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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Feb 03. 2021

생수 사기 전에 잠깐!

생수 대신 구수한 보리차 끓여 먹기!

   

물을 팔팔 끓여 보리차 티백만 넣어주면 따뜻하고 구수한 보리차 완성!!!


“외국은 물을 사 먹는데!”

“뭐? 진짜? 물을? 말도 안 돼!


 어린 시절 동네 친구가 외국 사람들은 물을 사 먹는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 나는 여름에 소풍을 가거나 학교에 갈 때 보리차를 물통에 넣어 얼려서 싸가지고 다니거나 수돗물을 마시거나 목이 말라도 참곤 했었다. 그렇기에 외국 사람들이 물을 사 먹는다는 얘기가 믿기지 않았다.         


 불과 30년이 지난 요즘.

 창고형 대형할인점에 가보면 작은 500ml 생수병은 한 병에 200원. 큰 1.5L 생수병 6개 번들도 2000원 대면 살 수 있어서인지 다들 카트에 생수병을 많이 구입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친정엄마가 보리차나 결명자차를 끓여 주셔서인지 그 구수한 맛이 너무 좋아서 결혼을 해서도 줄곧 보리차를 끓여 먹었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에 집의 실내온도가 32도까지 올라서 물을 끓이기에 너무 덥기에 생수를 사 먹기 시작했다. 신세계였다!!!


 더운 여름에 물을 끓이지 않아도 되어서 매우 편했고 값도 저렴했다.

더운 여름. 남편과 아이들은 얼음을 먹는 걸 좋아했었는데 보리차로 얼음을 얼리면 얼음틀에서 잘 안 떨어지는데 반해 생수로 얼음을 얼리면 얼음틀에서도 쉽게 떨어지고 얼음을 많이 얼려두면 물이나 음료수를 시원하게 마실 수도 있어서 너무 좋았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편한 만큼 생수병은 베란다에 쌓이고 쌓이고 또 싸여만 갔다.     

우리는 4인 가족이므로 하루에 1.5 리터 생수를 2병 정도는 마셨으니 일주일이면 14병. 한 달이면 약 60병 정도를 쓰레기로 배출한 셈이였다.


 생수를 마실 때에는 편리하고 값도 싸니 매우 좋았다.

하지만 매주 일요일. 분리배출을 할 때면 라벨을 떼고 생수병을 발로 밟아서 부피를 줄이면서 우리 가족이 일주일 동안 마신 생수병의 양을 보면 하나뿐인 지구한테 많이 미안해서 죄책감이 들곤 했었다. 그렇기에 더욱 열심히 분리배출을 꼼꼼히 했었다.


 그런데 요즘 환경에 관심이 많아져서 알아보니 내가 버린 재활용품 중에 재활용 선별장에서 실제로 재활용이 되는 비율은 35%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분리배출을 열심히 했건만... 그래서 재활용을 잘하는 것보다는 재활용할 쓰레기를 애당초 만들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수의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여러 환경 문제들을 알게 되었다. 그럼 생수를 사 먹는 대신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 대안은 정수기였다.

결혼 전에 어느 날 친정엄마가 정수기를 구입하셨다.

처음에는 꼭지만 돌리면 온수, 냉수, 정수된 물이 나오니 편하고 안전한 것 같아서 물을 마시면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나면서 필터를 교체해야 했고 처음에 필터를 교체할 때는 괜찮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필터 교체비용도 만만치 않고, 필터를 교체하려면 매번 사람을 불러야 해서 번거로워서 그 정수기는 필터를 교체하지 않은 채 방치하다가 결국 버리게 되었다.


 두 번째 대안은 브리타 정수기였다.

어느 날 친구 집에 갔더니 브리타 정수기를 쓰고 있었다.

약 한 달간 필터를 사용할 수 있고, 필터 교체비용도 한 개당 7000원 꼴로 괜찮았고 필터 교체도 소비자가 직접 할 수 있어서 편리해 보였다.

하지만 필터를 꾸준히 교체해야 하고, 그 필터 또한 쓰레기를 계속 만드는 것이어서 나의 선택지에서는 아웃이었다.

  

 세 번째 대안은 보리차를 끓여 마시는 것이었다.

크게 번거롭지도 않고 돈도 거의 안 든다.


 물론 어르신들처럼 동네 약수터에 가서 물을 떠 오는 방법도 떠올랐다. 하지만 나는 장롱면허이고 설사 약수터에 간다고 해도 물을 빈 생수통에 몇 통씩 떠 오기도 힘들고 집으로 운반하기도 어렵기에 약숫물은 내 선택지에서 제외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고민 끝에 보리차를 다시 끓여 먹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침 준비를 하면서 인덕션 한쪽에서 보리차를 끓이는 게 지금은 습관이 되어서 크게 번거롭지도 않다. 집에 사둔 보리차 티백을 다 먹으면 재래시장에 가서 보리차 알맹이만 통에 구입해서 보리차 종이 티백 사용도 줄일 생각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외출 시에도 끓인 보리차를 물통에 담아 다니고 있다. 우리 집에서는 예전부터 500ml의 생수를 사 마신 적은 없지만 아이들과 외출했을 때 아이가 갑자기 목이 마르다고 하면 난감해서 가까운 편의점에 가서 500ml 생수를 사서 먹인 적이 몇 번 있었다. 특히나 500ml의 생수는 양도 많지 않아 두 아이가 같이 마셨을 경우 마시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도 않는데 썩는 데는 50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하니 버릴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외출 시 물통 2 병에 보리차를 담아 가고 있다. 환경도 보호하고 아이들 건강도 지킬 수 있으니 너무 좋은 습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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