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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Feb 01. 2021

우리 가족의 새로운 취미, 쓰레기 줍기.

아이들과 동네 쓰레기 줍기 도전!

 얼마 전에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KBS의 다큐 on이라는 프로그램에 시선을 빼앗겼다.

레기에 마음을 뺏긴 ''쓰맘쓰맘''엄마들은 포항 바닷가 해변가에 있는 쓰레기를 같이 줍기도 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멋진 엄마들이었다.

참 신선했다.


작년에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발생한 이후로 사람들이 온라인 주문을 해서 문 앞에 물품을 배송받고, 배달 음식을 시켜먹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이 엄마들은 모임을 결성해서 해변가의 쓰레기를 줍고 일상생활에서는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고, 천기저귀를 사용하고, 텃밭에 직접 수세미를 재배하고, 재래시장에서 통에 물건을 담아 장을 보고, 제품 포장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여러 회사들에 건의 메일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앞장을 서고 있었다. 방송을 보는 내내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한쪽에서는 위생, 청결을 위해서 일회용품을 거리낌 없이 넘칠 듯이 사용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본인이 버린 쓰레기도 아닌데 모여서 줍고, 줍고, 또 줍고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내 가슴에 꿈틀거렸다.

포항 바닷가의 쓰레기를 줍는 대단한 쓰맘쓰맘 엄마들.

 내가 포항에 산다면 나도 쓰맘쓰맘 엄마들의 모임에 가입을 해서 같이 쓰레기도 줍고 싶었지만 나는 현재 서울에 살고 있기에 우리 집부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작은 실천을 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오늘은 환경보호 실천의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동네 쓰레기를 처음으로 주워보았다. 

먼저 준비물을 준비해 봤다.


준비물: 쓰레기를 담을 큰 봉투, 내 위생장갑 1개, 아이들 위생장갑 2개, 아이들 집게 2개.

(아이들 집게는 가져가려고 준비를 했지만 위생장갑으로도 쓰레기를 주울 수 있기에 굳이 가져가지는 않았다.)

 준비물도 이미 집에 있었고 당장 오늘부터 쓰레기 줍기를 해 보고 싶어서 재빨리 준비를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쓰레기를 주으러 아이들과 외출했다.

(사실은 마음먹었을 때 당장 쓰레기를 주우러 나가지 않으면 당분간은 미루고 미루다 안 할지도 모르기에 오늘 쓰레기를 주으러 나갔다.)


 코스는 아파트 단지부터 근처에 있는 공원을 한 바퀴를 돌고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

8살, 5살 아이들의 걸음으로도 한 시간 이내의 코스여서 비교적 괜찮은 것 같아 이렇게 정했다.

(좌) 전복 껍질 쓰레기/ (우)성인 칫솔

 아파트 단지를 나서자마자 우리는 쓰레기를 딱히 발견할 수가 없었다. '부지런한 경비아저씨들 덕분에 깨끗하게 잘 살고 있구먼'이라는 생각이 들 무렵 화단 속에서 전복 껍데기들이 발견되었다.

'아마 집에서 전복 요리를 해 드셨을 텐데 전복 껍데기를 왜 화단 속에 버리셨을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전복 껍데기 속에 영양이 있을지도 몰라 화단에 두신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가자 버려진 지 꽤 오래된 듯이 보이는 성인의 칫솔 하나가 화단 흙에서 발견이 되었다. 칫솔은 보통 집에서 썼을 텐데 왜 화단 속에서 칫솔이 발견이 되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조금 더 걸어가자 담배꽁초들이 무더기로 발견이 되었다. 특히 하수구 근처에 담배꽁초가 너무나 많이 발견이 되어서 '왜 사람들은 잘 보이는 바닥이 아닌 하수구에 담배를 버리는 거지? ' 잘 이해가 안 되었다. 잘 보이는 도로변에 버리면 환경미화원분들도 청소하시기 쉬울 텐데...

하수구에다 담배꽁초를 버리면 담배꽁초 속에 있는 미세 플라스틱이 강이나 바다로 흘러들어 갈 수 있어서 바닷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이나 해양 생태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이는 또 생선을 먹는 사람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들어서 많이 속상했다.


 그리고 웰치스 포도맛 음료수 캔도 발견이 되었는데 처음에는 빈 캔인 줄 알고 아이가 집었는데 캔 속에 음료수가 남아 있어서 아이 옷에도 손에도 음료수가 묻어 버렸다.

 '왜 맛있는 웰치스 음료수를 다 마시지도 않고 버렸을까?' 참 의아했다.


 그리고 사진으로 찍지는 못했지만 아이가 또 맥주캔을 발견해서 쓰레기 봉지에 담았는데 맥주캔 속에 담배꽁초가 10개 이상이 담겨있어서 이건 재활용으로 버려도 담배꽁초 때문에 재활용이 되기가 어려울 것 같아 난감하였다.


 약 한 시간 가량 아파트 단지와 동네 공원을 돌며 쓰레기를 주웠다.

가져간 커다란 흰 봉투는 어느새 마트 전단지며 각종 비닐류, 맥주캔, 포도주스 캔, 담배꽁초들, 무서운 사진이 담겨있는 담뱃갑(아이가 특히나 담뱃갑을 주울 때는 그림이 너무 무섭다며 쓰레기 줍기를 망설였었다.), 사탕 봉지들로 가득 찼다.  


 그리고 특이했던 점은 공원에서 땅콩 캐러멜 사탕이 마치 헨델과 그레텔 동화처럼 길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길거리에 하나씩, 하나씩 버려져 있었다. 아마 어떤 할머님이나 할아버님이 입이 심심해서 사탕을 드시면서 사탕 봉지를 하나씩 하나씩 길에 버리고 걸어가신 듯했다.

모아진 쓰레기 양이 얼마나 되며 재활용할 수 있는 건 재활용을 또 해야 했기에 쓰레기들을 다 엎어보았다.

역시 단연 1위는 담배꽁초였다. 대충 세어봐도 30개가 넘는 듯했다.

담배꽁초들을 다 모아놓으니 담배냄새가 너무 심해서 아이들한테는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비닐 포장지도 많았고 일수 명함이나 마트 전단지들도 발견이 되었고 심지어 이미 사용한 문화상품권도 2장이 발견이 되었다. 사람들이 길거리에 버린 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그들의 양심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씁쓸했다.

재활용할 수 있는 건 공원에서 재활용을 하고 담배꽁초가 담긴 맥주캔은 재활용이 안 될 것 같아 결국 일반쓰레기로 버렸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19로 거의 집에서만 생활을 했기 때문에 쓰레기 줍기에 뒤늦게 동참했지만 오늘은 비교적 날씨도 포근했고 아이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며 산책도 해서 보람이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아이들이 많이 걸어서 인지 다리가 많이 아프다고 해서 "다음에도 레기 줍기 해보고 싶어? 아니면 안 하고 싶어?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 또 해보고 싶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라고 말하는 것이다.

사실 아이들이 걷다가 쓰레기 줍고 걷다가 쓰레기 줍고 주워도 주워도 쓰레기가 계속 나오니 힘들어해서 다음부터는 안 하고 싶다고 말할 줄 알았다.


오늘이 2월 1일이니 앞으로 매달 1일은 무조건 아이들과 쓰레기 줍기 하는 날로 정했다. 집에 돌아오면서 보니 우리가 쓰레기를 주우면서 걸어온 길이 아주 깨끗해 보여 마음도 뿌듯하고 개운했다.


 물론 우리가 동네에서 쓰레기를 줍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여러 사람들이 운동삼아 환경을 위해 쓰레기 줍기에 더 많이 동참해 준다면 오늘의 작은 실천이 헛되지 않을 것 같다.


 집에 와서 주변 지인들과 쓰레기 줄이기를 고민하고 있는 엄마들의 모임 단체 톡방에 오늘 쓰레기를 주우면서 찍었던 사진과 보람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전해주니 다른 엄마들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같이 모여서 쓰레기를 줍자고 제안도 해주셔서 참 감사했다.


 한 사람의 노력은 비록 미약할지라도 10 사람, 100 사람, 1000 사람들이 모여 함께 노력한다면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내일, 내일보다는 더 나은 모레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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