대야에 담긴 채로 도매시장에서 구입해 오셔서 손님이 원하는 만큼만 저울에 무게를 달아서 파시곤 하셨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딸기가 스티로폼 상자와 빨갛고 움푹한 플라스틱 그릇에 랩으로 친친 포장되어 판매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은 딸기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어서 딸기는 사 오자마자 바로 씻어서 먹기 때문에 딸기를 다 먹고 나면 딸기가 담겨있던 스티로폼 상자와 빨간 플라스틱 그릇은 늘 처치곤란이었다. 그래서 딸기 포장용기를 재활용 쓰레기로 버릴 때마다 '이렇게 쓰레기를 많이 배출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죄책감이 들곤 했었다.


 그래서 빨간 플라스틱 그릇에 요구르트 통을 놓고 그 속에 베이킹 소다와 식초, 물감을 넣고 아이들과 화산 폭발 실험을 하거나 아이들이 밀가루 반죽 놀이를 할 때 플라스틱 그릇 속에서 반죽을 해 보기도 하고 스티로폼 상자는 밑에 구멍을 뚫어 상추를 심을 때 화분으로 사용을 하는 등 최대한 쓰다가 재활용 쓰레기로 버리곤 했었다.


  요즘에는 대형마트, 동네 마트, 재래시장할 것 없이 딸기가 생산지에서부터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서 운송되어 판매되고 있어서 딸기를 사 올 때에는 매번 투명 상자가 발생하곤 한다.


 방울토마토도 예전에는 작은 종이상자에 방울토마토만 들어있어서 엄마가 가게에 있는 빨간색 과일 바구니에 방울토마토를 담아서 한 바구니씩 팔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방울토마토도 딸기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이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서 판매가 되니 방울토마토를 사 올 때도 우리 집에는 투명 상자가 또 쌓이곤 한다. 이쯤 되면 내가 딸기와 방울토마토를 산 건지 투명한 상자를 산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가정 내에 쓰레기가 가득 찬다.


 요즘 포장쓰레기를 조금이나마 줄여보려고 대형마트에 가는 대신 재래시장에 가서 장을 본다.

재래시장에 들어갈 때부터 야채, 과일 가게들을 눈여겨보면서 ' 이 가게는 연근을 포장 없이 그대로 파네.

이 가게는 미역을 포장 없이 파니 이따가 여기서 미역을 사야겠다' 고 생각하며 재래시장을 쭉 둘러본다.

그리고 나서 최대한 포장재 없이 판매하는 가게에서 야채와 과일을 사곤한다.

재래시장이 대형 마트에 비해서는 포장을 많이 안 하고 파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 소비자의 편리함을 위해서인지 재래시장도 고기나 야채, 과일들을 미리 포장해 두고 파는 경우가 비교적 많은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이미 스티로폼과 랩. 비닐로 포장이 되어 있는 야채들/ 동네 재래시장

지난주에 장을 보러 재래시장에 갔을 때에는 운이 좋게도 브로콜리와 흙당근을 포장재 없이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그래서 가게에서 브로콜리와 흙당근을 구입해서 작은 천가방과 프로듀스 백(그물망 가방)에 넣어왔다.


 야채가게 사장님이 브로콜리는 천가방에 넣어도 괜찮지만 흙당근은 프로듀스 백에 넣으면 세탁 비용이 더 나오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셨는데 어차피 흙이니 몇 번 털고 재사용하면 괜찮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조금 놀라셨지만 정말 나는 괜찮았다. 그래도 브로콜리와 당근을 사면서 검정 비닐봉지 두 개는 사용하지 않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미 포장되어 있는 샌드위치와 명태 껍질 무침과 식혜는 포장재가 없는 채로 구입하기는 불가능해서 조금 아쉬웠다. 내가 다니는 정육점에 저번에 고기를 구입하고 받은 검은 스티로폼 접시를 챙겨서 가져다 드렸다. 이 정육점에서는 검은 스티로폼 접시 위에 랩으로 한 번 더 감싸고 고기를 포장해서 팔고 있어서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가져다 드렸다. 하지만 깜빡하고 고기를 담아 용기를 안 챙겨가서 결국 투명 비닐봉지에 고기를 담아와야 해서 조금 후회가 되었다. 다음에 장 볼 때는 깜빡하지 않고 미리 여러 용기들을 챙겨서 거기에 담아 달라고 해야겠다.


 또 아이들과 남편이 시장을 구경하다가 핫바와 어묵을 갑자기 먹고 싶다고 해서 구입하게 되었는데 핫바와 어묵도 마찬가지로 은박지와 비닐봉지에 포장이 된 채로 구입을 해와서 조금은 아쉬웠다. 재래시장 장보기가 아직은 익숙지가 않아서 늘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재래시장 장보기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꼭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다음번에 장 보러 갈 때에는 오늘보다는 조금 더 쓰레기를 줄여봐야지 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 사진에 있는 샌드위치는 한 개에 1000원이었고 핫바도 한 개 1000원. 네모 어묵은 10장에 3000원이었다. 요즘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다 보니 재래시장의 물가가 정말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이 가격에 팔아서 상인분들이 남는 게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같이 장을 보다 보니 단골가게 사장님들이 가끔 아이들에게 빵도 덤으로 주시고 뭐 하나라도 챙겨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재래시장은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사람들만의 정(情)이 느껴지는 정겨운 공간이었고 앞으로는 더욱더 재래시장을 많이 사랑하고 이용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어찌 보면 친정엄마도 포장 없이 야채, 과일을 파시고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재래시장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포장재 없이 야채, 과일을 사고 싶어도 집 근처에 재래시장이 없으면 포장재 없이 사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딸기 포장용기의 변화를 떠올려 보며 '왜 딸기가 이렇게 과하고 일회용인 플라스틱 포장재로 바뀌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마트에 가보면 거의 모든 야채와 과일이 투명 상자나 비닐에 담겨서 판매되고 있는데 혹시 판매사원이 없이 무인 가판대 형식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딸기 포장이 이렇게 바뀐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딸기 생산지에서도 포장용기가 그렇게 변화한 건 아닐까?

딸기를 사면 늘 함께 딸려오는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

한 번 사용하고 버리면 너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에서 모인 이 상자들을 깨끗이 씻어서 딸기 구입처에 가져다주면 재사용이 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니면 가정에서 직접 용기를 들고 가서 딸기를 원하는 만큼 저울에 담아서 사 올 수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고 이 투명 플라스틱 용기가 하루빨리 개선이 되어서 더 이상 재활용 쓰레기로 배출이 안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예전에 엄마가 파셨던 고무 대야에 담겨서 저울에 달아 팔던 딸기의 모습이 너무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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