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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mood Oct 27. 2021

발전이 없는 게 나쁜 걸까

저는 지금이 좋아요.





남편의 친구 중에 한 매장을 관리하는 매니저인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매니저 직을 내려놓고 일반 직원으로 일 할 예정이라며 매니저 직이 오퍼가 났다.

남편과 같은 업계라 남편에게도 역시 제안이 왔다.


의아했다. 승진을 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내가 자진해서 내려간다고?

그 친구가 하는 말은,

지금은 일에 내 시간을 할애하는 것보다 내 가족들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다른 취미도 더 찾아볼 생각이야.

라고 했다.


 다른 친구는  26시간도 길다며  조금 일해도 되는 곳으로 일을 옮겼다.

정말 단지 일 하는 시간을 줄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이유였다.


나는 여전히 이곳 북유럽의 마인드? 돈과 명예보다 나의 삶이 더 중요한 마인드가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되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발전이 없는 삶 같다.

멈춰있다기보다는 머물러 있다고 해야 될까.

직업이, 일이, 나를 나타낸 다고 생각한다면 발전이 없는 것 이 맞다.

하지만 이곳은 직업은 직업일 뿐이다. 그것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난 왜 꼭 사회적으로 앞으로 나가고 높이 올라가야 하는 게 정답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을까.

한국에서는 누구다 그렇게 살고 또 그게 멋있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면 내가 편하니까?


여긴 돈을 많이 벌면 그만큼 더 세금이 나가기 때문에 사실 큰 차이는 없다. 정말 내가 그 일을 좋아해서 책임감으로 하는 것이지, 돈 때문은 아닌 것 같다.

현재의 내 삶에 일에 더 투자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고 아니라면 굳이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 하지 않는다.


얼마 전 한국에서 일했었던 마케팅 쪽으로 오피스직의 이직 기회가 있었으나 오랜 고민 끝에 거절했었다.

그때 적었던 브런치 글에서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그중

첫 번째로는 이력서에 한 줄을 더 하는 것 말곤 내가 굳이 돈 조금 더 벌자고 할 이유가 없었고,

두 번째로는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이 훨씬 더 줄어드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커리어적으로는 새로운 것이 없고 머물러 있는 것이 맞지만

나의 삶으로 본다면 난 그 시간에 남편과 더욱 많은 추억을 쌓고 여행을 다니고 있으며,

이렇게 조용한 나만의 시간에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요리도 하며 나만의 삶을 만들고 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스펙을 쌓느라, 커리어를 쌓느라 여전히 매일 피곤해하고 때로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들과 비교하면 난 발전이 없다. 일 욕심이 없어졌다.

사회민주주의의 단점이자 장점이겠지? 하지만 그게 나쁜 걸까?

글쎄, 분명 장단점이 있겠지만 잘 모르겠고, 난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안정되고 행복하며,

나만의 삶을 더욱 주체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소소하게 채워가며 나만의 인생을 살고 있다.

난 지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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